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서 접촉자 전수명단 늦장 제출…당담 공무원들, 접촉자 명단 받고 이틀간 방치

[라포르시안] 지난번 메르스 사태 때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사흘간 머물면서 총 81명에게 메르스를 감염시켜 '슈퍼 전파자'로 불렸던 14번 환자.

당시 14번 환자가 메르스 슈퍼 전파자가 됐던 배경으로 대형병원의 응급실 과밀화가 지목됐다.

그런데 응급실 과밀화 못지 않게 삼성서울병원 측의 14번 환자 접촉자 명단 제출 지연과 보건당국 공무원들의 업무 태만이 메르스 확산을 초래한 주요인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메르스 슈퍼 전파자는 정부였다'는 지적이 사실이었다.  

감사원이 지난해 8월 메르스 사태 전반의 원인 규명과 정부대책의 적정성을 점검하기 위한 국회의 감사 요구에 따라 같은 해 9월 10일부터 10월 29일까지 감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담은 '메르스 예방 및 대응실태 감사' 보고서를 지난 14일 공개했다.

감사보고서를 보면 메르스 대유행 사태가 인재였다는 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특히 14번 환자와  관련해 접촉자에 대한 격리조치가 열흘 가까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해 5월 30일 이후 "삼성서울병원의 14번 환자의 접촉자 현황을 확인하고 명단을 확보한 후 후속조치를 취할 것"을 역학조사관 등에게 지시했다.

이후 삼성서울병원에 파견된 역학조사관은 5월 31일 밤 12시부터 6월 2일 오전 8시 사이 모두 5차례에 걸쳐 병원 측에 14번 환자 노출자의 연락처 및 주소가 포함된 명단 제출을 요구했다.

그러나 삼성서울병원은 5월 31일 14번 환자의 접촉자 전수 명단(678명 주소 및 연락처 작성 완료)을 작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주소와 연락처가 기재된 117명의 명단을 먼저 제출하고, 주소와 연락처가 빠진 나머지 561명 명단을 뒤늦게 제출했다.

이후 주소와 연락처가 기재된 561명의 명단은 전자의무기록을 하나씩 보고 작성하는 중이라 늦어지고 있다는 이유로 6월 2일 밤까지 제출하지 않았다.

명단 제출이 늦어지면서 보건당국은 14번 환자의 접촉자에 대한 격리조치 등을 제대로 취하지 못했다. 삼성서울병원 측은 뒤늦게 6월 3일자로 14번 환자 접촉자 전수 명단을 병원에 파견나가 있던 질병관리본부 연구원에게 제출했다.

하지만 이 자료는 이틀 동안 접촉자 관리 마스터 데이터 베이스(Mastr DB)에 입력되지 않았다. 그 이유가 황당했다.

병원 측으로부터 14번 환자 접촉자 전수 명단을 제출받은 질병관리본부 파견 연구원은 이를 다시 역학조사팀과 접촉자 총괄관리팀 등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현장점검반의 모든 팀과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과 자료입력팀 담당자에게 이메일로 전달했다.

그런데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과 자료입력 담당은 14번 환자 접촉자 전수 명단 자료를 연락처 및 주소가 누락된 기존 제출 자료와 동일한 것으로 잘못 판단, 6월 3일부터 5일까지 접촉자 관리 마스터 데이터 베이스(Mastr DB)에 입력하지 않았다.

게다가 현장점검반은 14번 환자 노출자 전수 명단이 들어있던 자료를 이메일로 확인하고서도 자료입력팀에서 이를 조치할 것으로 생각해 명단 확보 사실을 복지부 장관이 주재하던 메르스 일일상황점검회의에 보고하지 않았다.

▲ 14번 메르스 환자 접촉자 명단 제출 및 입력 관련 날짜별 상황. 자료 출처: 감사원 '메르스 예방 및 대응실태 감사' 보고서 내용 재구성

이 때문에 전수 명단을 확보하고도 이틀 동안 14번 환자 접촉자가 거주하는 해당 지자체에 명단이 통보되지 않았고, 자가격리나 능동감시는 물론 메르스 감염 노출위험 고지도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5월 31일부터 6월 2일까지 14번 환자 접촉자 중에서 메르스 의심환자 및 확진환자가 14명이나 발생했다.

결국, 대책본부에서 14번 환자 접촉자 전수명단을 입력한 것은 6월 6일이고, 이런 사실을 서울시 등 관련 지자체가 통보받은 것은 다음날인 6월 7일이었다.

14번 환자 노출자 명단 통보가 6월 7일까지 지연됨에 따라 접촉자들이 적기에 격리 등의 조치가 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14번 환자한테서 감염된 81명 중 40명은 접촉자로 파악도 안 된 상태에서 확진을 받았고, 일부 감염자는 자신이 메르스에 노출된 사실도 모른 채 다른 대학병원을 방문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관련 공무원들의 업무 태만으로 메르스 4차 감염 등 대규모 추가 확산을 막지 못한 중대한 결과가 발생해다"며 보건복지부장관과 질병관리본부장에게 해당 공무원의 징계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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