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최악의 시민재해·살인기업 선정…질병관리본부·가습기살균제 업체에 특별상

지난 4월 15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416연대 안전사회위원회와 산재사망대책마련공동캠페인단 주최로 '2016 최악의 시민재해 살인기업 선정식'이 열렸다. 사진제공: 노동건강연대(http://www.laborhealth.or.kr/)

[라포르시안]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는 국민안전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재난대응 컨트롤타워 부처로 국민안전처를 신설하고, 작년 4월에는 재난안전체계의 비전과 발전 방향을 제시한 ‘안전혁신 마스터플랜’까지 확정했다. 여기에는 재난안전 컨트롤타워 기능 강화와 현장의 재난 대응 역량 강화 등의 내용이 수립돼 있었다.

그러나 작년 5월 말부터 확산되기 시작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바이러스 감염 사태는 재난안전체계가 얼마나 취약한지 여실히 드러냈고, '한국형 의료재난'을 초래했다.

세월호 참사 2주기를 하루 앞둔 지난 15일 시민단체들이 메르스 참사와 가습기살균제 피해 등의 대규모 인재를 유발한 기업을 선정해 발표했다.

4.16연대 안전사회위원회,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연대, 산재사망대책마련 공동캠페인단 등의 시민단체는 지난 15일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해 시민의 안전과 노동자의 건강을 위협한 기업인 ‘2016 최악의 시민재해 살인기업'을 선정했다.

4·16연대 안전사회위원회,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연대, 산재사망대책마련 공동캠페인단 등은 15일 오전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발생한 메르스 사태 과정에서 시민의 안전과 노동자의 건강을 위협한 ‘2016 최악의 시민재해 살인기업'을 선정·발표했다.

최악의 살인기업으로는 '삼성서울병원'이 뽑혔다.

이들 단체는 "지난해 메르스 사태는 정부의 무능과 무관심 속에서 시민과 노동자의 안전은 여전히 기업의 이윤 추구 앞에서 위협받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 참사였다"며 "삼성서울병원에서 발생한 2차 유행은 메르스라는 전염성 감염병을 ‘메르스 사태’라는 사회적 참사로 만들었다"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통해 메르스 14번 환자가 '슈펀 전파자'가 된 과정에서 드러난 한국의료체계의 문제점도 언급했다.

이들 단체는 "삼성서울병원은 메르스 1번 환자와 같은 병원에 있었던 14번 환자를 아무런 감염 예방 조치없이 응급실에 입원시켰고, 병원을 자유롭게 돌아다니게 했다"며 "그렇게 해서 삼성서울병원에서만 90명의 환자가 새롭게 발생했다. 이는 자신이 메르스인지도 몰랐고, 적절한 조치도 받지 못했던 환자 잘못이 아니라 병원감염관리와 전염병 예방에는 관심도 없었고 투자도 소홀했던 삼성서울병원의 문제, 한국의료체계의 문제였다"고 주장했다.

사진제공: 노동건강연대(http://www.laborhealth.or.kr/)

삼성서울병원이 정부의 역학조사에 제대로 협조하지 않아 초기 대응이 지연된 점도 최악의 기업으로 선정된 이유에 포함됐다.

이들 단체는 "삼성서울병원은 14번 환자가 확진되고, 매일 새로운 감염 환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임에도 상황을 공개하고, 전면적 역학조사 및 환자의 안전을 위한 폐쇄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자신들이 알아서 잘하고 있으니 상관하지 말라는 식의 태도만 보였다. 정부는 이것을 방관하고 무능으로 일관했다"고 비난했다.

삼성서울병원이 보건당국의 역학조사에 제대로 협조하지 않은 정황은 감사원이 지난 1월 공개한 '메르스 예방 및 대응실태 감사 보고서'를 통해서도 이미 확인된 바 있다. <관련 기사: 14번 환자가 ‘메르스 슈퍼전파자’ 된 황당한 이유 있었다>

보고서를 보면 삼성서울병원은 14번 환자 접촉자 명단 제출을 지연했고, 이로 인해서 14번 환자의 접촉자에 대한 격리조치 등을 제대로 취하지 못했다.

또한 보건당국은 삼성서울병원으로부터 뒤늦게 14번 환자 노출자 전수명단을 확보했지만 이후 서울시 등 관련 지자체에 신속하게 통보하지 않음으로써 메르스 사태가 확산되는 상황을 초래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민단체는 "14번 환자가 확진된 뒤 정부와 삼성서울병원은 즉각 이 환자와 밀접 접촉한 환자, 보호자, 병원 인력의 명단을 확보하고 격리조치에 들어가야 했으나 삼성서울병원은 정부의 역학조사를 거부했다. 정부는 삼성서울병원이 자체적으로 역학조사를 하도록 방치했다"며 "삼성서울병원의 역학조사 방해와 늑장대처는 3차 감염과 4차 감염을 발생시켜 또 다른 환자가 감염되고 죽음에 이르는 상황까지 만들었다"고 비난했다.

메르스 사태 대응 과정에서 업무태만 등이 지적된 질병관리본부를 '특별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특별상 수상자로 질병관리본부를 선정한 이유는 ▲평택성모병원에서의 역학조사와 방역 조치 실패 ▲삼성서울병원의 역학조사를 제대로 시행하지 않고 병원 측에 일임한 점 ▲초기 메르스 환자 발병 병원 비공개 등을 꼽았다.

시민단체는 "2016년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삼성서울병원을 선정한다. 삼성서울병원은 역학조사 및 격리조치 과정에서 발생한 늑장 대응, 관리 명단 누락 등에 대한 책임을 져야하고, 생명과 건강을 잃은 시민들에 대한 배상 및 보상을 할 책임이 있다"며 "또한 메르스 사태에 대한 공동 책임이 있는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에 특별상을 수여한다. 이를 계기로 정부는 방역체계 개선뿐만 아니라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보장할 수 있는 의료체계를 만들기 위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옥시레킷벤키저 등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기업도 '특별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4.16연대 안전사회위원회 등의 단체가 선정한 특별상 수상 기업은 옥시레킷벤키저, 애경, 롯데쇼핑, 홈플러스, 세퓨, 신세계 이마트, 엔위드, 코스트코, GS리테일, 다이소 등이다.

이들 단체는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된 피해자․희생자가 지금 이 시점에도 늘어나고 있다. 2016년 4월4일 현재 가습기 살균제에 의한 사망자만 모두 239명"이라며 "하지만 어떤 기업도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에 따른 정치적․법적 책임을 지고 있지 않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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