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규 공보의를 대상으로 한 직무교육 모습.

일부 공중보건의사들이 민간의료기관에서 불법 진료를 한데 대해 보건복지부가 복무기간 연장 등의 강경 조치를 취할 방침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앞서 국무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실은 지난해 12월 의약품 리베이트 혐의가 제기된 아산시 보건소 공보의들을 대상으로 현지조사를 벌이는 도중 공보의 3명이 인근의 민간병원에서 불법 진료 아르바이트를 한 사실을 적발했다.

복지부는 불법 진료를 한 공보의들에게 최대 5배의 복무기간 연장 명령을 내릴 것이라고 3일 밝혔다.

현행 ‘농어촌 등 보건의료를 위한 특별조치법’에 따르면 공보의는 의무 복무 기간 동안 공중보건업무 외에 다른 업무에 종사해서는 안 된다.

복지부는 이를 위반한 공보의에게 해당 업무에 종사한 기간의 5배를 연장해 근무할 것을 명령할 수 있다.

이와 관련 복지부 건강정책과 관계자는 “지금까지 불법 아르바이트로 적발된 공보의는 모두 복무기간을 5배 가량 연장해왔다”며 “이번에도 원칙대로 처벌하되 330일을 진료한 공보의의 경우 정식 복무기간이 3년인 것을 감안해 그 기간 안에서 처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복지부의 불법 진료 적발 건수는 2006년부터 2011년까지 50여건에 그쳐 실제 이뤄지고 있는 불법 아르바이트 실태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충남 A보건지소의 한 공보의는 “공보의들이 인근 병원에서 야간당직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충청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공보의들의 급여 만족도가 낮은데다 지방 중소병원의 인력난이 가중되고 있어 공보의 불법 진료가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와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공동으로 진행한 ‘공중보건의사 실태조사 연구’에 따르면 급여 지급 수준에 대해 불만족이라고 응답한 공보의가 전체(778명)의 약 40%(307명)에 달했다.

응답자의 61%는 진료활동장려금 등의 인센티브 지급 수준에 불만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경북 B보건소의 한 공보의는 “가정을 꾸린 경우라면 세전 200만원에도 못미치는 급여에 대한 불만이 많을 수밖에 없다”며 “예전 기준에 맞춰 책정된 진료장려금도 나오지 않는 지역이 많아 불법 아르바이트 유혹에 넘어가기 쉽다”고 털어놨다.

지방 중소병원 중에는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인건비가 싼 공보의를 채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경기도 평택의 한 중소병원장은 “야간에 전문의를 상주시키다보니 인건비 지출이 상당하다. 하지만 주변의 대형병원들이 24시간 응급실을 운영하고 있어 응급실을 열지 않을 수 없다”면서 “결국 타 지역 전공의와 공보의를 비정기적으로 채용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충남 당진의 한 종합병원 관계자는 “응급실 의료인력이 항상 부족하다. 신설병원도 우후준숙 생겨 야간당직의를 구하기 더 어려워 지고 있다”며 “일당 20~30만원으로 공보의를 채용하는 병원이 많을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공보의 배출 인원이 전체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공보의 복무기간 만료를 앞둔 지방 병원들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강원도 양구의 한 종합병원 관계자는 “복무 기간이 오는 4월로 종료되는 공보의가 대부분이라 정상적인 응급실 운영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야간당직의 채용 공고를 내고 있지만 월급이 맞지 않아 지원자가 없다”고 우려했다. 

한편 의료계에서는 보건소를 벗어나 타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한 행위는 불법이 맞지만 공보의 처우 개선과 불법을 저지른 의료기관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공협 기동훈 회장은 “이번 기회로 공보의들이 불법 아르바이트에 대한 경각심을 갖기 바란다. 다만 공보의 보수의 현실화도 병행돼야 한다”며 “또한 적은 비용으로 병원을 운영하기 위해 공보의들을 불법으로 모집한 병원도 반드시 처벌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김일호 회장은 “공보의들이 아르바이트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라며 “하지만 공익근무요원이 퇴근 후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은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데, 사회적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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