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호(한림대강남성심병원 산부인과 교수)

[라포르시안] “자궁경부암 백신(HPV 백신)을 국가필수예방접종으로 채택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입니다. 발병 후 치료하는 것보다 백신 접종을 통해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비용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오는 6월부터 만 12세 이하 여자 어린이를 대상으로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이 국가필수예방접종(NIP)에 포함된다. 박성호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최근 라포르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자궁경부암 백신의 NIP 포함에 대해서 이 같이 의미를 부여했다. 박 교수는 "자궁경부암의 주요 원인인 인유두종바이러스(HPV)로 인한 질환은 자궁경부암 외에도 항문암, 질암, 음경암, 생식기 사마귀 등 다양한데, 자궁경부암 백신은 이런 질환을 전반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궁경부암 백신을 안전하게 접종하려면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백신 접종의 필요성, 효과 및 발생 가능한 이상 반응, 안전성 등에 대해 설명을 듣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인터넷 등을 통해 얻는 정보는 근거가 없으며, 이를 맹신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또 자궁경부암 예방백신을 접종하면 자궁경부암 검진이 필요 없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다른 여성질환 예방을 위해 정기적인 산부인과 검진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박성호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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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 12세이하 여자 어린이를 대상으로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이 국가필수에방접종(NIP)에 포함되면서 백신 접종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있나.

= 자궁경부암은 전 세계적으로 여성암 중 발병률 및 사망률 모두 2위이다. 국내에서는 매년 3,300명 정도의 자궁경부암 환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그 중 33%가 사망한다. 예전보다 자궁경부암으로 진단 받고 사망하는 환자의 비율이 감소하기는 했으나 여전히 방심할 수 없다. 특히 과거와 비교해 자궁경부암 정기검진을 받는 환자가 늘어나면서, 암으로 진행되기 이전인 전암단계 환자가 늘어 백신 접종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많은 OECD 국가에서도 자궁경부암 백신을 NIP로 채택하고 있다. 질환 발병으로 인해 환자가 겪는 신체적·사회적 고통과 비용 등을 고려했을 때, 발병 후 치료하는 것보다 백신 접종을 통해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비용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자궁경부암 백신이 NIP에 포함된 것은 정부가 HPV로 인한 질환의 심각성을 인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HPV로 인한 질환은 자궁경부암 외에도 항문암, 질암, 음경암, 생식기 사마귀 등으로 다양하다. 특히 생식기 사마귀는 우리나라의 성 개방성이 높아지면서 매년 발병률이 증가하고 있다. 자궁경부암 백신은 이런 질환을 전반적으로 예방할 수 있기 때문에 NIP로 채택된 것은 환영할 일이다.

- 그런 차원이라면 자궁경부암 백신의 NIP 대상을 확대 해야 하는 게 아닌가.

= 해외 NIP 채택 현황을 보면,50세 미만으로 NIP 대상을 설정한 나라는 많지 않다. 그 이유는 인유두종 바이러스가 주로 성적 접촉에 의해 감염되며, 어린 연령에 접종할수록 항체가가 높게 형성되어 예방효과가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급적 성 경험 이전에 백신을 접종하도록 권장한다.

지금까지 발표된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 데이터에 따르면 기존에 허가받은 연령은 9~26세가 일반적이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대한부인종양학회 자궁경부암 백신 가이드라인을 보면 중년 여성에서도 효과가 있다고 나타났다. 따라서 성 경험이 있는 중년 여성의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률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NIP가 시작하는 단계에 있다보니 가장 핵심적인 연령인 만 12세 이하 여아부터 시작하게 된 것이다.

- 자궁경부암 백신을 접종하면 매년 자궁암 검진을 받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 자궁경부암 백신을 접종했더라도 정기적인 검진은 필수적이다. 자궁경부암 원인의 97.7%는 인유두종바이러스(HPV)이다. 현재 허가 받은 4가 백신과 2가 백신 모두 HPV 16, 18형에 의한 자궁경부암을 예방할 수 있다. 그러나 전체 자궁경부암 발병률을 살펴보면 HPV 16, 18형에 의한 자궁경부암은 70% 정도이다. 따라서 나머지 30% HPV 유형에 의한 자궁경부암을 조기 발견하기 위해 정기검진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이 필요한 다른 이유는 많은 여성들이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몇 번의 검사에서 자궁경부암으로 진단받지 않으면, 안전하다고 생각해 이후에는 검진을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자궁경부암은 발병해도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으며, 치료도 쉽지 않다. 또한 다른 여성질환 예방을 위해 정기적인 산부인과 검진은 필수적이다. 국내 여성 중 상당수가 자신은 자궁경부암으로부터 안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산부인과 정기검진과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부분이 있다. 더불어 우리나라는 문화 등의 영향으로 인해 일반적으로 산부인과 내원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다행히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 연령인 9~26세 젊은 여성들은 산부인과 검진에 대한 부담감이 적어 비교적 정기적으로 내원한다. 그러나 부모 세대는 산부인과에 대한 막연한 오해가 있어 예방가능한 자궁경부암을 예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실제 접종자는 딸이지만 접종비용을 부담하는 사람은 부모이기 때문에 서로 쉽게 말을 꺼내기 어려운 환경이다. 이런 부분은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자궁경부암 백신인 '가다실'과 '서바릭스'는 3회 접종하며, 만 9세부터 접종 가능하다. 나이에 따라 접종 횟수가 달라지나.

