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의사 네티즌이 국내 유명 포털사이트에 "의사들에게 의약품 리베이트가 어쩔 수 없이 필요한 상황이며 리베이트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복제약 값을 대폭 인하해야 한다"는 내용의 파격적인 글을 게재해 네티즌 간 이를 둘러싼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의 자유토론방에는 지난 28일 현직 내과의사라고 신분을 밝힌 '아킬레스건'이란 아이디의 네티즌이 작성한 '의약품 리베이트, 의사를 너무 매도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게재 이틀만에 1,700여개가 넘는  댓글이 달리면서 토론방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 네티즌은 아고라에 올린 글을 통해 “리베이트로 인해 일방적으로 의사집단이 매도당하는 것 같아 속상하다”며 “리베이트는 제약산업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기인한다. 결국 제약회사와 정부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제약산업의 구조적 모순과 복지부 공무원의 뒷돈 거래를 리베이트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는 “한국은 복제약값이 오리지날 약값의 80%로 책정돼 있어 제약사들의 주머니를 불려줬고, 국내 제약사들은 이런 자금력을 바탕으로 리베이트 공세를 펼친 셈”이라며 “복제약이 출시될 때 복지부 공무원을 상대로 약값 책정을 잘 받을수 있도록, 대관로비를 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H약품 같은 회사가 대표적인 리베이트 회사”라며 “의약분업 초창기만 하더라도  10위권이었던 회사가, 공격적인 리베이트 공세를 펼치면서 10년만에 제약업계 3~4위 수준까지 올라왔다. 덕분에 제약사 간 (리베이트) 경쟁은 불이 붙었고, 시장은 혼탁한 양상으로악화됐다”고 지적했다.

낮은 수가와 의료기관 간 출혈경쟁 등으로 의사는 리베이트를 받을 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는 입장이다.

이 네티즌은 “우리 회사 약을 써주면 돈을 준다는데 이것을 마다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다. 비슷한 효과라면 마케팅하는 회사 제품을 쓰는 것”이라며 “예전처럼 의사들의 수입이 보장된 것도 아니고, 빚을 몇억원씩 내서 개원하는 의사들이 대부분이고, 출혈경쟁까지 해가면서 개원가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현실에서 의사들은 이런 유혹을 견디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90년대를 지나 2000년대로 넘어오면서 의료계는 생존경쟁을 펼치는 상황이 됐고, 낮은 수가에도 큰 반발없이 지내온 것은, 리베이트 수입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리베이트 쌍벌제가 통과된 후에는 간이 배밖으로 나오지 않고는 (리베이트를) 받기 힘든 환경이 되었다“고 토로하며 리베이트를 근절하는 동시에 복제약값을 대폭 인하해 수가를 현실화하는 개혁이 시급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네티즌은 “복제약값이 68%라도 외국에 비해 비싼 건 사실이다. 이번에 약가인하로 오리지날 약값의 50%로 책정된 것도 아직 높다”며 “최근 리베이트 규모만큼 약값을 인하해 정부가 균형을 맞췄지만, 거기에서 절감된 정부지출 약제비는 의료수가 현실화로 이어져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쏘아붙였다. 

한편 내과의사 네티즌의 리베이트 관련 글을 놓고 많은 네티즌들이 댓글을 통해 갑론을박이 펼쳐쳤다. 닉네임이 ‘Persona’인 한 의사는 “얼마 전에 싼약 많이 써서 약값 절약했다고 몇 십 만원을 정부에서 주던데요. 그건 리베이트 아닌가요?”라고 꼬집었다.

자신을 약사라고 밝힌 한 네티즌(DANA)은 “약장에 같은 성분인데 20~30개씩 회사만 다른 약들이 놓인 걸 보면 한숨이 나온다”며 “국가에서 성분당 3~5개 회사만 허가해주고, 그 회사들 약품을 모두 구비해 약가격표에 따라 환자가 결정하는 시스템이면 리베이트도 사라질 것”이라고 제안했다.

‘심슨’이라는 닉네임의 네티즌은 “국민들은 리베이트 근절선언에 큰 의미가 없다며 불참을 선언하는 의사협회가 아니라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문제점을 제일 잘 아는 의사들이 먼저 솔선수범해서 행동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따끔한 글을 남겼다.

제약사 직원이라고 밝힌 네티즌은(antichrist)은 “제네릭이 오리지널의 80%라는 것은 말도 안된다. 제네릭 특허가 풀릴 때를 기다려 식약청에서는 (제약사가) 먼저 들이민 순서대로 약가를 책정한다“며 “1등에게는 80% 2, 3, 4등에게는 최하 15%까지 수가를 책정한다. 따라서 제약사들은 심평원과 식약청에 엄청난 로비를 하게 돼 있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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