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종(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


성범죄를 저지를 의료인의 취업을 10년간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된 '아동·청소년 성보호법'을 놓고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다. 의료계는 이 법안이 형평의 원칙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의료인의 특성조차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법안이 그대로 강행될 경우 의료인이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은 진찰거부 밖에 없다는 극단적인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전국의사총연합은 의사들의 서명을 받아 대통령에게 이 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도록 탄원하는 작업도 추진 중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지난 1일 성명을 내고 “성범죄로 유죄판결이 확정된 의료인의 면허를 10년간만 제한하는 법률에 대해 의사들의 서명을 받아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행사하도록 탄원하겠다는 발상은 유치한 것”이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특히 “만일 전의총에서 서명운동을 계속한다면 환자단체연합회는 성범죄 의료인의 면허를 영구 박탈하는 청원운동을 전개할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도 드러냈다. 환자단체연합 안기종 대표에게 이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들어봤다. 

- 지난 1일 발표한 성명서를 보면 전의총의 행동에 대해 ‘유치’ 또는 ‘부끄럽다’는 표현을 써가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를 두고 전의총은 연합회의 성명은 환자를 위한 성명이 아니라 연합회의 존재가치를 홍보하기 위한 것이라 꼬집고 있다. “진료실의 특성상 밀폐된 공간안에서 탈의상태로 신체접촉을 할 수 밖에 없어 성추행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의료인 성범죄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이를 증명해준다. 이것을 방지하자는 법안이 '아동·청소년 성보호법'인데 전의총은 서명운동을 통해 대통령 거부권을 발동시켜 이 법안을 막으려 하고 있다. 이를 규탄하는 성명이 어떤 이유로 환자들을 위한 성명이 아니란 말인가.”

- 전의총의 반박 성명에 따르면 환자단체연합회 관계자가 노환규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의견을 들은 후 “문제가 많은 법안”이라며 전의총의 입장에 동조하는 입장을 보였다는데 사실인가.

“연합회 간사가 전의총 노환규 대표에게 전화를 한 것은 맞다.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기고하기 위한 인터뷰였다. 그러나 해당 간사에 따르면 노 대표의 주장에 동조한 적이 없다. 환자단체연합회의 간사가 환자의 인권을 지키기 위한 법안을 반대하는 주장에 어떻게 동의를 할 수 있단 말인가. 상식적으로 말도 안되는 주장이다.”

- 전의총은 아동청소년성보호법의 취지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이로 인한 의사들의 방어진료로 환자들의 진료권이 훼손될 것을 우려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환자단체연합회가 전의총의 주장을 비상식적이라고 규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아동·청소년보호법은 진료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예를 들어 유방암 진단 시 의사는 당연히 여성환자에게 동의를 구한 후 탈의 및 검진을 해야 한다. 일언반구도 없이 가슴을 만지면 여성환자는 수치심을 느낄 수 있다. 이것이 성추행이 아니고 무엇인가. 환자가 의사를 성추행범으로 몰 수 있기 때문에 법적 책임을 지지않기 위해 방어진료를 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이다.”

- 전의총이 ‘아동·청소년성보호법’과 관련한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수락할 용의가 있는가.

“공개토론을 피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공개토론을 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겠다. 무슨 내용으로 공개토론을 한다는 말인가. 연합회의 주장은 오직 전의총의 대통령 탄원서를 취소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 향후 환자단체연합회와 전의총 간의 갈등이 격화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전의총이 반박 성명을 낼 것은 이미 짐작하고 있었고 이에 대한 준비까지 마련한 상태이다. 모두가 연합회가 예측한 시나리오대로다. 전의총이 많은 활동을 하고 있지만 이는 의사와 환자 간의 문제이다. 적어도 이 문제만큼은 절대로 방관하지 않을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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