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1일 경기도 화성시의 브레인 촬영장에서 마지막 수술 신을 찍고 있는 이강훈(신하균).

‘브레인’은 신경외과 의사들이 환자를 보면서 겪는 일들과 병원 조직 내의 암투를 그린 메디컬 드라마이다. 메디컬 드라마는 사람이 죽고 사는 현장을 무대로 하는 만큼, 극적 긴장성이 살아있는 이야기를 전개하기 쉽다. 하지만 만들기가 쉽지 않다. 극적 긴장이나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선 상당한 전문지식이 요구되며 촬영장 세트나 배우들의 연기지도까지 특별한 노력이 더해져야 한다. 그런 까닭에 94년에 MBC에서 ‘종합병원’이 방영된 이래, 국내에서 메디컬드라마는 거의 만들어지지 못했다. 그 사이 시청자들은 케이블 TV 등을 통해 ‘하우스’, ‘ER’, ‘그레이 아나토미’ 등 외국의 메디컬드라마를 접하고 즐겼다. 천편일률적인 소재의 국내드라마에 식상한 시청자들은 전문성 있는 외국드라마를 보고 신세계에 빠져들었다. 국내 드라마 제작자들은 시청자들이 다양한 소재의 전문성을 갖춘 드라마를 보기 원한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시청자들의 높아진 눈높이에 맞출 드라마를 만드는 일이 쉽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머뭇거렸다. 즉 국내 방송가에서는 제작 여건만 된다면 메디컬드라마는 한번 도전해볼만한 장르라는 사실에 공감했지만 선뜻 제작에 나서기에는 엄두가 나지 않는 상황이었다. 한편 2000년대 들어 한류 등의 영향으로 국내 드라마들의 해외 수출이 늘어나면서 제작과 투자 규모가 대형화되었다. 해외 판권 등의 판매로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판단한 외부제작사들이 드라마 제작에 뛰어들면서 웬만한 영화보다 훨씬 높은 제작비를 쓰는 블록버스터 드라마들이 생겨났다. 거액의 제작비를 들인 드라마가 국내외 판권수익으로 제작비를 회수하기 위해서는 질 높은 드라마를 만들어야 하며, 이를 위해 소재의 다양성과 높은 전문성을 추구하게 되었다. 드디어 제대로 전문성을 살린 메디컬드라마가 만들어 질수 있는 드라마 제작의 여건이 마련된 것이다. 2007년에 MBC에서 일본드라마를 리메이크한 ‘하얀거탑’은 방송 즉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완성도 높은 대본과 김명민 등 배우들의 호연은 단숨에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일반외과와 소화기내과를 배경으로 의사들의 경쟁과 암투를 생생히 그리면서 인간의 권력을 향한 욕망을 제대로 그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곧이어 SBS에서 ‘외과의사 봉달희’가 방송되었다. 흉부외과 레지던트인 여의사가 다양한 의료적 상황과 로맨스를 접하면서 성장하는 드라마였다. ‘외과의사 봉달희’는 초반에는 참신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시청자들의 감동과 호평을 자아냈다. ‘외과의사 봉달희’는 실제 의사가 제작 과정에 적극 참여하면서 리얼리티를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이 작품에는 의사가 보조 작가로 제작에 참여함으로써 스토리와 의학적 상황 묘사에 전문성을 더했다. 같은 해 MBC에서 ‘뉴하트’를 방송하였고, 2008년엔 십여 년 전 종영된 ‘종합병원’의 시즌2를 방송하여 메디컬드라마의 붐을 이어갔다.  2011년에는 옴니버스 형식의 메디컬드라마 ‘심야병원’이 만들어졌다.  # 신경외과 의사들의 피 튀기는 세계를 그린 ‘브레인’

‘브레인’은 KBS에서는 처음 출시한 메디컬 드라마이다. 2007년부터 메디컬드라마가 성공적으로 만들어지고 시청자들의 반응도 뜨겁게 얻을 수 있다는 것이 검증된 상태였지만, KBS에서는 아직 이렇다 할 메디컬드라마가 없었다.

