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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보험 개혁’ 공약 지키고 논문까지 낸 오바마…박근혜 공약은?집권 2기까지 8년간 ‘건강보험개혁법’에 전력…대선 후 2개월 만에 ‘4대 중증질환’ 공약 말바꾸기
▲ 2015년 2월, '건강보험개혁법(The Affordable Care Act)' 시행에 따른 건강보험 가입 접수 마감이 임박했음을 홍보하기 위해 제작한 동영상 중 갈무리.

[라포르시안]  작년 2월 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셀카봉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백악관 집무실에 앉아 진지한 표정으로 우유에 쿠키를 찍어 먹으려고 애쓰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공개돼 화제가 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동영상에서 "대부분 한 달에 100달러도 안 되는 돈으로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건강보험 가입 마감일은 2월 15일"이라고 말한다.

'모두가 하지만 어느 누구도 말하지는 않는 것들'이란 제목의 이 동영상은 오바마 대통령이 자신의 핵심 공약인 '건강보험개혁법(The Affordable Care Act, 일명 '오바마케어)' 시행에 따른 건강보험 가입 접수 마감이 임박했음을 알리고 가입을 독려하기 위해 촬영한 것이다.

오바마케어는 민간보험 중심의 미국 의료보험 체계에 대수술을 가해 대다수 국민의 건강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게 골자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009년 1월 취임한 이후 집권 1기 동안 자신의 핵심 공약 중 하나였던 건강보험개혁법 제정에 전력을 쏟았다. 총 450개 조항으로 구성된 개혁법안은 의료 사각지대에 있는 미국 국민 4,700만 명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의료보험을 제공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한 공화당의 반대와 사회적 논쟁 끝에 이 법안은 2010년 3월 21일 미국 하원을 통과하고 같은 달 23일 오바카 대통령이 법안에 서명하면서 미국 의료보험 역사에서 가장 개혁적인 법안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법제정 이후에도 논란을 계속됐다. 건강보험개혁법의 핵심 조항인 정부보조금 지급에 대한 위헌소송이 제기됐고, 2012년 6월 28일 연방대법원으로부터 합헌 판결이 나오기까지 위기를 맞기도 했다.

2013년 10월에는 미국 의회에서 민주당과 공화당 양 쪽이 건강보험개혁법의 예산 배정을 놓고 벼랑 끝 대치를 벌인 끝에 새 회계연도 예산안 처리에 실패하면서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2014년부터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간 건강보험개혁법은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처럼 정부와 기업이 비용의 일부를 부담해 의료 사각지대에 방치된 3000만명 이상 미국인에게 의료보험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 목표다.

이 법은 정규직 근로자(주당 30시간 이상 근로)를 50명 이상 고용하고 있는 고용주는 의무적으로 직원들에게 건강보험을 제공해야 하며, 이를 어길 경우 직원 한 명당 2000~3000달러의 벌금을 내야 한다. 저소득층의 경우 정부가 보험료의 최대 90%를 보조해 주도록 했다.

다만 한국의 건강보험은 당연가입으로 가입자가 별도 신청을 할 필요가 없지만 오바마케어는 정해진 기간 내에 신청해야 1년간 보험 혜택을 받을 수가 있다. 그런 이유로 오바마 대통령이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가입을 독려하는 홍보동영상을 제작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을 단독저자로 미국의학협회지(JAMA) 온라인판에 게재된 건강보험 개혁 관련 논문.

여기서 그치지 않고 오바마 대통령은 건강보험개혁법 시행의 성과를 분석한 논문을 직접 작성해 최근 미국의학협회지(JAMA)에 게재했다. <논문 바로가기>

지난 11일자로 JAMA 온라인 판에 게재된 '미국의 건강보험 개혁: 진전 상황과 다음 단계’(United States Health Care Reform: Progress to Date and Next Steps)이란 논문은 오바마 대통령이 단독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논문을 통해 건강보험개혁법의 성과를 구체적으로 열거하고, 이를 근거로 향후 미국의 보건의료 정책이 나아갈 방향까지 제시했다.

건강보험개혁법 시행 전후로 의료보장 사각 지대에 방치된 무보험자 비율의 증감. 이미지 출처: 미국 백악관 홈페이지.

논문에 따르면 건강보험개혁법이 시행된 이후 2010년  의료보험에 가입하지 무보험자 비율이 2010년 16.0%(4900만명)에서 2015년에는 9.1%(2900만명)로 43%나 감소했다. 오바메케어로 인해 약 2000만명 가까운 미국인이 의료보장의 사각지대에서 벗어난 것이다.

