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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안전법 시행 보름만에 안전사고 7건 자율보고…“적정 의료인력 확보가 관건”“동일한 오류 재발 않도록 보고학습체계 갖추는게 핵심”…전담인력 등 인력 확충 정부지원 필요

[라포르시안]  환자안전법이 지난 7월 29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환자안전법 시행의 가장 큰 의미는 환자안전사고에 대해서 국가가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는 점이다. 그런데 정작 환자안전법 시행으로 국가 책임이 강화되기 보다는 의료기관의 부담만 가중되는 상황이다.

환자안전 강화를 위한 각종 인력과 시설 기준은 강화됐지만 의료기관의 부담 증가에 따른 지원 대책은 따로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의료기관의 환자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2010년 말부터 의료기관평가인증이 시행되고 있지만 인증을 획득한 병원에서도 환자안전사고가 잇따르면서 의료기관평가인증제가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환자안전법이 얼마나 효과를 낼 지 현재로선 짐작하기 힘들다.

지난 2010년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서 백혈병 환아가 빈크리스틴 투약오류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당시 전국의사총연합회 노환규 대표가 해당 병원 앞에서 의료사고를 인정할 것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라포르시안 사진 DB

환자안전법의 특징은 '자율보고' 환자안전법의 가장 큰 특징이 바로 자율보고 기반의 '환자안전 보고학습시스템'이란 점이다.

의료기관에서 발생한 환자안전사고를 의료인이나 환자, 보호자가 자율적으로 보고하도록 하고, 접수된 환자안전사고에 대해서 검증 및 분석을 거쳐 의료기관이 다시 학습을 함으로써 동일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데 주안점을 뒀다.

환자안전법 제정의 단초가 됐던 고 정종현군과 고 강미옥씨의 의료사고가 모두 동일하게 항암제인 '빈크리스틴' 투약 오류로 발생했다.환자안전법을 제정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환자안전을 강화하는 데 필요한 체계적 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동일한 안전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환자안전 보고학습시스템을 구축해 병원에 적용하기 위함이다.

의료기관평가인증원에 따르면 지난 7월 말부터 환자안전법이 시행 이후 최근까지 병원으로부터 보고된 환자안전사고는 모두 7건으로 집계됐다. 

인증원 구홍모 팀장은 "지금까지 모두 7건의 환자안전사고 발생이 보고됐다"며 "당초 환자와 보호자에 의한 보고가 많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지금까지는 전부 의료기관의 환자안전 전담인력에 의한 보고 사례"라고 말했다.

이렇게 보고된 환자안전사고 사례는 인증원 내부 분석을 거쳐 개인식별정보 복구가 불가능한 상태로 조치한 후 다른 의료기관에서 동일한 환자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도록 정보로 제공된다. 의료기관평가인증원 석승한 원장은 지난 18일 "환자안전의 개념은 환자에게 해가 되는 의료환경을 예방하는 것과 동일한 오류가 재발하지 않도록 보고학습 체계를 갖추는 것, 그리고 환자안전 문화가 의료기관에 정착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적정 의료인력 확보 안되면 환자안전 강화 힘들어 지금까지 의료기관에서 환자안전을 위한 보다 적극적인 조치에 나서지 못한 이유는 필요한 인력과 시설을 구축하는 데 따른 비용부담 때문이었다.

현행 건강보험 수가체계는 의료인력에 대해서는 박하고, 시설과 장비 사용에만 무게를 두는 방식으로 짜였다. 그러다 보니 의료인력 부적이 만성화 된 상태다. 의료기관에서 발생하는 환자안전사고의 상당수가 의료인력 부족에 대한 업무 과부화에 기인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의료기관 차원에서 투약오류 방지를 위한 지침을 만들고 교육해도 의료인력 부족으로 살인적인 근무시간에 쫓겨 피고하고 지친 전공의와 간호사가 순간의 실수로 환자안전사고를 낼 여지가 높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 경북대병원에서 백혈병으로 항암치료를 받다 빈크리스틴 투약 오류로 숨진 고 정종현군 역시 이런 의료환경의 피해자다. 당시 과중한 격무에 시달리던 전공의가 늦은 저녁 업무 집중도가 떨어진 상태에서 실수로 정맥으로 투여해야 할 항암제 빈크리스틴을 척수강으로 투여했기 때문이다.

환자안전법이 시행되면 200병상 이상 병원은 환자안전위원회를 설치해야 하고, 의사와 간호사로 환자안전 전담인력을 배치해야 한다.

환자안전 전담인력은 원내에서 환자안전사고의 정보 수집과 원내 교육, 환자안전활동 보고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동시에 정기적으로 환자안전활동에 대한 교육도 받아야 한다.

그런데 환자안전사고 보고 시스템 구축과 환자안전위원회 설치 및 운영, 전담인력 양성과 운영에 따른 비용 부담은 오롯이 병원의 몫이다.

병원계는 "보고학습시스템 구축과 환자안전활동에 투입되는 자원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며 "환자 안전 전담자로 신고한 간호사의 간호인력 산정과 겸직 금지에 다른 인건비 보존이 절실하다"고 주장한다.

아직까지 보건복지부는 별도 지원 방안이 없다는 입장이다. 환자안전법이 시행된 이후 상황을 살펴보면서 관련 수가를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의료기관평가인증원 정책개발실 구홍모 팀장은 "환자안전 전담인력 배치와 환자안전사고 보고에 따른 의료기관의 부담감은 이해한다"며 "앞으로 의료현장의 문제점을 알려나가야 정부도 정책적으로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의료기관의 적정 의료인력 확충이 전제되지 않은 환자안전 강화는 헛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의료인력 부족이 초래하는 가장 큰 문제가 바로 환자안전사고이기 때문이다. 최근 수년 간 대형병원에서 잇따라 발생한 전공의와 간호사의 투약오류로 인한 의료사고 발생의 주요 원인이 바로 의료인력 부족에서 기인했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전국보건의료노조는 "환자안전법 시행이 의료사고 예방과 환자안전, 의료서비스 질 향상에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하려면, 무엇보다 시급하게 환자를 돌보는 보건의료인력이 확충돼야 한다"며 "환자안전법을 시행하면서 환자안전의 근간이 되는 보건의료인력 확충을 외면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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