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덕(하버드신경과의원 원장, Brainwise 대표이사)

[라포르시안] 치매(dementia)라는 언어가 인류의 기록에 처음 등장한 것은 서기 600년경이다. 세비야 대주교 성 이시도르(Saint Isidore, Archbishop of Seville, 560~636)가 그의 책 ‘어원학(Etymologies)’에서 치매라는 용어를 최초로 사용했다.

dementia는 라틴어에 기원을 두고 있으며, 박탈 또는 상실을 뜻하는 접두사 ‘de’와 정신을 의미하는 어근 ‘ment’, 그리고 상태를 가리키는 접미사 ‘ia’의 합성어다.  즉 치매는 ‘정신이 부재한 상태(out of mind)’를 일컫는 것이다.

치매는 인간사회의 역사와 오래도록 함께 해왔다. 기원전 2000년경 고대 이집트인들은 사람이 노년에 이르면 점차 기억력이 줄어든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리스 의사이며 수학자인 피타고라스(Pythagoras, 기원전 570~495)는 인간의 생애를 유아기(0~6세), 청소년기(7~21세), 성년기(22~49세), 중년기(50~62세), 노년기(63~79세), 고령기(80세 이상)의 6단계로 나눴다. 그 중에서 노년기와 고령기를 정신과 육체의 쇠퇴기로 간주했으며, 이 시기까지 생존하는 일부 사람들은 그 정신이 젖먹이 아이 수준으로 퇴행하여 마침내 어리석어진다고 했다.

그리스 의사 히포크라테스(Hippocrates, 기원전 460~370)는 사람의 인지장애가 뇌 손상에 의해 발생한다고 생각했으며,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Plato, 기원전 428~347)은 노인의 정신기능은 필연적으로 저하되기 마련이어서 노령 자체가 치매의 주원인이라고 언급하였다. 이에 반하여 로마 철학자이자 정치가이며 법학자였던 마르쿠스 키케로(Marcus Tullius Cicero, 기원전 106~43)는 노화가 반드시 정신기능의 쇠퇴를 야기하는 것은 아니며, 단지 의지가 박약한 사람에게만 그런 증세가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치매가 노화의 필연적 결과는 아니란 점을 지적한 것이다.

서기 2세기경 터키 의사 아레테우스(Aretheus)는 고위 인지기능의 가역적 급성장애를 섬망(delirium)으로, 이에 반하여 불가역적 만성장애를 치매(dementia)로 각각 구분해서 기술했다.

5세기 로마제국의 쇠락과 재정지원의 축소로 치매에 관한 의과학적 연구도 위축됐다. 그 후 신권정치가 지배하던 중세에는 당시의 시대정신이 반영되기라도 한 듯, 다분히 노망(치매)을 다른 정신 이상증세와 마찬가지로 인간원죄의 소산(벌)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었다.

18세기 영국의 화가 제임스 배리James Barry가 그린 '코르델리아의 죽음에 울부짖는 리어왕'

영국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1564~1616)는 훗날 자신의 4대 비극으로 꼽히게 될 ‘리어왕(King Lear, 1608년 발간)’을 통해 문학적 상징으로 치매증상에 관해 묘사했다.

신경과(neurology)라는 용어의 창안자이자 진료과목으로서 신경과의 창시자이기도 한 영국 의사 토마스 윌리스(Thomas Wilis, 1621~1675)는 1672년 자신의 책 ‘De Anima Brutorum’에서 혈관성 치매(vascular dementia)에 관해 사상 최초로 학계에 보고했다.

근대에 이르러 프랑스 의사 필립 피넬(Philippe Pinel, 1745~1826)에 의해 1797년 치매라는 진단명이 비로소 처음으로 의학용어로 채택됏다.

피넬의 제자인 장 에스퀴롤(Jean Etienne Dominique Esquirol, 1772~1840)은 치매에 관해 "치매는 뇌 질환으로 인해 분별력, 지능, 의지에 장애가 나타나는 것이며, 즐기던 기쁨을 잃는 것이고 부자가 가난해지는 것"이라고 기술했다.

1894년 스위스의 오토 빈스방거(Otto Ludwig Binswanger, 1852~1929)는 알로이스 알츠하이머(Alois Alzheimer, 1864~1915)와 함께 치매의 한 원인인 신경매독을 연구하던 중, 신경매독에 의한 치매와 상이한 원인으로 만성 뇌허혈에 의한 혈관성 치매의 여러 형태를 발견하고 그것들을 학계에 보고했다.

그 보고서에서 초로기 치매(presenile dementia)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했다. 이런 형태의 치매는 훗날 알로이스 알츠하이머에 의해 ‘빈스방거병(Binswanger’s disease)’으로 명명됐다.

1910년 독일 의사 에밀 크레펠린(Emil Kraepellin, 1856~1926)이 치매를 노인성 치매(senile dementia)와 초로기 치매(presenile dementia)로 구분했으며, 초로기 치매(presenile dementia)의 병리소견을 발견한 제자 알로이스 알츠하이머(Alois Alzheimer, 1864~1915)의 이름을 따서 ‘알츠하이머병(Alzheimer’s disease)’이라는 진단명을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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