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이동수·전홍진 교수팀 “혈중 BDNF 농도 크게 낮아”

어릴 시절 정신적 충격(트라우마)을 경험한 사람이 성인이 된 뒤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더 높은 이유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규명됐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동수·전홍진 교수와 진단검사의학과 강은숙 교수팀은 미국 하버드의대 MGH병원 미셜런 교수팀(정신과)과 공동연구 결과를 ‘정신의학연구지(Journal of Psychiatric Research’ 최근호에 발표했다고 4일 밝혔다.

 이·전 교수팀에 따르면 정상인과 달리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의 경우 뇌신경 손상을 치료해주는 뇌유래신경영양인자(BDNF)의 세포 내 이용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BDNF는 뇌에서 자연적으로 만들어지는 단백질로 중추신경계와 말초신경계 양쪽의 신경세포에 작용하며, 우울증과도 밀접한 관련성을 띄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우울증 환자 105명과 정상인 50명을 대상으로 BDNF의 혈중농도를 검사한 뒤 트라우마와의 상관관계를 연구했다.

그 결과, 어린 시절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은 BDNF가 인체 내에서 정상적으로 대사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규명해 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성적학대를 경험했던 우울증 환자는 혈소판 내에 BDNF수치가 93.2pg/106platelets로 가장 높았던 반면 혈중 농도는 374.4pg/ml으로 다른 환자군에 비해 현저하게 낮았다.

다음으로 지속적 폭행을 당한 경우가 혈소판 내 수치 87.6pg/106platelets, 혈중 농도 394.2pg/ml으로 뒤를 이었고,, 생명을 위협받을 정도의 사고, 폭언이나 방임과 같은 정서적 학대 등의 혈중 BDNF 농도가 낮았다.

연구진은 “트라우마가 깊은 사람은 혈소판에서 BDNF 수치가 정상인 보다 높았던 반면 우울증과 관련 깊은 스트레스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에는 오히려 혈중농도가 낮은 것으로 측정됐다”며 “혈소판과 혈액 사이의 BDNF 농도 차이는 어릴 때 학대를 받은 경험이 많거나 충격이 클수록 더욱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현재 의료계에서는 혈중 BDNF의 농도가 크게 떨어지는 경우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높고, 치료도 어려운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에 참여한 전홍진 교수는 “어린 시절 트라우마를 겪은 환자는 우울증 치료가 어려웠다”면서 “그러나 이번에 난치성 우울증의 원인이 BDNF의 세포내 이용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밝혀냄으로써 우울증 치료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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