= 두 백신 모두 3회 접종을 원칙으로 허가 받았다. 접종 연령은 4가 백신(가다실)은 9~26세, 2가 백신(서바릭스)은 9~25세가 대상이다. 그러나 4가 백신의 10년 장기추적연구결과에 따르면 성 경험이 있는 중년 여성에서도 효과가 있다고 나타났다. 지난 2013년 미국의학협회 저널(JAMA)에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9~13세 연령에서는 2회 접종이 3회 접종과 비슷한 효과가 있다고 나타났다. 2회 접종은 국내에서도 허가 받은 사항이다.

- 권장하는 백신 접종 주기가 있는데 중간에 접종 주기를 놓쳤을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가? 1년이 넘으면 1회차 접종부터 다시 해야 하는 건가.

= 접종 스케줄에 따라 접종하지 못했을 경우 예정된 접종일보다 늦게 접종해도 무리는 없다. 일반적으로 예방접종 프로그램을 1년 안에 완료 하면 문제가 없다.  자궁경부암 백신 1~2회차 접종 후 임신을 한 경우 출산 후에 남은 도즈를 접종할 수 있으나, 4가 백신(가다실)은 수유시에도 접종 가능하다. 결론적으로 임신 및 출산과 관련한 문제가 아니라 단순히 접종 시기를 놓쳤다면 1년 안에 남은 접종을 완료하면 된다. 1년을 초과한 기간 내 접종을 완료한 결과에 대한 연구는 아직 없기 때문이다.

- 가다실과 서바릭스의 교차접종은.

= 두 백신 간의 교차접종은 불가능하다. 교차접종에 대한 데이터가 없기 때문이다. 두 백신을 같이 접종했을 때 효과가 있다는 근거가 있다면 가능하겠지만, 현재로써는 관련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교차접종은 불가능하다. 처음 접종한 백신으로 접종을 완료하는 것이 원칙이다.

- 자궁경부암 백신의 남성접종에 대해서도 필요성이 많이 제기되고 있다. = 그 이유는 HPV는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도 감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HPV는 남성에서도 항문암, 생식기 사마귀 등을 유발한다. 더 큰 문제는 HPV가 남성에서 여성으로 전파되어, 여성에게 심각한 질병을 야기하는 것이다. 남성접종이 중요한 이유는 자신에게서 발병하는 HPV 관련 질환을 예방함과 동시에 여성에게로 HPV가 전파되는 확률을 낮춤으로서 여성 건강의 질을 높인다는 것이다. 따라서 주요 선진국에서 여성뿐 아니라 남성도 자궁경부암 백신을 NIP 대상에 포함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남성접종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는 등 사회적 분위기가 변화하고 있는 것 같다. 기존에는 여성만 접종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남성에서도 HPV로 인한 질병 예방효과가 있고 자신의 성 파트너를 위해서도 자궁경부암 백신의 남성접종의 중요성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으로 인한 안전성 논란이 일본에서만 끊이지 않고 제기되는 것 같다.

= 유독 일본에서만 자궁경부암 백신의 안전성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2013년 처음 일본에서 안전성 이슈가 있을 당시 우리나라도 영향을 많이 받았다. 당시 미국에서 연수 중이었던 시기인데, 미국에서는 해당 문제에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미국은 국민 건강과 관련된 문제에 매우 엄격하기 때문에 안전성 문제가 있다면 자국 회사의 제품이라도 퇴출시킨다. 그러나 자궁경부암 백신은 미국 FDA에서 안전하다고 허가 받았다. 일본에서 제기된 안전성 문제에 대해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백신안전성자문위원회(GAVCS)가 재검토해 현재 권고사항에 문제가 없음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일본에서 안전성 문제가 부각되는 이유는 일본 내 안티백신 그룹의 활동이 적극적이기 때문이라고 본다. 자궁경부암 백신 뿐만 아니라 일본뇌염 백신 등 일반적인 백신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가진 단체이다. 그리고 이런 안티 백신 그룹의 활동을 미디어에서 보도함으로서 문제가 불필요하게 확산되는 경우가 많다. 일본 후생성과 세계보건기구에서도 자궁경부암 백신에 대한 안전성을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잘못된 오해를 갖고 있는 것 같다.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으로 부작용을 경험할 확률은 매우 낮고, 이상반응이 나타나는 것은 일반적인 백신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정도이다.

- 의사에게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에 관한 팁을 준다면.

= 자궁경부암 백신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통해 환자들을 안심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백신 접종의 필요성, 두 백신의 차이점과 비용, 백신 접종으로 나타날 수 있는 일반적인 이상 반응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환자에게 어떤 백신을 선택할 지 선택권을 주어야 한다. 자궁경부암 백신의 효과 및 안전성에 대한 데이터는 확실하다. 따라서 입증 받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신있게 환자에게 권종하면 된다. 대한부인종양학회에서 발간한 자궁경부암 백신 가이드라인을 근거로 백신을 처방하면 문제 될 것이 없다. 가이드라인에 기반해 처방하면, 향후 문제가 제기돼도 학회 차원에서 대응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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