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기화(병리학 전문의, 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상근평가위원)


오늘 아침 뉴스에 광우병이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광우병증상’ 심지어 ‘인간광우병’이라는 제목을 붙인 기사들도 있었던 모양입니다. 드디어 “우리나라에도 인간광우병이 발생했는가?" 하는 놀란 마음으로 기사를 읽어보니 23년 전에 경막이식을 받았던 환자가 검사를 통하여 CJD에 해당하는 소견을 보였다는 것입니다. 환자의 병력과 검사소견을 종합해볼 때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확인된 의인성 CJD로 판단된다는 내용입니다.

처음에는 소경막을 이식했다는 이야기나 광우병증상을 보였다거나 등 환자사례를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상황이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소경막이 아니라 독일에서 인체의 경막을 원료로 한 ‘라이오듀라’(Lyodura)를 이식했다고 확인되면서 동 제품은 1987년 이후에는 제조 및 판매가 중지된 제품이고 국내 판매가 허가된 적이 없다는 식약청의 발표로 정리되는 것 같습니다. 

의인성 CJD 역시 국민에게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짐작되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문제를 제기한 논문을 구해서 읽어보았습니다.

54세된 여자환자가 23년전에 수막종으로 뇌수술을 받으면서 경막에 결손이 생기게 되자 라이오듀라를 이식했다는 것입니다. 병원에는 감각장애가 나타나고 이어서 정신과적 증상과 보행장애가 처음 나타났고, 간대성 근경련증, 치매 그리고 추체로 증상과 추체외로 증상이 8주에 걸쳐 빠르게 나타나서, 뇌파검사, MRI검사, 14-3-3단백검사 그리고 생검에 이르기까지 CJD에 대한 검사를 실시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생검조직에서는 해면양 변화와 프리온단백이 침착되어 있는 소견을 보여 CJD를 확진하게 되었고, 환자가 뇌경막을 이식한 병력을 고려하였을 때 의인성 CJD라고 판단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CJD환자의 뇌경막을 정상인 사람에 이식하였을 때 생기는 의인성 CJD는 몇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우선 평균잠복기가 12~28개월로 매우 짧다는 것입니다. 물론 30년에도 발병한 사례가 보고되었다고도 합니다. 임상증상도 소뇌증상이 주로 나타나는 말초를 통해서 전달되는 경우와는 달리 뇌에 변형 프리온이 직접 전달되는 경우에는 치매증상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병리학적으로는 ‘인간광우병’이라고 흔히 부르는 변종 CJD(vCJD), 쿠루 그리고 의인성 CJD(iCJD)와 같은 이차성 CJD의 경우는 꽃모양 플라크(florid plaque)를 흔히 볼 수 있다고 합니다. 물론 뇌경막을 이식한 의인성CJD환자에서 꽃모양 플라크가 발견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처럼 꽃모양 플라크가 발견되지 않는 모든 사례에서 주기적으로 예파(sharp wave)가 나타나는 특징적인 뇌파소견을 보였다고 합니다.  

정리를 해보면, 이번에 뇌경막 이식에 따른 의인성 CJD로 발표된 사례는 뇌경막을 이식받은 병력이 있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의인성 CJD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임상적으로 중요한 잠복기가 뇌경막 이식에 따른 의인성 CJD환자의 평균 잠복기가 매우 짧다는 점이나 치매를 초증상으로 하는 특징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잠복기도 23년이고 치매 증상이 나중에 나타난 점 등입니다. 또한 병리검사에서 꽃모양 플라크가 발견되지 않았고, 플라크가 발견되지 않는 사례에서 볼 수 있는 주기적 예파가 나타나는 뇌파소견이 없다는 점, 또한 이 환자에 대한 MRI검사가 산발형 CJD에서 보는 소견에 부합하였다는 점 등을 모두 고려한다면, 이 환자는 의인성 CJD를 의심하는 동시에 산발형 CJD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즉, 뇌경막 이식수술을 받은 병력만 없다면 산발형 CJD로 확진해도 문제가 없는 사례라고 보여 진다고 하겠습니다(뇌파소견을 해석하는 데는 다소 어려운 점이 있을 것 같습니다).

뇌경막을 동물에 이식하여 의인성CJD를 확진하는 실험을 했다고 하는데, 산발형 CJD환자의 뇌조직을 동물에 이식해도 프리온질환의 증상과 변화를 나타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인성CJD와 구별할 수 있는지도 의문입니다. 드문 사례를 진단할 때일수록 희귀한 경우를 뒷받침할 수 있는 별도의 증거를 찾으려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뇌경막 이식에 따른 의인성 CJD로 확진하여 발표한 이번 사례는 진단을 뒷받침할 추가적인 조사가 있어야 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사망한 환자에서 부검이 실시되었는지 여부가 밝혀지지 않았는데, 부검이 실시되지 않았다면 광범위한 추가조사를 할 수 없다는 점이 안타까울 것 같습니다.

* 이 글은 양기화 위원이 운영하는 '눈초의 블로그' 에 게재된 글로, 사전에 양해를 구하고 전문을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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