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현(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임상조교수)


좋게 보면 문제의식이 날카롭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고 나쁘게 보면 쓸데없이 예민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다.

난 평소 주위 상황을 분석적으로 살피는 편이라 일상적으로 마음이 별로 편지 않고 뭔가를 궁싯거리며 지낸다.

좋은게 좋은거니까 물 흐르는 대로 아둥바둥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살아야 한다고 마음을 고쳐먹지만 실상 성격머리는 예민한 편에 속한다.

그래서 분노도 많고 욱하기도 잘 하고 그만큼 반성할 일도 많다.

나와 달리 그는 뚝심있고 별로 말도 없고 한번 뜻을 정하면 흔들림없고 한결같이 그 길을 간다. 무쇠같다. 냉철하다. 감정에 휩쓸리지 않는다.

정도를 지키는 것을 무엇보다 중요시한다. 원칙에 어긋나는 걸 혐오한다. 그렇다고 아주 현실성이 떨어지는 샌님은 아닌 것 같다. 여러모로 내가 갖추지 못한 미덕을 갖추고 있어서 평소 그 스타일을 존경하는 편이다.

그런 그가 내가 그를 알게 된지 16년만에 처음으로 우울하다는 감정표현을 하였다. 의사하기 힘들다고. 아무리 열심히 해도 마이너스라고 한다.

전문병원을 표방하는 일부 병원에서 수술 후에 의미없이 MRI를 찍는 것에 매우 분개하던 그. 그렇게 과잉 검사, 과잉 시술을 하는 병원조차 수익성이 떨어져 직원을 감축하고 있다고 한다.

어떻게 해도 지금 대한민국 보험체계에서는 의사해서 돈벌수 없고, 돈을 벌기는 커녕 절대 마이너스로 치달을 수 밖에 없다고 한다.

무조건 환자수를 늘려서 많이 진료하고 검사 왕창하고 비급여 진료비를 늘려도 어려운 현실이다. 재무재표에 능한 그의 분석에 의하면 현재 표족한 돌파구가 없다는 것이 결론이다.

그는 올해 심평원에서 고관절부분 적정진료, 우수한 정형외과의사로 평가받았다. 재원일수, 의료비용, 합병증 등의 면에서 최고의 점수를 받았다. 그래도 진료실적은 마이너스라고 한다.

학생때, 레지던트때 소위 우수한 인재로 평가받았던 동기, 선후배들. 개원 후 그들의 변화된 진료행위 패턴을 보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다고 한다. 그것이 교과서적인 진료인가. 심지어 그렇게 하는데도 수익성을 유지되지 않는다면 도대체 의사는 어떻게 환자를 진료하고 수술하란 말인지 모르겠다고 한다.  

적정진료를 하면 아무것도 건질 수 없기 때문에 돈이 되는 검사와 의료행위가 끊임없이 개발되고 있다. 이는 의사에게도 환자에게도 국민에게도 국가에게도 모두 다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일요일인데도 회진돌러, 엊그제 수술한 환자들 드레싱을 하러 병원에 나가는 그의 뒷모습. 그의 우울함을 해결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대학병원에 있는 나. 닥치고 진료에 집중해야겠다. 내 진료패턴은 상당히 수익성이 떨어진다. 그런 나를 내쫒지 않는 병원에 감사해야할 것 같다.

* 이 글은 이수현 교수가 운영하는 '한쪽 가슴으로 사랑하기'(http://bravomybreast.com/383)란 블로그에 올려진 글로, 사전에 양해를 구하고 전문을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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