그러나 ‘브레인’은 이미 2010년부터 기획되고 있었다. 2010년 6월에 시놉시스가 나온 상태였고, 올해 10월부터 본격적인 촬영에 돌입하기까지 13개월이 넘는 사전 제작기간을 가진 회심의 역작이다. ‘브레인’은 신경외과 병동을 배경으로 뇌손상 등 의학적 상황과 더불어 의사들 간의 권력적 암투와 로맨스를 담는다. 신경외과는 기존의 메디컬드라마가 주로 다루었던 분야인 일반외과나 흉부외과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영역이다. 뇌(腦)라는 장기가 인체의 모든 활동을 지배하지만, 어떻게 작동되는지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기 때문에, 뇌를 수술한다는 행위가 여전히 신비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까닭에  1999년에 나왔던 곽경택 감독 (2001년에 ‘친구’로 대박을 쳤던 바로 그 감독)의 영화 ‘닥터 K’는 신경외과 의사가 환자의 뇌수술을 집도하고 치유시키는 이야기에 미스터리와 판타지를 가미하였다. 당시 ‘닥터 K’는 생생한 수술 장면이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내용은 의학과 주술이 결합된 기묘한 메디컬판타지 영화였다.

드라마 ‘브레인’은 그 신비함을 엄밀함으로 바꾸어낸다. 주술이나 판타지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심리적인 대결구도가 팽팽하게 지워진다. 대립되는 의사 상이 제시되고, 이들이 의사사회에서 갈등과 권력다툼을 벌이는 것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대결하는 인물들의 내면이 치밀하게 그려진다. 인물들 사이에는 의료사고에 얽힌 구원(舊怨)이 있고, 뇌혈관센터나 병원 내 입지를 둘러싼 권력의지가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의료적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드러나는 인간적인 고뇌로 말미암아 인간성에 대한 탐문이 들어있다. 여기에  뇌 손상으로 인한 인물의 급격한 성격변화 등 신비한 뇌의 작용이 얽혀들어 박진감 있는 스토리가 펼쳐진다. 초반에는 휴머니스트인 김상철교수(정진영)와 출세지향적인 이강훈(신하균)이라는 대조적인 의사상(醫師像)의 대립이 두드러지면서, 단선적인 인물구도가 흠처럼 보였지만, 뒤로 갈수록 인물들의 성격이 입체적으로 변화하고, 인물들끼리 서로가 서로를 되비추고 반영하는 ‘거울상 구도’를 보여줌으로써, 인간성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보여주어 대단한 호평을 받고 있다. 주연을 맡은 신하균의 연기가 불꽃을 튀기면서 시청률의 상승은 물론 연말 시상식의 연기대상까지 거머쥐었다. ‘브레인’은 수술 장면을 비롯한 의학적 상황에 대한 전문성이 특히 돋보인다. 1년이 넘는 제작 준비 기간과 40억원이나 들인 촬영장세트 등 드라마의 질을 높이기 위한 특별한 노력이 기울여졌기 때문이다. 

# 병원을 통째로 옮겨 놓은 듯한 드라마 세트장

지난 11일 경기도 화성군에 마련되어 있는 ‘브레인’ 촬영장을 찾았다. 촬영장을 찾아가기는 수월치 않았다. 밖에서 보면 논밭 가운데 있는 공장일 뿐, 드라마 세트장이라는 것을 전혀 알 수 없었다. A4 종이에 ‘브레인 촬영장’이라는 글씨가 성의 없게 씌어진 안내표시가 특장차를 만드는 공장의 정문에 붙어있을 뿐이었다. 세트장은 커다란 공장 건물 안에 지어져 있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아예 병원을 통째로 옮겨 놓은 것 같은 공간이 펼쳐진다. 정말 병원 복도와 똑 같은 복도가 나오고, 이를 지나니 응급실이 나오고, 코너를 돌아가니 수술실로 이어진 복도가 나온다. 병동과 병실, 연구실, 집 등이 하나의 동선으로 이어지면서 거대한 폐곡선을 그리게 되어있다. 면적을 물어보니, 무려 800평의 규모라고 한다. 800평 공간을 사용하는 임대료를 한 달에 2,500만원씩 공장 측에 지불한다고.

