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박테리아는 위장술로 백신을 피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로리 보우든(Rory Bowden) 박사는 폐렴, 뇌수막염, 패혈증 등을 일으키는 박테리아인 폐구균이 같은 종류지만 혈청형(serotype)이 다른 박테리아의 유전자 조각을 자기 것과 바꿈으로서 백신을 피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BBC 인터넷판과 AFP통신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폐구균은 90가지 변종이 있으며 저마다 혈청형이 달라 면역체계에는 서로 다르게 보이기 때문에 이를 막으려면 변종 하나하나마다 다른 백신이 필요하다.

미국에서는 폐구균 변종 중 가장 흔한 7가지에 효과가 있는 백신이 2000년 도입돼 5세 이하 아동들의 폐렴, 뇌수막염, 패혈증 발생률이 2007년까지 76%나 줄어들었으나 그 후 점차 면역효과가 낮아져 지금은 13가지 변종에 효과가 있는 백신이 새로 만들어져 사용되고 있다.

보우든 박사는 최초의 폐구균 백신이 시간이 가면서 면역효과가 떨어진 이유를 규명하기 위해 역학조사와 함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일부 변종이 죽은 다른 변종의 DNA 조각을 자기 것과 바꿔 면역반응을 피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놀라운 것은 바꿔치기 한 DNA 조각이 백신의 표적인 세포표면을 만드는 유전자 부분과 정확하게 일치했다는 사실이라고 보우든 박사는 밝혔다.

이는 문제의 변종이 독성은 그대로 지닌채 외모만 바꾸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이처럼 변장에 성공한 변종 중 하나(P1)는 미국을 동에서 서로 횡단하며 퍼져나갔으며 2007년에 가장 크게 유행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연구결과는 유전학전문지 '네이처 제네틱스(Nature Genetics)' 최신호에 발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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