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지난 28일 고대 의대생 성추행 사건 피의자들 전원에게 실형을 확정했다. 일반 국민들은 이 사건의 세세한 경위를 떠나 ‘저런 의대생이 나중에 나와 내 가족, 친구들의 몸을 살핀다고 생각하면 소름끼친다’는 감정적 반응을 보여왔다.의사는 다른 직업군 보다 높은 윤리의식과 도덕성이 필요한 직업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작용한 것이다. 가해학생 스스로가 뿌듯해하고 자랑스러워했을 ‘의대생’이라는 타이틀이 오히려 그들을 향한 사회적 비난의 강도를 더 높인 셈이다.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의사는 엘리트 집단이며 기득권으로 받아들여진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그래서 더욱 가해학생들에게 선처의 여지가 없었던 것인지 모른다.  그런데 지난 28일 의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전공의 결의대회에서는 젊은 의사들이 '의사도 노동자로서 권리를 찾기 위해 투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오는 7월 14일 열리는 전공의협의회 임시총회에서 노조 집행부를 뽑자는 이야기까지 오고갔다.국민들이 이 이야기를 듣는다면 아마도 ‘있는 것들이 더한다’는 곱지않은 시선을 보낼 것이란 점도 예측 가능하다. 권리를 찾아 투쟁하고 노조를 만드는 것은 사회적 약자들의 생존법으로 통하기 때문이다. 기득권층인 의사들이 자신들의 상황에 따라 약자를 자처하는 태도를 납득하기 힘들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이 의사란 이유로 포기할 수 밖에 없었던 권리는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 바로 노동법으로 보장된 적정 근로시간 보장과 교육받을 권리 등 의외로 너무나 기본적인 권리다. 이날 결의대회에서 대한의사협회 노환규 회장은 전공의들이 상상할 수 없는 노동 강도 때문에 과로사하고, 리베이트에 연루됐다가 유독 강도 높은 수사를 받다가 수치심에 자살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대형병원이 병상을 확충하고 환자유치 경쟁에 나서면서 병원 경영자들에게 전공의는 값싼 노동력으로 치부돼 온 것이 사실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의사들 스스로 내재한 고고함 때문에 투쟁하지 않아 지금까지 불합리한 문제들이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문제의식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듯 하다.   아직 의료전문 기자로서 경험이 일천하고 아는 바도 별로 없지만 이날 결의대회를 보며 의사들 역시 사회적으론 기득권층일 수 있지만 의료시스템 내에서는 약자의 위치에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느꼈다. 불합리한 의료제도와 병원 경영구조 때문에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고, 결국 그 피해가 환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전공의들의 우려에 공감한다. 국민들에게 과잉진료 없이 저렴한 비용으로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정부의 논리에 의사를 향한 국민들의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는 우려에도 일부 공감한다.  안타까운 점은 의사들의 잃어버린 권리를 찾자는 목소리에 국민들이 과연 얼마나 공감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아직은 아닌 듯 하다. 의료현안이 불거질 때만 '의사의 권리'를 요구해온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초짜 의료전문 기자로서 혼란스러운 마음에 횡설수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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