세트 안의 인테리어나 시설은 병원과 똑같은 재질과 디자인으로 지어졌다. 장비, 가구, 소품 등도 병원에서 보던 것과 완전히 똑같다. 너무 신기해서 다 만져보았다. 처음엔 의료장비가 케이스만 있고, 속은 빈 것이려니 했는데 아니었다. 시암 촬영기나 수술대, LED 무영등, 컴퓨터 등등이 모두 실제로 작동되는 진짜 장비이다. 무려 60억원어치의 의료장비를 업체로부터 협찬 받았다고 한다. 응급실 벽에 설치되어 있는 산소발생기에서는 진짜로 산소가 나왔다. 입이 딱 벌어지는 규모와 디테일이다. 물론 업체가 60억 원어치의 장비를 협찬한 것은 일종의 간접광고 효과 때문일 것이다. 벌써 어떤 병원에서는 무영등을 드라마에서 나온 것과 같은 LED로 교체했다고 한다.

▲ 의학자문을 돕고 있는 신동기 PD와 촬영 뒷얘기를 나누고 있는 황진미 작가

병원 관계자라면 ‘국내 최고의 병원’을 그린 ‘브레인’을 보고, ‘첨단의 병원이라면 저런 것을 갖춰야 하는 구나’하는 생각에 구매력을 발휘할 만도 하다. 그런데 간접광고로 치자면, 서울성모병원이 얻는 광고 효과가 가장 클 듯하다. 드라마에는 ‘천하대 병원’으로 소개되지만, 멀리서 병원건물의 외관을 잡을 때 그것이 강남 고속버스 터미널 근처에 있는 서울성모병원이라는 것을 쉽게 알아볼 수 있다. 가운이나 침구,  벽 등에 새겨져 있는 병원 마크도 가톨릭의대 서울성모병원의 마크와 매우 유사하고, 병원 내 인테리어나 간호사의 옷 등등도 모두 서울성모병원의 디자인을 거의 그대로 쓰다시피 하여서 서울성모병원의 이용자라면 당연히 알아볼 수 있다.    

드라마 촬영장을 찾았을 때는 마침 수술방에서 이강훈(신하균)이 집도하여 김상철 교수(정진영)의 뇌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을 하는 마지막 회차의 장면을 찍고 있었다. 수술하는 이강훈(신하균)이 정교하게 만들어 놓은 더미를 앞에 두고 수술에 앞서 한마디 대사를 하는데 서너 대의 카메라가 일제히 신하균의 얼굴을 향해 렌즈를 들이댔다. 같은 대사를 여러 번 반복해 찍고, 어시스트 서는 의사의 반응 숏을 나누어 찍느라 한 장면을 찍는데도 많은 시간이 들었다. 수술 방 안은 물론, 바깥 복도와 맞은편 수술 방에는 여러 명의 스태프들이 화면을 모니터링하면서 엉켜있었다. 스태프가 모두 몇 명이냐고 물으니, 현장에 관여하는 스태프들이 40-50명가량이 되며, 편집 등 후반 작업을 하는 스태프까지 모두 합치면 100명가량 된다고 한다. 스태프들은 메디컬드라마 촬영에 나름대로 노하우가 축적되어 있다고 자부했다. 미술감독이 ‘하얀거탑’에서 작업했던 사람이라 병원 세트를 통째로 짓는 것도 가능했고, 정교한 더미를 만든 특수분장 팀도 오랜 영화작업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팀이라는 것이다. 하기야 한국의 영화와 드라마 산업도 이제 세계적인 수준의 인프라가 축적되었다고 할 수 있다. # ‘브레인’을 있게 한 의학자문 의사 강석구 교수제작PD와 조감독은 서울성모병원 신경외과 강석구 교수에 대해 입에 침이 마르도록 감사와 칭찬의 말을 이어갔다. 드라마 촬영 전부터 대본에 대한 의학적 자문을 맡아주었고, 신하균에게 수술방법의 손동작 등을 일대 일 지도를 해주는가 하면, 어떤 의료장비를 어떤 업체로부터  협찬 받아야 하는지 등을 제작진에게 알려주고 코디네이터 역할까지 했다고 한다. 서울성모병원 신경외과의 절대적인 도움으로 감독과 작가, 스태프들은 병원에서 얼마간 기거하며 수술과 처치 등 의료진들의 활동을 면밀히 보고 익힐 수 있었다.

