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포르시안] 한국제약협회 신임 이사장으로 취임한 이행명 명인제약 회장의 첫 행보가 거침이 없다.  무엇보다 취임 첫 일성으로 ‘리베이트 의심’ 제약사 명단을 공개하겠다고 공언한 것은 협회 안팎에서 주목받고 있다. 

제약협회는 지난해부터 불법 리베이트 근절 차원에서 리베이트 의심 제약사를 가려내는 무기명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모두 세 차례에 걸쳐 무기명 투표를 진행했다.

이유야 짐작가는 바가 없진 않지만, 제약협회는 이제까지 무기명 투표결과를 한번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협회의 리베이트 척결 의지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이행명 신임 이사장은 지난 17일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협회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리베이트 의심 제약사를 가려내는 무기명 투표 방식을 바꾸겠다”며 “계속해서 거론되는 제약사 명단을 공개할 방침이다. '아닌 땐 굴뚝에 연기날리 없다’는 말이 있다. 다 그런 이유가 있지 않겠냐. 변화를 위해서는 그 정도의 고통은 감내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자는 간담회 후 점심식사 자리에서 이행명 이사장에게 리베이트 의심 제약사 명단을 공개할 경우 업계의 반발이 크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그는 기자의 질문에 “파장은 예상하고 있다”며 결연한 의지를 내비쳤다.

앞서 이경호 제약협회 회장은 지난해 10월 ‘제약협회 창립70주년 기념’ 간담회에서 “리베이트 의심 제약사 명단을 공개할 수 있다”라는 발언을 해 업계로부터 강한 반발을 샀다. 파장이 커지자 제약협회는 하루 뒤 해명자료를 통해 ‘그런 취지의 발언이 아니었다’며 부랴부랴 수습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만큼, 제약업계는 리베이트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리베이트에 연루된 제약사는 기업 이미지는 물론이고 신뢰도가 추락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드러내기 힘든 영역이다. 

강한 반발도 예상된다. 벌써부터 제약사간 경쟁이 갈수록 격화되는 상화에서 자칫 무차별 폭로전으로 이어질 경우 경쟁기업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래도 누군가는 총대를 메고 아픈 속살을 드러내야 하지 않겠는가. 불법 리베이트 영업의 척결 없이는 글로벌 제약사로의 도약도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행명 신임 이사장의 리베이트 척결 의지에 박수를 보낸다.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