줄기세포 생산과 유전자 발현 조절에 특정 단백질이 핵심적 역할을 한다는 획기적 연구 결과가 발표돼 전 세계 생명과학계의 주목을 받을 전망이다.

서울대 생명과학과 김빛내리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린28(LIN28)'이라는 단백질에 관한 논문을 25일 생명과학 분야의 최고 권위지인 '셀(Cell)'의 온라인 속보로 발표했다.

연구팀은 린28이 사람 단백질 3만5천종 중 7천종을 생산하는 세포 내 소기관인 조면소포체의 전체 단백질 생산을 직접 억제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이는 린28은 다른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는 마이크로RNA를 조절해 줄기세포의 성질을 간접적으로 유지한다고 알려져 있던 기존 학계의 통념을 뒤집는 것이다.

이번 연구성과는 린28 단백질 이상으로 나타날 수 있는 당(糖) 대사 및 사춘기 시기 조절 이상, 간암, 난소암 등을 치료하는데 실마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린28은 줄기세포 치료의 핵심기술인 유도만능줄기세포(iPS cell) 생산에 사용되는 것으로 유명하다.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들인 영국 케임브리지대 존 거던 교수와 일본 교토대 야마나카 신야 교수의 주요 연구 업적인 유도만능줄기세포는 배아줄기세포와 비슷한 수준의 분화능력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수정란이나 난자를 사용하지 않아 윤리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따라서 린28이 다른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는 원리를 완벽하게 알아낸다면 줄기세포의 이해와 관련 질병 연구 및 치료에 새 돌파구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살아있는 줄기세포에 강한 자외선을 쬐어서 단백질과 RNA를 엉겨 붙게 한 다음, 이 RNA에 담긴 정보를 차세대 서열 분석기로 총 58기가베이스(gigabase) 분량의 염기서열을 읽어 내고 린28이 붙어 조절하는 RNA 전체를 일괄 조사했다. 클립시크(CLIP-seq)라고 불리는 이 기술은 세포에 있는 모든 린28 단백질 주변의 RNA를 한꺼번에 사진을 찍듯 볼 수 있어 상호작용하는 전체 지도를 그릴 수 있다.

아울러 연구팀은 린28이 배아의 초기 발달 과정에서 세포 전체의 균형을 조절한다는 사실도 밝혔다.

김 교수는 "린28이 조면소포체 단백질의 생산을 줄이고 남은 에너지를 줄기세포의 양적 성장에 집중시키고, 세포 간의 의사소통도 줄여서 성체세포로 발달하는 시기를 충분히 늦출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암 전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백질의 상당수가 조면소포체에서 생산되므로, 린28 조절로 암 전이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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