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지를 못박아 천천히 죽게 만드는 고대 로마의 사형방법인 십자가형에 처해진 죄수 중 일부는 극심한 고통을 잊기 위해 온갖 욕설을 내뱉았던 것으로 구전되고 있다. 효과가 있었을까?
영국 킬 대학 심리학과 리처드 스티븐스와 클라우디아 움란드 교수팀의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답은 '그럴 수도 있다'이다.

연구진은 최근 '고통연구 저널'에 실은 논문을 통해 욕설이 단기적인 진통 효과를 가져오지만 남용하는 사람에게는 효과가 없다는 실험 결과를 소개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연구진은 평소 욕을 자주 하지 않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얼음물에 손을 담근 채 얼마나 버티는지를 측정했다. 이들은 욕을 하면서 측정했을 때 평균 140초를 버텼는데, 이는 일상적인 말을 할 때의 2배 수준이었다고 연구진은 소개했다.그러나 욕설을 하루 60차례 이상 하는 이들은 욕을 할 때나 평범한 말을 할 때나 거의 차이 없이 평균 120초를 버텼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스티븐스 박사는 앞서 2009년 실시한 같은 실험에서 욕설을 할 때 평상시보다 더 오래 참을 수 있음을 발견한 바 있다. 이번에는 남용할 경우 욕설의 진통효과가 사라진다는 점을 발견한 것이다.

그는 "절제된 수준의 욕은 효과적이고 손쉽게 쓸 수 있는 단기 진통제"라며 " 약품이나 진통제가 없을 때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소개한 뒤 "그러나 이번 연구는 욕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은 이런 효과를 볼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부연했다.

이 같은 욕의 진통효과는 욕이 '스트레스 유발 무통(스트레스가 많은 상황에서 통증에 대한 민감성이 떨어지는 현상)'으로 연결되는 감정적 반응을 일으키는데 도움을 주기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보인다고 텔레그래프는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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