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호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통상전문가)


한미FTA 비준안이 발효될 경우 국내 공공의료정책이 무력화될 것이라는 시민단체와 의료계의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정부는 공공적 사회서비스가 포괄적이기 때문에 보건의료정책은 한미FTA에서 예외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협정문에 따르면 미래유보조항에서 사회보장서비스나 건강보험이 미래유보에 포함돼 있지만 최소기준대우와 수용‧보상 조항에서는 제외됐다. 즉 당연지정제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등 국내 공공의료정책에 대한 판단을 우리 정부가 하는 것이 아닌 국제중재기구가 판단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협정문의 해석을 놓고 논란이 가중되고 있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통상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한미FTA가 국내 공공의료정책에 미칠 영향에 대해 들어봤다.

-정부는 공적 건강보험체계와 관련된 정책은 한미 FTA 협정의 적용대상에서 배제돼 ISD(투자자 국가 중재권) 대상이 아니라고 발표했다. 공공의료 정책이 ‘필수적 안보이익 보호 조치’에 해당하는가?

“‘필수적 안보이익 보호 조치’는 국제중재재판에서 피소국이 자력으로 제외시킬 있는 유일한 대상이다. 예를 들어 중국이 예전에 미국 기업을 인수하려 할 때 서로 다른 시장경제 체제로 인해 자국의 안보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필수적 안보이익 보호 조치를 통해 인수를 거부한 바 있다. 이처럼 자국의 안보와 관련된 부분에서만 피소국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 필수적 안보이익 보호 조치이다. 우리나라의 공공의료정책이 미국의 안보와는 상관이 없기 때문에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는 헌법재판소로부터 두차례에 걸쳐 합헌 판결을 받은 바 있다. ISD와 관련 국제중재재판소에서 이 부분을 인정받을 수 있는가?

“당연지정제가 국제중재재판소 회부대상임은 맞다. 해석상 우리나라의 모든 공공정책은 국제중재재판의 회부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식 사고방식에서는 당연지정제를 사회주의적 정책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정당성과 비례성 등을 모두 검토해야 하는 만큼 가부를 속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국내 공공의료제도의 유지를 위한 필수적 제도인 만큼 정당성을 당연히 인정받아야 될 것으로 본다.”

-국제중재재판소에서 당연지정제를 인정하지 않으면 국내에 바로 적용이 되는가?

“만일 당연지정제가 인정받지 못할 경우 국가는 해당 기업이 주장하는 피해에 대해 금전적 배상을 해야만 한다. 제도 자체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다.”

-건강보험보장성 강화 정책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나?

“당연지정제에 비해 방어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그 이상의 언급은 어렵다.”

-한미FTA는 국제중재위원회 결정에 따라 보상을 하지 않을 경우 무역보복을 할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실제 무역보복에 이르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해명한 바 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무역보복을 가능케 했다는 자체가 위협적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무역의존도가 높은 국가의 입장에서는 무역보복의 행사 여부를 떠나 이를 가능케 한 규정자체가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게 문제이다. 정부를 위축시킬 수 있는 조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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