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경(경실련 사회정책팀장)

경제특구 내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이하 ‘경자법 시행령’)‘ 개정안이 지난 17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개정안의 주요내용을 살펴보면, 경제자유구역 내 영리병원 도입을 허용하기 위한 구체적 기준을 마련했다.

이는 사실상 국내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내용으로 경제특구 내 영리병원 허용문제는 의료양극화와 건강보험 무력화 우려로 국회에서조차 법개정 논의가 중단됐던 사안이다.

그러나 정부는 선거 후 논란이 되고 있는 시행령 개정안을 기습적으로 처리했다. 의료정책과 건강보험체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국가주요과제를 국민적 공감대 형성없이 강행한 것이다.

정부의 시행령개정안의 병원설립기준을 보면 외국인 환자를 대상으로 한 외국병원이 아닌 내국인 진료를 위한 병원이라고 볼 수 밖에 없어 사실상 국내 영리병원 도입하기 위한 수순이라는 의혹이 짙다.

사실 현재 경제자유구역내 외국인들도 국민건강보험제도의 적용을 받으며 국내병원의 외국인대상 진료센터 등을 이용하고 있어 병원이용에 대한 불편은 크지 않기 때문에 외국인 전용 의료시설을 제공하여 정주환경을 개선한다는 정부의 명분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시행령에서 외국의료기관과 협력체계를 갖추고 외국인 의사 및 의료진의 비율을  10% 이상 고용하면 병원설립이 가능하도록 규정한 것은 외국면허를 소지한 의사(교포 포함)를 10%만 고용하면 나머지 90%를 한국인 의사를 고용할 수 있다는 것으로 결국 내국인 대상 영리병원이 될 것이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정부는 경제자유구역 내에서 외국의료기관의 영리병원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것일 뿐 전국적 영리병원 확대는 아니라고 강변하고 있지만 경제자유구역 내 영리병원이 허용되면 의료 환경의 격차가 발생하고 환자쏠림현상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수도권의 배후시장 문제로 인천 송도 신도시에서 우선적으로 시작하겠지만 후에 부산, 대구, 광양 등 나머지 경제특구로 확대돼 지역집중현상이 나타나고 경제특구 이외 지역의 국내병원이 경영상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역차별 문제를 제기하며 영리의료 확대를 요구하게 될 경우 정부는 이를 막을 명분이 없게 된다.

영리병원 허용에 따른 부작용은 큰 반면 영리병원의 운영을 통한 수익은 대형자본과 기업들에만 돌아갈 것이므로 사실상 재벌기업에 특혜를 주는 법안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 송도에서는 모 재벌기업이 외국의 증권사와 공동으로 투자하여 병원을 짓는 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외국병원의 이름을 빌려 병원을 지으려고 하지만 이미 국내에도 재벌기업이 소유한 병원이 있고, 정부가 이번에 마련할 시행규칙으로 해외 면허 소지자를 10%만 확보하면 가능하므로 이번 시행령 통과는 사실상 국내 재벌기업의 영리병원 허용을 위한 것과 다름없다.

경실련을 비롯한 시민사회보건의료단체는 그간 의료비 폭등과 의료양극화 등 의료민영화의 폐해는 큰 반면 재벌기업에 특혜를 주는 정책이라는 이유로 정부의 영리병원 허용을 반대해왔다.

의료민영화정책에 대한 국민적 판단은 향후 대선과제로 남겨두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다. 임기를 얼마 남기지 않고 있는 현 정부가 이렇듯 사회적 논란이 불가피한 정책을 서둘러 밀어붙이듯이 처리하는 것은 또 다른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또한 사실상 국내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법안인 ‘경자법 시행령’ 개정안을 즉각 철회하고 의료민영화 정책 추진을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다.<*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외부 필진의 글에 대한 다른 생각이나 의견을 보내주시면 적극 반영토록 하겠습니다(bus19@rapportian.com). 혹은 기사 본문 하단의 '독자 첨부뉴스'를 통해 반론이나 의견을 게재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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