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정신의학회, 하계 심포지엄 강원랜드서 개최…3개 제약사 광고비 등으로 후원

▲ 강원랜드 호텔

알코올 등 중독의 치료, 예방, 재활 등에 관해 연구하는 학회가 제약사의 후원을 받아 강원랜드에서 카지노 체험 심포지엄을 개최해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한국중독정신의학회는 지난 24~25일 양일간 강원랜드 호텔에서 가족 동반 하에 하계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학회는 심포지엄 프로그램에 '도박중독 치료에서 치료자가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라는 학회 이사장 특강과 함께 강원랜드 측이 카지노 게임과 이용방법, 도박 용어 등을 소개하는 '카지노 100배 즐기기'라는 특강도 진행했다.

특강이 진행된 후에는 참가자 개별적으로 카지노 체험도 이뤄졌다.

학회는 당초부터 이번 심포지엄을 학술 목적이 아닌 휴양 목적으로 설정했다.

학회는 사전에 게재한 심포지엄 안내문을 통해 "학술적 의미는 춘·추계 학술대회에서 많이 논의된 만큼 하계 심포지엄은 평생 회원들이 편하게 릴랙스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도록 했다"며 "강원랜드 카지노도 구경하고 더운 여름 피서 여행차 참석하기 바란다"고 공지했다.

공지에는 '카지노 출입시 반드시 신분증 지참을 요하고, 미성년자는 무조건 출입이 금지된다'는 내용의 안내도 첨부했다.

심포지엄은 일반적으로 1인당 참가비가 책정되는 관례와 달리 참가자가 일절 비용을 부담하지 않는 전원 무료로 진행됐다.

학회 관계자는 심포지엄의 성격에 대해 "우리가 도박중독자들을 많이 보지만 실질적으로 도박을 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 직접 카지노에서 경험도 해보고 어떻게 하는 건지 기본적 용어나 개념이 뭔지 필요했다"며 "도박 용어, 가령 바카라가 뭔지 등등 (강원랜드측)딜러가 설명하고 질문하는 시간도 가졌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학회 평생회원의 경우 따로 입회비를 내는데 이 입회비와 그동안 학술대회를 통해 매번 등록비 받은 것을 모아 (경비로)사용했다"며 "30명만 불렀고, 가족단위로 참석해 29개 방을 잡았다"고 덧붙였다.  

이번 행사에는 29개 객실 예약과 홀 대여 및 식비 등을 포함해 최소 500만원의 비용이 소요된 것으로 추정된다.

강원랜드 관계자는 "이 정도 규모의 행사를 준비하려면 기본적으로 500만원 정도(카지노 출입은 별도)가 소요된다"고 밝혔다.

학회 측은 평생회원 입회비와 기존 학회 학술대회 개최 후 재정 여유분, 제약사 광고비 등을 통해 해결한 만큼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 심포지엄 개최에는 명인제약, 유한양행, 화이자 제약 등 3개 제약사가 후원사로 참여했다.

3개 제약사와 학회 측에 따르면 광고비는 부스설치가 아닌 심포지엄 자료집에 게재되는 인쇄물 광고 명목으로 추진됐다. 다만 제약사들은 정확한 지원금액에 대해서는 '예민한 사항'이라며 공개를 꺼렸다.

현행 공정경쟁규약에 따르면 인쇄광고 매체의 경우 광고 한편당 최대 200만원까지 광고비 책정이 가능하며 내지의 경우 70만원이 광고비 책정 한도다. 제약사당 광고 한편씩만 게재하더라도 광고비는 210만~600만원선이다.

제약협회 "광고비 명목 지원, 협회로선 제재 불가능"

학술 목적이 아닌 학회의 행사에 제약사로부터 후원을 받는 것에 대한 제약협회의 입장은 어떨까.

제약협회는 이 심포지엄을 두고 "공정경쟁규약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학회측의 경우 윤리적으로는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제약협회 관계자는 심포지엄 내용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난 뒤 "학회측이 광고로 진행한 것은 후원의 개념이 아니라 일반 상거래 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에 공정경쟁규약 적용대상이 아니다"라고 전제하며 "만약 이러한 내용의 프로그램으로 심의를 하게 된다면 심의를 안해준다. 그런 거 하지 말라고 공정경쟁규약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제약사가 기부 받는 것과 광고를 파는 것과는 별개다. 광고는 상거래 행위라 받은 광고비를 어떻게 쓰든 학회 양심에 달린 문제다"라며 "그것까지 협회가 (학회를)어쩔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공정경쟁규약 세부운용기준에 따르면 제품설명회, 시장조사, 학술대회 참가자 지원 등에 한해서만 협회의 사전심의 대상이고, 제약사의 학회 광고게재 부분은 적정금액만 명시하고 있을 뿐 심의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따라서 중독정신의학회의 이번 심포지엄도 제약협회 측에 심의가 이뤄지지는 않았다.

광고 적정금액은 ▲학회 운영 웹사이트의 경우 연 1,000만원 한도 내에서 월 100만원까지 가능하고 ▲인쇄 광고매체는 내지 70만원, 최대 200만원 한도 내에서 제약사가 학회에 지급 가능하다. 부스비의 경우 학술대회당 1부스 200만원 기준으로, 학술대회 성격, 규모, 참가원 등에 따라 1부스 최대 300만원까지 가능하지만 제약사당 2부스를 초과할 순 없다.

더구나 공정경쟁규약 위반이 확인되는 경우에 한해 제약사로 하여금 각 분기별로 지급액을 협회에 신고토록 하고 있지만 광고 적정금액 위반에 대한 사후조치는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제약협회 관계자는 "협회가 학회에 대한 제약사의 광고게재 부분에 대해 제약사로부터 나중에 보고를 받기는 한다"며 "(적정금액 위반 등에 대해)보고는 받지만 이미 벌어진 부분에 대해 제재라는 부분은 좀 이상할 것 같다"고 답했다.공정거래위원회도 비슷한 입장이다.

공정위 제조업 감시과 관계자는 "공정경쟁규약을 제약협회가 만든 만큼 부당한 고객유인행위에 해당하는지, 규약에 대한 유권해석은 제약협회에서 하는 것"이라며 "심포지엄 형식에 대한 제약사의 광고 부분이 부당한 유인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가리려면 사실상 케이스를 보고 검토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이 심포지엄의 경우 장소가 오해의 소지가 있기는 하지만 법 위반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학회가 경비를 광고비 외에 지원받으면 문제지만 광고나 부스 등을 통한 수익으로 경비를 충당하는 것은 문제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다만 그는 "소위 학술대회 기간 중 골프 접대나 근처 유명 여행지 관광 등이나 특정 요양기관내 진료과가 설립한 학회에 대한 지원 등이 이뤄진다면 리베이트 소지가 크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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