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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고 가난하고 e-세상과 단절된 노인들에게 원격의료란?‘2014 노인실태조사 결과’로 드러난 원격의료 적용의 부적절성

[라포르시안]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9월부터 일부 보건소와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의사-환자간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실제로는 어떨지 몰라도 정부가 표면적으로 밝힌 의사-환자간 원격의료를 도입하려는 취지는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자의 건강관리 강화, 노인·장애인·도서벽지 주민의 의료접근성 문제 해소 등이다.

특히 노인 만성질환자의 건강관리 강화가 원격의료 활성화의 주요 목표 중 하나다.

그러나 한국 노인들이 처한 상황을 볼 때 원격의료가 얼마나 건강관리를 강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복지부가 지난 31일 발표한 '2014 노인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이런 의문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번에 발표한 노인실태조사는 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 전국 975개 지역에 거주하는 노인 1만452명 대상으로 한 면접조사를 통해 가구형태 및 가족관계, 소득, 건강·기능상태, 경제활동 등의 내용을 파악한 것이다.

건강 및 보건의료 실태를 보면 조사 대상 노인의 노인의 89.2%가 만성질환을 앓고 있으며, 평균 2.6개의 복합만성질환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성질환 종류별 유병율은 고혈압이 56.7%, 관절염 33.4%, 당뇨병 22.6% 순이었다.

노인가구의 소비지출은 월평균 143.9만원으로, 부담을 느끼는 지출항목은 주거 관련 지출이 40.5%로 가장 컸다. 다음으로 보건 의료비(23.1%), 식비(16.2%), 경조사비(15.2%) 등의 순이었다.

지난 1년간 병의원 미치료율(치과 제외)은 8.8%에 달했고, 치과의 미치료율은 18.0%나 됐다.

정보화 수준은 상당히 떨어졌다.

컴퓨터·인터넷을 이용할 줄 모른다는 응답이 83%에 달했고, 통신기기 중 핸드폰을 소유한 비율은 80%였지만 스마트폰 소유율은 13.7%에 그쳤다.

노인 가운데 10.9%가 자살을 생각해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고, 실제로 자살을 시도한 응답자는 12.5%였다.

자살을 생각한 이유로는 경제적 어려움(40.4%), 건강문제(24.4%), 외로움 (13.3%), 가족·친구와의 갈등 및 단절이(11.5%), 배우자 등 사망(5.4%) 등이었다.

노인의 28.9%가 현재 일을 하는 중이고, 일하는 이유는 생활비 보충(79.3%)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많은 노인이 경제적 어려움과 건강 문제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음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최근 펴낸 '노인의 빈곤과 연금의 소득대체율 국제비교' 보고서를 보면 2011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층의 빈곤율은 48.6%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았다.

한국 다음으로 노인 빈곤율이 높은 스위스(24.0%)와 비교해도 2배 수준에 달했다.

이런 조사 결과가 의미하는 것은 현재 한국의 노인들이 의료서비스 이용에 있어서 가장 큰 장벽은 지리적 접근성이 아니라 경제적 접근성이란 점이다. 

지난해 7월부터 65세 이상 노인에게 지급된 기초노령연금의 지출처를 보면 더 분명해진다.

기초노령연금을 받은 경험이 있는 수급자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가장 많이 지출한 분야는 바로 보건의료비(44.2%)였다.

그만큼 의료이용 욕구나 필요성은 있었지만 '돈이 없어' 병원에 가지 못했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복지부가 추진하는 의사-환자간 원격의료는 오로지 지리적 접근성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원격의료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PC나 스마트폰을 새로 마련하고, 인터넷 가입, 게이트웨이(전송장치) 및 원격의료장비 구입 등을 위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복지부가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원격모니터링 시범사업을 하는 데 있어서 고혈압 환자가 37만원, 당뇨환자는 35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설계했다.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인터넷 사용료와 통신비 부담이 따른다. 

원격의료 이용을 위해 필요한 장비를 구매해야 하고, 지속적으로 유지보수가 필요하고, 이용할 때마다 혹은 통신사와 장비업체가 시스템을 업그레이드 할 때마다 고스란히 추가 비용 부담을 져야 하는 방식이 될 게 뻔하다. 원격의료라는 새로운 시장이 조성되고 참여하는 기업들이 사업 지속성을 갖기 위해서는 당연히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 보건복지부가 제작한 원격의료 홍보자료 중 일부.

노인실태조사를 통해서도 확인했듯이 한국의 노인세대는 현재 가난하고, 아프고, 온라인 세상과 단절돼 있다.

의사-환자간 원격의료를 이용하는 것은 '그림의 떡'이다.

한국소외계층에게는 의료서비스의 지리적 접근성과 함께 경제적 접근성이란 이중고를 떠안게 되는 셈이다.  

'병원에 가기 힘든 분들의 불편을 덜어드립니다'라는 지극히 단순한 논리로 그 이면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모두 감추고 있다.

복지부는 "노인실태조사 결과를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 제3차 치매관리기본계획 수립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원격의료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도 노인실태조사 결과를 활용할 생각은 왜 안하는 걸까.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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