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남식 이사장이 카바수술 토론 세션 결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쉽게 끝날 것 같았던 '카바'(CARVAR) 수술 논란이 다시 불붙었다.

대한심장학회는 지난 2~4일 3일간 열린 추계학술대회에서 카바수술의 문제점을 집중 조명하는 Debate Session을 마련했다.

'CARVAR 논란 : 우리가 잃은 것은 무엇인가'라는 부제가 붙은 이 세션은 ▲ 신의료기술-임상역학자적 관점(박병주, 서울의대) ▲신의료기술-의료윤리학적 관점(박재현, 경희의대) ▲ CARVER, 우리가 잃은 것(김경환, 서울의대) ▲ 토론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서울의대 예방의학교실 박병주 교수는 "임상역학자적 관점에서 볼 때 신의료기술평가의 가장 중요한 지표는 안전성과 유효성이다"라며 "하지만 카바수술은 계획된 임상시험을 통한 근거를 생성하지 못하고 임의로 계속 이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카바수술은 2007년 3월에 가서야 심평원에 신의료기술로 결정신청을 냈다.

경희의전원 의학교육학 박재현 교수는 "외과수술을 의약품과 달리 의사의 창의성에 크게 의존해 발전하는 면이 있고, IRB 등 외부 기구의 검토 또한 제한적인 측면이 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과적 혁신이 스펙트럼 위의 어디에 위치하는기 파악하고, 기존 수술의 변형에 가깝다면 환자의 최선의 이익을 추구하는 의사로서 윤리적 책임을 다해 환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이어 "기존 수술의 변형이라 할지라도 '충분한 정보에 근거한 동의', '과학적 근거에 기반을 둔 의료행위, '동료 심사 등의 자율규제 준수', '이해상충의 공개와 관리'의 윤리 원칙을 지켜야 한다"면서 "해당 분야에서 전문성 있는 의사들의 문제 제기가 있을 때에는 더 철저한 동료 심사를 거치거나 정식 연구 과정을 준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마이크를 이어받은 김경환 서울의대 흉부외과 교수는 "카바 사태와 관련해 한국 의학계가 잃은 것은 바로 정의와 자존심, 그리고 우리의 존재 이유인 환자들"이라고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그는 "이 문제는 어느 것이 옳은지 명명백백한 일이다. 그럼에도 지난 몇 년간 우리는, 우리 안으로부터 생겨난 터무니없는 그릇됨을 해결하지 못하고 주저하며 서로의 눈치를 봤다"며 "문제를 알고도 해결하지 못한 죄를 나중에 어떻게 씻을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김 교수는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라는 영국의 극작가 버나드쇼의 묘비명을 인용하며 단호하고 확고한 자정 노력을 촉구했다.

한편 토론에는 건국대병원 신제균 교수가 참석해 발표자들의 주장을 적극 반박해 눈길을 끌었다.

심장학회 정남식 이사장은 "카바수술 논란과 관련해 누가 옳은지를 판가름 난 자리였다. 토론에 참석한 발표자와 토론자들의 모든 발언은 학회 뉴스레터를 통해 모두 공개할 예정"이라며 "(송명근 교수는) 카바수술 효과에 자신이 있다면 공개석상에 나와 사실을 입증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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