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포르시안은 의사와 환자 상호간 이해의 폭을 넓히고, 보다 나은 의료서비스 이용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화성에서 온 의사, 금성에서 온 환자’란 연중기획 보도를 준비했습니다. 대한의료커뮤니케이션학회와 공동으로 마련한 이 기획은 환자들이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는데 있어서 부정확하게, 혹은 잘못 알려진 의학적 지식을 짚어내고 올바른 의료정보를 전달하고자 하는 취지로 마련됐습니다. 또한 환자들이 의료기관을 이용하기 전 미리 준비하거나 알아두면 병원 이용의 편의성이 높아지고, 의사가 보다 정확한 진단을 내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자는 취지입니다. 나아가 환자들이 의료진의 고유 업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상호 불필요한 오해를 줄여 의사-환자가 라뽀를 높이는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정확한 진단과 그에 상응하는 효과적인 투약이 이뤄질 경우 치료 효과가 신속하게 나타나는 것이 소아질환의 특징이다.

하지만 환아의 부모들이 인터넷 검색이나 주위 사람들의 입을 통해 습득한 단편적인 지식을 앞세워 의사들의 진단에 의심을 품고 처방을 거부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항생제 처방이다.

소아청소년과 의원에서는 성인에 비해 상기도감염에 자주 걸리는 소아의 특성상 2차적인 세균감염에 의한 부비동염, 중이염 등의 합병증이 발생해 항생제를 사용해야 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런데 항생제라면 지레 겁을 먹고 ‘결사 반대’를 외치는 부모들 때문에 할 수 없이 항생제를 빼고 기침 콧물약만 처방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게다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보건당국이 나서 감기에 항생제 처방은 무조건 나쁘다는 식으로 홍보하면서 마치 감기에 항생제를 처방하는 의사가 부도덕한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항생제 처방이 필요한데도 불구하고 항생제 처방을 꺼려하는 의사들도 적지 않다.

결국 그 피해는 아이에게 돌아간다. 한달이고 두달이고 누런 코를 달고 살아야 하며 심한 경우 합병증으로 위험한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이염을 앓고 있던 아이가 엄마의 항생제 처방 거부로 인해 결국 중이염이 뇌까지 퍼져 뇌막염으로 사망하는 사례도 있었다.

항생제 처방을 받고 나서도 문제는 여전하다. 의사의 처방을 무시한 채 아이의 상태가 호전됐다 싶으면 항생제가 포함된 약을 장롱 깊숙이 처박아버리고 만다. 콧물도 안나고 열도 내렸는데 좋지도 않은 약을 계속 먹일 필요가 있을까 하는 판단 때문이다.아니나 다를까 며칠 뒤 아이는 또 다시 누런 코를 보이고 엄마는 부랴부랴 장롱에 모셔두었던(?) 항생제가 처방된 약을 꺼내 아이에게 먹인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의사의 처방을 무시하고 임의로 항생제 복용을 중단하는 것이야말로 정말 위험한 행동이다.

증세가 사라졌더라도 몸 안에 균이 완전히 파괴된 것은 아니다. 증세가 없어졌다는 이유로 복용을 중단하면 남아 있던 균들이 되살아나 내성균으로 변해 더 강력한 항생제를 써야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항생제 내성은 몸 속에 그 성분이 남아 있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세균에 내성이 생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항생제 오남용보다 더 위험한 것은 바로 임의로 복용을 중단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도움말 : 인천 연세i사랑소아과 조광신 원장(소아과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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