의료서비스의 질 향상도 가져왔다. 논문에 따르면 건강보험개혁법 시행으로 메디케어(Medicare) 환자의 30일 이내 재입원 비율이 2010년 평균 19.1%에서 2015년에는 17.8%로 1.3%(약 56만5천명) 감소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논문에서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미국인이 보다 저렴하면서 양질의 의료 서비스에 접근하지 못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고 건강보험개혁법의 한계를 지적했다.

향후 건강보험 확대를 위해 가장 시급하게 개선해야 할 과제로 처방약의 비싼 비용부담 문제를 꼽았다. 미국은 본래 초고가의 항암제로 유명하고, 일반 처방약 가격도 비싸 보건의료비 상승을 부추기는 동시에 가계를 압박하는 주범으로 지목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논문을 통해 정치적으로나, 이해관계에 따른 반대 등의 문제가 남아 있지만 건강보험개혁법의 시행이 미국에서 가장 복합한 문제 중 하나인 의료보장 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는 강한 신념을 드러냈다. 

대선 끝나고 2개월 만에 파기된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공약오바마 대통령이 '전국민에게 의료보험을 제공하겠다'는 자신의 공약을 지키기 위해 1기에 이어 집권 2기 행정부에서도 건강보험개혁법 시행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과 달리 한국에서는 여러 모로 비교되는 상황이 전개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2년 12월 치러진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암을 비롯한 4대 중증질환 진료비의 전액 국가부담을 핵심 공약으로 제시했지만 취임 초기부터 공약 파기 논란에 휩싸였다.

새누당의 대선 공약집을 통해 '4대 중증질환에 대해 총 진료비(건강보험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비를 모두 포함)를 건강보험으로 급여 추진'이라고 분명히 공약했음에도 불구하고 2개월 뒤인 2013년 2월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4대 중증질환 전액 국가부담 공약에서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 등 3대 비급여가 포함되지 않는다"고 발표해 말바꾸기 논란을 초래했다.

4대 중증질환 진료비 보장성 강화에서 선택진료비 등의 3대 비급여를 제외할 경우 일부 항암치료제에 대한 보장성을 강화하는 단편적인 대책일 뿐 실질적으로 대선공약으로 내세울 수조차 없는 공약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공약 파기나 마찬가지였다.

이후 논란이 커지자 결국 보건복지부가 부랴부랴 3대 비급여 개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국민행복의료기획단'을 꾸리고 관련 개선 대책을 마련했다.

그러나 2014년 기준으로 4대 중증질환 보장률은 77.7%로, 2013년의 77.5%에 비해 0.2%p 상승하는 데 그쳤다. 2016년까지 4대 중증질환의 보장률을 100%로 확대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2015년 말 기준으로 건강보험의 누적흑자가 17조원이라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음에도 보장성 확대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는 점이다.

건강보험 재정이 2011년 이후 5년 연속 당기흑자를 기록하는 동안 건강보험 보장률은 2009년 65.0%로 정점을 찍은 이후 2010년 63.6%, 2011년 63%, 2012년 62.5%, 2013년 62.0%로 최근 4년간 계속 떨어졌다.

그나마 2014년의 건강보험 보장률이 63.2%로 전년도(62.0%) 대비 1.2%p 상승하면서 하향세가 멈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부는 작년 2월 중기 보장성계획을 발표하면서 해마다 3000억~8000억원의 보장성 강화안만을 제시하고 있다.

참여정부 때인 지난 2004년 말, 건강보험 재정이 1조 5,000억원이 넘는 당기흑자를 기록하자 보장성 강화 요구가 쏟아졌다. 참여정부는 2005년 9월부터 암, 심혈관질환, 뇌혈관질환의 본인부담률을 10% 인하하는 등 건강보험 사상 최대 규모의 건강보험 급여확대 정책을 실시했다.

암환자 보장성 강화 정책의 효과는 엄청났다. 암 환자에 대한 건강보험 보장률은 2004년 46.9%에서 2005년 66.1%로 높아졌다.

결국 정책 추진 의지와 보건복지에 대한 인식의 문제인 셈이다.

자신의 공약을 지키기 위해 재선까지 약 8년의 임기 동안 반대하는 의회와 보수진영을 끊임없이 설득하고, 셀카봉을 들고 망가지는 모습을 보이며 건강보험개혁법 홍보에 나선 것도 모자라 자신의 정책 성과에 대한 논문까지 작성한 오바마 대통령.

반면 대통령선거 때 핵심 공약으로 제시했던 약속을 선거가 끝난 후 불과 2개월 만에 뒤집고, 비난이 제기되자 '3대 비급여는 당초 공약이 아니었다'는 변명에 급급하고, 뒤늦게 약속을 지킨다고 나섰지만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는 비난을 사고 있는 누군가와 상당한 대조를 이룬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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