▲ 서울성모병원 강석구 교수(신경외과, 사진 가운데)는 열정적인 의학자문으로 브레인의 수준을 한단계 더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감독도 하루 종일 걸리는 수술을 대 여섯 번 참관했다. 강석구교수는 병원에서의 업무가 끝나면 밤에도 촬영장으로 달려와 계속 현장을 지키며 촬영분에 의학적 오류가 없는지 꼼꼼히 살피고 지적했다. 어휴 생각만 해도 징하다. 신경외과 부교수면 병원일 만으로도 집에 못 들어가는 날이 태반일 것이다. 여기에 일 끝나고 촬영장으로 달려왔다니 집에는 거의 못 들어가지 않았을까. 신경외과 의사 특유의 ‘워크홀릭’과 완벽주의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강석구 교수는 드라마에 의학적 오류를 없도록 해야 한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끊임없이 잘못된 점을 지적하였는데, 그것이 전부 현장에 반영되지 못하는 것에 실망하기도 하였다고 한다. 제작진은 “드라마는 다큐멘터리가 아니며, 극적 재미를 위해 허구를 허용할 수밖에 없음”을 계속 설명하면서, “제작의 한계 상 자문의가 지적한 내용의 70% 밖에 반영되지 못하지만, 오류를 줄이기 위해서는 ‘지적 질’의 수를 줄여선 안 된다”고 계속 설득했다 한다. 제작진은 강석구 교수 이외에 현장에서 많은 의학적 자문을 해준 사람으로 마원희 코디네이터에 대한 감사도 아끼지 않았다. 간호사 출신인 마원희 코디네이터는 수술방에서의 멸균의 개념이나 동작 등 배우들의 디테일한 움직임을 끊임없이 교정하는 역할을 수행했다고 한다.

# 리얼리티를 향한 디테일들

하기야 의료인의 입장에서 드라마를 보면 자잘한 흠결만 눈에 들어온다. 가령 수술방에는 멸균이 된 것과 아닌 것이 나뉘어져 있어서 만질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엄격하게 구분되어 있다. 따라서 얼굴 쪽으로 손이 올라가면 안 된다거나 어시스트 자리를 옮길 땐 어떻게 움직여야 한다거나 무영등 손잡이를 잡을 땐 어떻게 해야 한다는 등의 동작의 제한이 많다. 그런데 그런 규칙들이 전혀 지켜지지 않는 메디컬드라마는 몰입이 되지 않는다.

