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리포트] 제4회 환자권리교실 토마토 - “재활치료, 집에서 시켜드리겠습니다”

[라포르시안] 1950년대 국내 결핵환자 수는 130만 명에 달했고 사망률은 치명적으로 높았다. 시급히 결핵진료소들이 세워졌고 당시 국내 대부분의 의료진들은 전공에 상관없이 결핵 진료에 뛰어들었다. 그 결핵퇴치가 가장 치열하게 이뤄졌던 곳에서 오늘은 환자생명이 아닌 환자권리에 대해 열띤 이야기가 오가는 장면이 연출됐다.

서울시 환자권리옴부즈만이 주최하는 제4회 '환자권리교실 ‘토마토’(‘토크로 마주하는 환자권리 토크’의 줄임말)' 행사가 지난 13일 서울특별시 서북병원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서울시는 의료서비스 이용자의 불만 해소와 권리 보호를 위해 환자권리옴부즈만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서울시 환자권리옴부즈만은 환자고충상담 콜센터 운영과 함께 서울시립병원에서 매월 '환자권리교실 토마토'를 열어 환자들의 권리의식을 높이고 민원을 예방하는데 힘쓰고 있다.

이날 행사는 최현정 아나운서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나백주 서북병원장, 안기종 환자권리옴부즈만 위원, 서해숙 진료부장, 박영숙 간호부장, 김대수 시민참여위원회 위원이 토크 패널로 참여해 환자 및 보호자, 직원 등이 환자 권리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이야기했다.

 

또한 서북병원만이 가진 재활 및 결핵 전문병원이라는 특성에 맞게 재활 및 결핵치료에 대해 궁금한 점을 묻는 시간도 함께 가졌다.

서북병원은 1948년 10월 결핵환자진료소로 발족해 1964년에는 시립서대문 병원으로 개칭하면서 지난 60여 년간 결핵 전문병원으로 운영되어왔다. 그리고 지난해 4월 치매 등 노인성 질환과 재활 전문병원으로 '주종목'을 바꾸고 올해 6월 서울시립 서북병원으로 이름도 바꿔 은평구 일대의 환자들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30여명의 환자들 역시 대부분 고령층이었고 노인성 질환 관리 및 재활이 필요한 환자들이었다. 결핵 환자들은 아쉽게도 질병 특성상 자리에 대부분 함께 하지 못했다.

첫 번째 토크는 서울시 환자권리옴부즈만으로 환자고충상담 콜센터 문의가 들어와 이슈가 되었던 '독거노인 나 홀로 병원에 입원하기'라는 주제로 시작했다.

서해숙 진료부장은 “사실 저희 병원 60%정도의 환자는 보호자가 없으시고, 혼자 입원수속 밟고 들어오신 분들이에요. 저희 병원에는 독거노인 분들이 혼자 입원하러 오셔도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라며 노인환자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었다.

김대수 시민참여위원은 “저는 서북병원에서 십 수 년 동안 목욕봉사를 해왔습니다. 제가 목욕을 시켜드리면서 환자분들하고 많은 대화를 나눕니다. 그런데 정말 가족이 있는 분들이 거의 없으시더라고요. 안타깝기도 하지만 동시에 안심도 됩니다. 시립병원들이 이런 분들을 정말 많이 챙겨준다는 생각이 들어서요”라며 기억을 이야기했다.

그 다음 토크는 “병원에서 고령이신 어머니의 입원을 거부해요. 이래도 되나요?”라는 주제였다.



나백주 서북병원장은 “아무래도 노인 환자에게 손도 많이 가고 또 병원이 ‘수가’ 부분 때문에 환자를 좀 선택하려는 경향이 있어서 그런 일이 생긴 것 같습니다. 사실 이렇게 재활·물리치료 등을 매번 병원에서 받는 것이 힘들기 때문에 저희 병원은 은평구 지역 보건소와 협력해 장애우와 환우들이 집에서도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라며 의외의 해결책을 꺼냈다.

이어 안기종 환자권리옴부즈만 위원이 “굉장한 아이디어인 것 같습니다. 제가 아는 손영준이라는 청년은 고등학교 때 다리 수술 중 마취가 잘못돼 8년 동안 반식물인간 상태에서 재활치료를 해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시립병원에 가면 두 세 달마다 옮겨야 하고 신장이 커서 침대까지 같이 옮기느라 많은 비용이 들어가고 있어요. 이런 환우들이 집에서도 병원과 똑같이 재활치료를 받으면 그런 고통을 겪지 않을 수 있겠군요.”라며 지역사회 재택방문 재활치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세 번째 토크는 '의사와 환자는 대화가 필요해'라는 주제로 환자와 의료진 간에 서로 문답하는 과정도 이어졌다. 

 

한 환자는 “저는 재활치료를 하고 있는 환자에요. 그런데 이 병원으로 온게 처음 치료가 아니라 병원마다 머무는 기간이 있어서 한 군데를 거쳐서 온 거에요. 그런데 여기가 집에가 제일 가까워요. 그리고 의사, 간호사 선생님들도 제일 친절하고 잘 치료해 주세요. 여기서 치료가 마무리되면 좋겠지만 치료기간이 1년이 넘는데요. 그럼 다른 시립 병원으로 갈 수 있을까요?”라고 질문하며 향후 치료과정에 대해 불안감을 나타냈다.

나백주 서북병원장은 “네. 다른 시립병원 등으로 연결도 얼마든지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시립병원끼리 재활전문의가 필요할 경우 오가면서 진료를 보는 프로그램도 계획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다른 병원으로 가도 재활하시는데 걱정 안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라고 답변하며 환자를 안심시켰다.

이날 토크의 마지막은 최근에도 집단 발병으로 인해 이슈가 되고 있는 ‘결핵’ 이야기였다.

안기종 환자권리옴부즈만 위원이 13년 전 폐결핵을 경험한 적이 있는 환자로서 서북병원 의료진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는 “저는 예전에 동네 병원에서 약만 처방받아서 복용해 치료했거든요. 그런데 요새는 결핵치료가 과거와는 달라졌다고 하더군요. 어떻게 달라졌는지도 궁금하고 또 결핵인 것 같으면 무조건 서북병원으로 오면 되나요?”라고 물었다.

서해숙 진료부장이 먼저 “저희 병원은 결핵진료소가 모태이기도 하지만 결핵치료에 관해서는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보통 오시는 결핵환자분들을 보면 보건소나 개원가에서 치료를 하시다가 차도가 없어서 오세요. 결핵은 아직까지는 큰 병원에 오셔서 치료하시는게 보다 확실한 방법입니다. 그중 하나가 서북병원이니 주저하지 말고 오세요.”라고 설명했다.

박영숙 간호부장은 마지막으로 “오늘 서북병원에서 환자권리에 대해 대화를 하는 것은 최초이고 정말 뜻깊은 자리였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함께하지 못한 일부 결핵환자분들, 재활하시는 분들도 같이했다면 훨씬 더 의미가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정말 이런 행사가 자주 개최되고 또 서북병원에서도 다시 한 번 열렸으면 좋겠습니다.”라며 행사 후 소감을 밝혔다.

 


[알립니다] 이 글은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발행하는 미디어 <환자리포트>의 승태완 기자가 작성했습니다. 환자리포트는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환자를 똑똑하고 당당하고 행복하게 만들기 위한' 목표 아래 창간한 미디어로, 전문기자는 물론 환자나 그 가족 등이 함께 만드는 참여형 환자미디어입니다. 본지에서는 앞으로 환자리포트에서 제공하는 기사 전문을 정기적으로 전재할 예정입니다. 환자리포트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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