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안 브리핑]

[라포르시안]  일본 정부는 iPS(유도만능줄기세포) 세포에 수십억 엔을 투자하고, 재생의학 치료법을 시장에 출시하기 위해 신속승인제도를 도입하는 등 재생의학 연구 및 응용 분야에서 선두권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써 왔다.

이런 전략은 아직까지는 주요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월 새로운 법령 하에서 최초의 치료법이 승인을 받았으니 말이다.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일본의 재생의학 업체들은 일본 정부의 신속승인 정책을 `환자의 수요를 신속하게 충족시키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높이 평가하고 있다.

왜냐하면, 수년 동안 수억 달러를 임상시험에 쏟아붓다 보면 새로운 치료법 개발이 난항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속페달을 밟는 것이 진정으로 환자를 위하는 길이며, 과도한 부담에 다리가 휠 지경인 일본의 보건의료시스템에 도움이 될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예컨대 일본 보건당국의 승인을 받은 하트시트(HeartSheet)의 경우 환자의 허벅지에서 채취하여 실험실에서 배양한 골격근 줄기세포로 이루어져 있다. 테루모사가 개발한 하트시트는 중증 심부전 환자의 심장에 부착될 수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테루모가 임상 2상을 마친 직후 7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안전성과 효능이 확인된 상태에서 조건부 사용을 승인했다.

후생노동성이 내건 승인조건은 `5년 이내에 60명 이상의 환자와 120명의 대조군을 대상으로 하트시트의 효능을 입증한 데이터를 제출하라`는 것이다. 후생노동성의 당국자에 따르면 해당 데이터의 심사에는 전통적 임상3상에 적용되는 까다로운 절차가 적용될 것이라고 한다.

일본 정부가 이 같은 무리수를 두는 데는 두 가지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 iPS 세포 개발로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후 차지한, 재생의학 부문의 선두주자 자리를 다른 나라에 빼앗기지 않겠다는 것이다. 둘째, 지금껏 생명공학 부문에서 거둔 일련의 성과를 기반으로, 새로운 경제성장 동력을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테루모의 성공 스토리는 다른 실패담들과 대비된다. 예컨대 제론(Geron)은 한때 재생의학 부문을 좌지우지했으나 지금은 배아줄기세포 요법을 포기했고, 지난해에 리켄(RIKEN) 발생생물학센터의 타카하시 마사요 박사는 iPS 유래 망막이식( iPS-cell-derived retinal grafts)을 통한 노인성 황반변성 치료의 임상시험을 접어야 했다. 이에 일본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바이오업체들은 후생노동성의 신속승인에 열광하고 있다.

2014년 9월 iPS세포로 만든 망막색소상피 세포의 이식 수술을 실시한 뒤 기자회견을 하는 이화학연구소 발생·재생과학종합연구센터의 다카하시 마사요 박사. 그러나 다카하시 마사요 박사는 2번째 임상시험 환자에서 유전자 돌연변이가 발생해 암 발생 위험성으로 치료를 중단했다. 일본 아사히 신문 인터넷판 화면 캡쳐. http://www.asahi.com/articles/photo/AS20140913000453.html

하트시트의 가격은 약 1,500만 엔(미화 12만2,000달러)이지만 환자들은 이 비용을 기꺼이 지불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후생노동성이 하트시트를 건강보험 급여목록에 등재해서 환자의 부담이 경감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환자는 여전히 - 효능이 완전히 입증되지도 않은 치료제에 대해 10~30%의 본인부담금을 내야 한다. 그렇다면 업체가 부담해야 할 임상시험 비용을 사실상 환자가 부담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로써 일본은 전통적인 신약개발 모델을 완전히 뒤집었다. 통상적으로 신약개발의 리스크는 제약사가 부담하기 마련이다. 왜냐하면, 단기적으로 많은 비용이 들어가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제약사가 이득을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의 현행 신약개발 모델에서, 제약사는 리스크를 아웃소싱하게 된다. 신약의 효능이 확인된 시점에서 제약사는 이미 신속승인을 통해 수익을 얻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현행 신속승인제도가 제약사들을 자극해 유망한 재생의학 치료제의 출시를 촉진할 거라고 주장한다. 상당수의 신약은 소규모 임상시험을 통과하지만, 임상 3상에서 우수수 탈락의 고배를 마시는 것이 상례이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의 바이오업체들은 자국 보건당국에 일본의 사례를 들이대며 `좀 본받으라`고 종용한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행동이다. 전세계의 보건당국은 `신속승인제도를 도입하라`는 바이오업체들의 압력에 굴복하지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일본의 신속승인제도가 제대로 작동할 것인지`가 아직 판가름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본의 보건의료시스템이 새로운 재생의학치료법의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지", 그리고 "환자들이 `바가지 썼다`는 느낌을 받지는 않을지" 확인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만에 하나 신속승인을 받은 신약 중에서 효과가 없는 것으로 밝혀지는 것이 하나라도 나온다면 어쩔 것인가.

일본 보건당국은 `시판후 평가(post-commercialization evaluation) 절차가 매우 까다로울 것`이라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 그러나 - 조건부든 아니든 - 이미 승인받은 약물을 규제한다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만약 시판후 평가가 얼렁뚱땅 이루어진다면 효과가 없는 약물이 가면을 쓰고 버젓이 유통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일본 의료계에서는 엉터리 약물이 판을 치게 될 것이다. 그것은 환자나 일본 정부나 바이오업체를 위해서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효과 있는 약물이 제대로 승인을 받아 출시되는 것은 장기적으로 모두에게 이익이다.<원문 바로가기>


[알립니다] 이 기사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운영하는 미래기술정보 포털 미리안(http://mirian.kisti.re.kr)에 게재된 글을 전재한 것입니다. 본지는 KISTI와 미리안 홈페이지 내 GTB(Global Trends Briefing 글로벌동향브리핑) 컨텐츠 이용에 관한 계약을 맺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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