‘브레인’의 경우 제작진은 그러한 규칙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때때로 신하균의 손이 어깨 높이 위로 올라가는 경우가 있지만, 적어도 개념은 존재하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불만스러운 점이 있다. 실제로 수술 방에서 환자의 생명은 마취과 의사에게 궁극적으로 맡겨져 있다. 마취과의사들은 단순히 수술을 도와주는 보조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수술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결정하는 순간부터 외과 의사들과의 밀고 당기기를 벌이는 주체이다. 사실 마취과의사와 외과의사들 간의 실랑이가 하나의 드라마를 형성하기도 한다. 그러나 ‘브레인’을 포함한 메디컬드라마에서는 마취과 의사의 존재는 너무도 미미하게 그려진다. 어떤 수술 장면에서는 아예 보이지도 않거나 환자의 목숨이 경각에 달린 순간에도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한다. 또한 ‘수술장 사망(테이블 다이)’은 극히 꺼려지는 일로 “최고 수준의 대학병원”에서는 거의 일어날 수 없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극적인 효과를 위해 ‘수술장 사망’을 쉽게 허용하는 것 등은 더 지적되고 수정되어야 할 문제이다. 의료인이 ‘브레인’을 볼 때 극의 몰입을 방해받는 요소 중 하나로, 용어의 문제를 꼽을 수 있다. 현장에서 사용하는 의학용어는 거의 영어로 된 약자들이다. 그러나 그런 용어를 드라마로 그대로 사용했을 때, 시청자들의 입장에서는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그들만의 암호’가 된다. 아무리 자막을 활용한다고 해도 일일이 모든 것을 자막으로 처리하기엔 한계가 있다. ‘브레인’의 제작진들도 그런 문제를 고민했다고 한다. 그래서 극중에서 의료진들은 한국어 의학용어를 사용하고 자막으로 용어해설이 나간다. 의료인의 입장에서는 한국어 의학용어로 소통하는 극중 의료진들의 대화가 무척 어색하게 느껴지며, 리얼리티가 떨어진다고 생각할 사람도 많다. ‘브레인’의 제작진들도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시청자들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절충이었다고 말한다. # ‘종합병원’에서 ‘브레인’까지. 그리고 그 이후

1994년 ‘종합병원’이 방송되기 전에는 중환자의 얼굴에 산소마스크 하나 씌워놓기 일쑤였다. 기도삽관의 개념도 없었고, 의사는 그저 빳빳한 가운을 입고 외래나 병실에서 환자나 보호자에게 말하는 장면만 연기하면 되었다. 그러나 ‘종합병원’에서 심폐소생술 장면이 처음으로 방송을 탔고, 의국 등의 공간에서 의사들끼리의 관계가 조명되었다. ‘하얀거탑’과 ‘외과의사 봉달희’를 거치면서 의료적 상황과 의사들 간의 대결이 맞물리는 메디컬드라마의 장르적 가능성이 검증되었고, ‘브레인’에 이르러 배우들은 완벽하게 수술 방을 옮겨놓은 촬영세트에서 직접 연습한 손동작으로 타이를 하며 정교한 수술 장면을 연기한다.

‘브레인’ 종영 후, 올해 SBS의 ‘제3병원’과 TIBC의 ‘신드롬’ 등 또 다른 메디컬드라마가 제작될 것이라는 소식이다. 더 많은 메디컬드라마가 더욱 철저한 고증으로 만들어져 시청자들이 의료적 상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이를 위해서 의료계는 단지 리얼리티가 없다고 불평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더 질 높은 메디컬드라마가 만들어 질 수 있도록 제작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협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은 일반인들이 의료적 상황과 의료현장의 특수성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병원에서 미처 형성하지 못한 ‘라포’를 사회적인 규모로 형성할 수 있게 해준다. 

또 누가 메디컬드라마의 자문이라는 고된 역할을 맡을 지 알 수 없지만, 모든 제작진들이 입을 모아 감사를 표하는 강석구 교수와 같은 열정을 표해주기를 바랄 뿐이다.   

황진미는? 

이화의대를 졸업하고, 연세대 보건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며 진단검사의학 전문의 자격도 취득했다. 2002년에는 <씨네21>을 통해 영화평론가로 데뷔했다. 현재 <한겨레21>, <시사저널>, <비타민> 등에 영화 관련 글을, <한겨레 훅>에 법정르뽀를 기고하고 있다. 앞으로 '황진미의 라뽀&르뽀'를 통해 보건의료계, 혹은 의료시스템과 관련된 이슈를 진단하는 글을 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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