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안 브리핑]

[라포르시안] 한 영향력 있는 생명윤리그룹이 "인간 배아의 유전자편집은 중요한 과학적 의문을 해결하는데 엄청난 가치가 있으므로, 임상적 적용을 둘러싼 우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되어야 한다"라고 밝혀 주목받고 있다.

2006년 결성돼 중요한 고비 때마다 의견을 개진해 온 '힝스턴 그룹'(Hinxton Group)은 9월 9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공개토론과 신중한 정책이 요구되지만 인간의 초기발생과정 및 질병을 연구하는 데 큰 통찰력을 제공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인간배아 유전자 편집의 윤리적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주장했다.<성명서 바로가기>

최근 살아있는 세포의 유전자를 정확히 편집할 수 있는 기법들이 등장하여, 강력한 생물학적 도구로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편집된 유전자가 미래의 세대에게 전달되므로 인간의 유전자를 함부로 변형해서는 안 된다`는 해묵은 윤리적 비난에 시달려 왔다.

급기야 지난 4월 중국의 과학자들이 "CRISPR/Cas9를 이용하여 인간배아의 유전자를 편집했다"고 발표하자, 우려가 현실화되었다. 중국 과학자들의 시도는 그리 성공적인 것은 아니어서 54개의 배아 중 4개에서만 의도했던 유전자 변화가 일어났지만 우려했던 대로 새롭고 예기치 않은 돌연변이가 발생했다. 그러자 과학자들 사이에서 논쟁이 벌어지면서, 일부 비판자들은 논문을 출판한 저널을 향해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관련 기사: 中 과학자들, 인간배아에 ‘유전자 가위’를 대고 윤리논란을 끄집어내다>>.

문제의 논문이 발표되기 전부터 과학자와 생명윤리학자들은 `새로운 생명공학 기법이 야기한 이슈를 좀 더 토론해 보자`고 촉구했었다. 힝스턴 그룹은 줄기세포, 윤리, 법 등에 관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2006년 결성된 이래 줄기세포로 정자와 난자를 만드는 문제를 비롯해 지적 소유권이나 데이터공유와 같은 문제에 대해 의견을 개진해 왔다.

캐나다, 영국, 미국, 이탈리아, 독일, 멕시코, 이스라엘, 네덜란드 등 8개국에서 모인 22개 힝스턴 그룹 회원들은 지난 9월 3일과 4일 모임을 갖고 유전자편집 기술을 인간세포, 특히 배아, 줄기세포, 생식세포 등에 적용하는 것에 대한 과학적·윤리적 문제를 의논했다.

그 결과, 9월 9일 "유전자편집 기술을 생식 분야에 적용하는 것은 시기상조이지만 인간배아를 이용한 실험실연구를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힝스턴 그룹의 운영위원인 프랜시스 크릭 연구소의 로빈 러벨-배지 박사(발달생물학)는 "실험실 연구는 인간의 초기발생과정이나 정자와 난자의 발달과정에 대한 의문을 풀어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성명서는 유전체편집을 인간배아에 적용하기를 원하는 과학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당부했다.

"사용하려는 배아의 범주를 신중히 검토하라. 예컨대, 체외수정(IVF) 과정에서 남은 배아를 사용할 경우, 이미 여러 개의 세포들이 포함되어 있어 최선의 결과가 나오기 어렵다. 왜냐하면 유전자편집 기술이 각각의 세포에 다른 영향을 미쳐 (다양한 유전적 변화를 겪은 세포들로 구성된) 모자이크 배아가 탄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정 실험의 경우 연구용 배아를 만들게 되는데 일부 국가의 경우 이 같은 연구관행이 논란을 야기하거나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

성명서는 `유전자편집 기술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라는 문제도 다뤘다. 러벨-배지 박사는 "이론적으로 면역세포를 유전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왜냐하면 일부 사람들은 HIV 감염을 예방할 수 있는 천연 돌연변이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HIV/AIDS가 맹위를 떨치고 있는 지역의 주민들에게 유전자편집 기술을 사용하는 문제를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힝스턴 회원국들은 생식 목적으로 인간 배아, 정자, 난자의 유전자를 편집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했지만 정책입안자들을 향해 "정당한 이유 없이 과학연구를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일침을 가했다.

힝스턴 그룹이 성명서를 통해 인간배아 유전자편집의 윤리적 정당성을 원칙적으로 인정했지만, 인간배아의 유전자편집을 찬성하는 쪽의 입장에서는 성에 차지 않는 모양이다.

하버드 의대의 조지 처치 박사(분자유전학)는 "힝스턴 그룹의 성명서는 유전자편집 기술에 대한 포괄적 지지입장을 표명했지만, 내가 보기에는 너무 몸을 사린 것 같다. 세상에 위험한 치료법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 유독 유전자편집 기술만을 문제삼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예컨대, 화학요법의 경우에도 미래 세대에 전달되는 돌연변이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전자편집을 둘러싼 논쟁으로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미 국립과학아카데미는 오는 12월 초 유전체편집에 대한 국제 정상회담(international summit)을 개최할 계획이다.<원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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