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주성(건강세상네트워크 전 대표)

[라포르시안]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 모 위원회 회의에서 앞으로 바이오 의약품의 3상 임상시험을 면제해주자는 안건이 나왔고 이는 정부의 규제완화 조치에 부응한 사항이라는 이야기들이 나왔다. 그들이 말하는 규제완화라는 게 도대체 어떤 것들인지 모르겠으나 이는 3상 임상을 면제해주고 바로 환자들에게 사용하게 함으로써 제약회사가 힘도 안들이고 국민의 건강보험료와 환자의 몸뚱이로 임상실험을 해 돈을 벌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가전제품이야 기술이 좀 덜 된 것이라도 시장에 나와서 소비자들이 사는가 안 사는가에 따라 그 승패를 가름해볼 수도 있지만 국민과 환자의 안전을 그 최우선의 가치로 여겨야 하는 의약품은 환자의 생명과 몸을 담보로 하는 것이기에 이중 삼중의 안전장치를 해야 하는 것이 가장 올바른 것이다. 그런데 이런 중요한 사항들이 벌도의 토론과정이나 의견수렴 없이 일개 위원회에 의해 좌지우지 되고 있는 것이다. 하긴 그런 것이 거기 한 곳뿐이랴!

이거보다는 사안이 작지만, 지난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약제급여평가위원회(이하 약평위)에서도 이해하기 힘든 결정이 이루어졌다. 이 위원회도 마찬가지겠지만 보통 위원회의 회의방식은 안건에 대한 문제제기가 나오면 일차 문제의 토론을 진행하고 문제제기된 사항에  대한 자료보완이 필요하면 안건결정을 다음 회의로 미루거나 하는 게 보통이다. 그리고 그 후의 회의에서도 결정을 내리지 못하면 위원장이 표결 상정하여 결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더군다나 의약품이나 의료기기 그리고 의료의 신기술 등에 대한 결정은 그에 대한 과학적 근거와 기초자료 보완 요구가 더 엄격해야 한다. 이를 태만히 하다가 터진 사건이 바로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다. 일반 생활용품도 그럴진데 직접적으로 관련된 의료의 제 사안들은 그만큼 국민과 환자들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주 열렸던 약평위에서 '케라힐-알로'에 대한 결정은 전혀 그렇지 못하였다. 특정 약제에 대한 급여 결정과 약가 결정 사안 모두에 대해 의심스럽기 짝이 없는 심의를 했기 때문이다. 앞서 2014년에 보건의료 시민단체인 건강세상네트워크는 제약회사 바이오솔루션(당시의 회사명은 MCTT 바이오)의 약제인 ‘케라힐’<사진>에 대해 감사원에 감사청구를 했었고, 감사청구가 받아들여져 이의 결과로 해당 약제의 가격이 조정되었다. 이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이 회사는 회사 이름을 ‘MCTT’에서 ‘바이오솔루션’으로 바꾸고, 이번에는 다른 약제인 ‘케라힐-알로’를 급여 신청한 것이다.<관련 기사 바로가기>

보통 급여와 약가의 결정은 기존 약제와의 비교실험을 통한 효능효과의 증명과 기존 약제의 가격과 비교하여 경제적으로도 별다른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를 종합하여 평가한다. 하지만 이번 케라힐 알로에 대한 심의는 처음부터 여러 가지 문제제기에 직면하게 된다. 이야기하기에 앞서 일단 두 가지 약제에 대한 설명을 간략하게 하면 다음과 같다.

화상 환자에게 쓰이는 세포치료제를 만드는 회사는 국내에 두 곳이 있다, 하나는 테고사이언스이고 또 하나는 바이오솔루션이다. 테고사이언스의 제품인 칼로덤은 세포를 배양한 쉬트를 화상 부위에 붙이는 치료제이고, 이번 위원회에서 논의한 바이오솔루션의 ‘케라힐-알로’라는 제품은 세포를 다른 약제와 혼합하여 연고처럼 상처부위에 바르는 약제이다. 자, 그럼 지난 주 급평위 위원회에서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부터 보도록 하자.

첫 번째는 일단 이 약이 기존의 보험급여 약제인 칼로덤의 카피약이라면 왜 칼로덤과의 비교임상 자료가 없는지에 대한 문제제기부터 나와야 했다. 이를 설령 식약처가 허가해주었다 하더라도 다시 이에 대한 관련 데이터를 보완하여 제출하도록 했어야 한다. 하지만 이번 급평위 회의는 이런 요구를 아예 하지 않았다.

