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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순번제에 임신 중 야간근무까지…‘모성학대’ 시달리는 간호사들‘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 결과…“시간제 간호사 등 실효성 없는 정책만 되풀이”

[라포르시안]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병원에서 근무하는 임산부 직원은 정작 제대로 모성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간호사 직종의 경우 모성보호는커녕 '모성학대'를 받고 있었다.

가임기에 있는 간호사들이 순번을 정해 임신하는 '임신순번제'가 여전히 이뤄지고 있으며, 임신한 상태에서 야간근무를 서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모성학대가 벌어지는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국내 의료기관의 만성적인 간호인력 부족 때문이다.

전국보건의료노조는 지난 4월~5월 2개월 간 전국 83개 의료기관에서 일하는 보건의료노동자 1만8,629명(응답자 중 여성이 81.9%)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5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 결과를 18일 발표했다.

노조는 전체 응답자 중에서 20~30대 기혼여성 노동자 3,745명의 답변 결과를 근거로 모성보호 실태를 분석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법 개정으로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병원노동자에게는 근로시간 단축제는 고사하고 법으로 금지된 임신부의 야간근로가 버젓이 이뤄지고 있었다.

응답자 중 야간근로 유경험은 간호사가 17.1%, 비간호사가 6.1%로 평균 13.8%에 달했다.

근무환경 위험으로 인해 임신한 여성노동자 중 유·사산을 경험한 비율이 간호사 직종의 경우 10.1%나 됐다.

난임이나 불임을 경험한 간호사도 6.0%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병원의 만성적인 간호인력 부족으로 가임기에 있는 간호사들이 순번을 정해 임신하는 '임신순번제'를 경험한 비율도 11.1%로 나타났다.

임신순번제의 경우 주로 병동이나 수술실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들 사이에서 부서장의 지시 하에 이뤄지는 것으로 파악됐다.

임신순번제를 거부하거나 임의적으로 임신을 할 경우 근무표에 불이익을 당하거나 직무스트레스 증가로 타 부서로 이동하는 사례도 있었다.

열악한 근무환경 때문에 가임기 여성노동자가 원치 않는 피임으로 임신시기를 조절한 사례도 5.9%(간호사 6.9%, 비간호사 3.5%)였다.

병원사업장의 모성보호와 여성노동자의 건강권을 위한 생리휴가 및 육아휴직 사용 비율도 타 사업장에 비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육아휴직을 사용한 비율은 육아휴직 대상자만을 기준으로 했을 때 전체 평균이 44.1%로, 병원 특성별로는 공공병원 52.1%, 민간병원 40.9%였다.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한 이유로는 '인력부족으로 동료에게 불편을 끼칠까봐 사용하지 못한다'는 답변이 21.5%, '병원분위기상 신청할 수 없다'는 답변이 28.0%나 됐다. 

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 등 여성노동자의 모성보호가 이처럼 취약한 이유는 인력부족 탓이다.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의료기관 중 간호사의 법적 기준을 준수하는 의료기관은 13.8%에 불과하며, OECD 국가들의 경우 인구 1000명당 평균 간호인력이 9.3명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평균 4.8명으로 절반 수준에도 못 미쳤다.

부족한 병원인력 문제는 숙련도가 높은 젊은 여성노동자가 출산과 육아에따른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의료현장을 떠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2013년 2월 기준으로 간호사 면허를 가진 간호사수는 총 29만4,599명이지만 실제 의료기관 근무자는 12만936명(면허보유 대비 41.05%)으로서 유휴간호사 60%에 육박한다.

보건의료노조는 "정부가 병원 여성노동자의 일-가정 양립과 유휴간호사 재취업 장려를 위해 시간선택제, 야간전담제 등을 내놓고 있지만 간호인력 확충과 근무조건 개선이 전제되지 않아 실효성이 없고 실패만 되풀이하고 있다"며 "작년 9월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임신 12주 이내 또는 36주 이후에 있는 여성노동자가 근무시간을 하루 2시간 단축할 수 있도록 하는 ‘임신기간 근로시간 단축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인력충원을 하지 않아 매일 연장근무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임신과 출산의 자율권 보장, 출산 및 육아휴직에 대한 대체인력 보충, 임신기간 근로시간 단축제도 정착, 모성보호 관련 근로기준법 위반사례 조사와 시정을 위한 활동을 적극 전개할 계획"이라며 "특히 병원인력 확충으로 모성보호 사각지대에 내몰려 있는 병원 여성노동자들이 임신과 출산의 자유 및 법적으로 보장된 모성보호 권리를 자유롭게 누릴 수 있도록 ‘보건의료인력지원특별법’ 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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