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한 산부인과가 체외수정한 수정란의 모든 염색체를 조사하는 불임 치료법으로 신생아 16명의 출산을 도운 것으로 확인돼 '생명 선별' 논란이 일고 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11일 보도했다.

고베(神戶)시의 O클리닉은 2011년 2월∼2012년 5월에 97쌍의 부부를 대상으로 비교유전체보합법(CGH) 기술을 이용한 착상 전 유전자 진단을 했다.

이 중 53쌍의 수정란이 순조롭게 자라 자궁 이식에 성공했고, 39명은 임신했다. 16명이 아기를 한 명씩 낳았다. 20명은 임신 중이고, 3명은 유산했다.

수정란을 자궁에 이식한 여성의 임신율은 73.6%로 일반적인 체외 수정 임신율(39세 평균 25%)의 약 3배였다. 여성들의 연령은 28∼45세(평균 39.1세)이고, 과거 수정란 염색체 이상으로 착상하지 못했거나 유산을 되풀이한 이들이다.

착상 전 진단은 체외 수정한 수정란이 배반포(胚盤胞)로 성장했을 때 일부 세포를 꺼내서 염색체 이상을 검사하는 방법이다. 과거에는 염색체 일부를 조사하는데 그쳤지만, 새 기술인 CGH법으로는 모든 염색체를 조사해 거의 확실하게 이상 염색체를 발견할 수 있다.

문제는 염색체에 이상이 있는 수정란은 제거하기 때문에 생명의 선별이나 다운 증후군 등 장애인의 존재 부정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본 산부인과학회는 중증 유전병 환자 등에 한해서 착상 전 진단을 허용하고 있고, 일반 불임 환자에게는 허용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클리닉 원장은 2002년부터 착상 전 진단을 해왔고, 최근에는 CGH법도 이용하고 있다면서 "염색체 이상이 있는 수정란은 착상하기 어렵고, 착상해도 유산으로 끝나는 게 현실이다. 생명을 만들려는 기술일 뿐, 제외하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CGH법의 일종인 배열 비교유전체보합법(a-CGH)을 이용한 출산은 2009년에 처음으로 성공했고, 국내에서도 최근 이 방법으로 30대 초반 산모가 임신한 사례가 보도된 적이 있다.

낙태를 비판하는 '진정으로 산부인과를 걱정하는 의사들의 모임(진오비)' 최안나 대변인은 "검사에서 유전자 이상이라는 결과가 나와도 태어난 뒤 정상적으로 살아가는 아기도 있다"며 "착상 전 검사 과정에서 배아가 손상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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