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가 면역체계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면역세포에 보내는 "날 건드리지 마" 신호를 항체로 차단, 암을 치료하는 기술이 개발됐다고 사이언스 데일리가 27일 보도했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 연구팀은 대부분의 암세포들이 면역세포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대량으로 만드는 CD47 단백질을 단일항체로 차단하면 각종 고형암을 치료할 수 있음이 쥐실험에서 확인됐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인간의 유방암, 난소암, 대장암, 방광암, 뇌종양, 간암, 전립선암 조직샘플을 쥐의 해당 기관에 주입, 종양이 형성되도록 2주일 이상을 기다린 뒤 CD47과 결합하는 단일항체를 투여했다.

몇 주가 지나자 거의 모든 종양이 줄어들기 시작했으며 일부 종양은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고 이 연구팀을 지휘한 스탠퍼드 대학 줄기세포생물학-재생의학연구소소장이자 병리학자인 어빙 웨이스먼(Irving Weissman) 박사가 밝혔다.

인간 유방암 조직이 주입된 쥐 5마리는 완치판정을 받았다. 종양이 완전히 사라진 뒤 항체 투여를 중지했지만 4개월이 지나도록 암의 재발 조짐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이 항체가 인간의 고형암을 획기적으로 억제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실험결과가 너무나 극적이어서 앞으로 2년 안에 이 치료법을 실제 암환자를 대상으로 1-2상 임상시험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효과는 이 항체가 CD47 단백질을 무력화시킴으로써 암세포가 이 단백질을 이용해 자연면역계의 대식세포(macrophage)를 향해 보내는 "날 건드리지 마" 신호를 차단하기 때문이라고 웨이스먼 박사는 설명했다.

그의 연구팀은 앞서 암세포가 대식세포에 잡아먹히지 않도록 CD47 단백질을 대량생산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 단백질의 활동을 억제하는 단일항체를 개발, 이를 이용한 암 치료법을 연구해 왔다.

원래 CD47은 혈류 속을 순환하는 혈액줄기세포 표면에서 발현되는 단백질로 이는 대식세포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대식세포는 자연면역계에 속하는 면역세포로 체내를 순찰하다가 침입자나 불량세포를 발견하면 닥치는대로 잡아먹는다. CD47은 대식세포가 실수로 잡아먹은 세포를 다시 토해내게 만든다.

암세포는 이런 기능을 가진 CD47 단백질을 대량으로 표면에 포진시켜 "날 건드리지 마" 신호로 이용한다는 것이 웨이스먼 박사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실험에 사용된 인간의 여러 암조직 샘플을 분석한 결과 암세포의 거의 전부가 정상세포에 비해 3배나 많은 CD47 단백질을 가지고 있었다.

암세포에 이 단백질이 많은 암환자는 이 단백질이 적은 암환자보다 생존기간이 짧다는 사실도 연구팀은 알아냈다.

따라서 암세포의 CD47 발현 규모를 분석하면 암환자의 예후를 예측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연구결과는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온라인판(3월26일자)에 발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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