두 번째, 케라힐-알로는 다른 치료재료를 섞어서 바르는 연고제로서 피부를 배양해서 파스처럼 상처부위에 붙이는 테고사이언스의 칼로덤과 일단 제형도 다를뿐더러 다른 성분의 치료재료가 섞여 있어서 이미 다른 약임에도 불구하고 약평위는 두 제품의 주요성분인 세포의 종류와 적응증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카피약이라 판단한 것으로 보여지는데 그 근거가 매우 불분명하다.

세 번째, 이렇게 바이오솔루션의 제품인 케라힐-알로처럼 바르는 세포치료제는 쉬트 형태로 붙이는 약제와는 달리 다른 치료재료와 섞어서 바르는데 이로 인한 효과가 해당 세포 때문인지 혼합한 다른 치료재료에 의한 효과 때문인지 분명하게 구분지어서 그 효과를 증명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약평위는 애초에 이런 임상 데이터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했어야 한다. 이렇게 기본적인 문제제기를 왜 안했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네 번째, 좋다. 케라힐-알로가 백번 양보해서 칼로덤의 복제약이라고 치자. 그렇다면 이제 가격과 관련한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가격과 관련한 문제는 두 제품이 개당 약제의 함량 세포수가 같은데도 불구하고 후발제품인 케라힐-알로의 가격이 2배가량 비싸다는 점이다. 오리지널 약과 복제약의 관계라면 함량을 비교해야 하고 세포치료제에서 함량은 세포수로 표시하는 게 식약처의 방침이라면 약가를 세포수 기준으로 결정하는 것이 상식적일 것이다.

이번 심평원 급평위는 세포수가 같음에도, 단지 케라힐-알로가 기존 약제보다 두 배 가량의 면적에 적용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거의 두 배 가격으로 신청한 것에 대해 분명하게 지적했어야 마땅하다. 이 같은 논리라면 그럼 기존 약제인 쉬트 형태의 칼로덤을 얇게 분리해서 두 장으로 만들면 두 장 값을 줘야 하나? 또 혹시라도 병원에서 바르는 약을 2개 용량으로 더 얇게 넓게 발라서 3개 용량의 비용을 청구하면 심평원은 이를 걸려낼 방법이 있는가? 또 이 제품을 변형하여 같은 세포수지만 액체로 만들어서 더 넓은 면적에 사용할 수 있다면 돈을 더 줘야 하나? 이렇게 말도 안 되는 논리가 전문가가 득실하다는 급평위를 통과했다하니 이 나라가 정말 돌아가도 한참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생각뿐이다.

결론적으로 설령 복제약이라 하더라도 기존 가격 대비 최대 80~90%에 가격이 책정되는 게 맞다. 물론 이정도로 해줘야 하는 것인지도 여전히 의심스럽지만. 이번 약평위의 회의에서는 위 안건과 관련하여 유례없이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고 한다. 여러 위원이 반대 입장을 표명하며 이러한 의견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위원장이 표결을 강행하여 근소한 차이로 통과되었다고 한다. 왜 그렇게 무리하게 진행하였을까? 자료보완을 하고 재심사를 하면 될 것을 반대가 그리 많았는데도 왜 상식적이지 않게 통과시켰을까?

다시 감사원 감사청구를 준비하겠지만 위원회 명단과 회의록도 뜯어봐야겠다. 가장 좋은 길은 원칙과 객관성에 기초하여 재심의를 하는 것이다. 그게 아니면 많은 사람들이 이 위원회의 도덕적 가늠자를 자꾸 의심하게 될 것이다. 제발 좀 나라를 정상적으로 만들자.

강주성은?

1999년 만성골수성백혈병에 걸린 후 골수이식으로 새 생명을 찾았다. 2001년 백혈병치료제 '글리벡' 약가인하투쟁을 주도했고, 한국백혈병환우회와 시민단체인 건강세상네트워크를 창립해 적극적인 환자권리운동을 벌였다. '대한민국 병원 사용 설명서'라는 책도 썼다.

[반박기고] 심평원에 대한 문제제기의 칼끝은 누구를 향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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