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7월부터 ‘의료급여 진료비용 알림서비스’ 실시…“가난한 수급자들 의료이용 제한”

[라포르시안]  "귀하께서 2015년 1월1일~6월30일까지 사용하신 총 진료비용은 000원이며 이 중 정부(의료급여)에서 000원을 지원하였습니다. 참고로 의료급여 수급권자 평균 진료비용은 000원입니다. 귀하께서는 특히 고혈압상병에 대한 의료 이용량이 매우 높아 적절한 관리가 요구됩니다."

오는 7월 이후부터 이런 내용이 적힌 '의료급여 진료비용 알림' 통지서를 받게 될 의료급여 수급권자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가 의료급여 수급권자의 의료정보 접근성 강화 및 맞춤형 건강관리를 할 수 있도록 '의료급여 진료비용 알림서비스'를 올 7월부터 시행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이 서비스는 의료급여 과다이용이 예상되는 대상에게 우선적으로 서면으로 제공하고, 향후 그 대상자가 확대된다.

복지부는 "그동안 의료급여 수급권자들은 의료기관을 이용하면서도 의료급여를 통한 혜택 인식 미흡 및 스스로 건강관리에 취약점을 보이는 한계가 존재했다"며 "이로 인해 전체 진료비용 등 연간 의료서비스 이용 현황에 대해 알지 못해 의료서비스를 과다 이용할 유인이 있었고, 스스로가 어떤 질병에 취약한지 알지 못해 해당 질병에 대한 예방 등에도 적극적이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고 알림 서비스 도입 취지를 설명했다.

의료급여 수급권자의 경우 진료를 받은 후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진료비를 국가에서 세금으로 지원하고 있는데 불필요한 의료서비스 이용으로 세금이 낭비될 우려가 있으니 조심하라는 의미다.

의료급여제도와 관련해 지금까지 정부가 추진해온 본인일부부담제나 선택병의원제도 등을 고려하면 진료비용 알림서비스를 제공하는 배경에 '수급자의 도덕적 해이'라는 비판적 인식이 깔려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의료급여는 국가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혜택인데 그 수혜자인 의료급여 수급자들이 이러한 혜택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스스로 건강관리를 하지 못한 까닭에 세금이 낭비될 소지가 있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서 관리하겠다는 말로도 들린다.

박근혜 정부가 2013년 10월부터 ‘정부합동 복지부정 신고센터’를 운영하면서 "복지 분야에서 국가 예산이 낭비되지 않도록 촘촘한 감시, 환수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정책기조의 연장선상이나 마찬가지다.

벌써부터 의료급여 진료비용 알림서비스에 대한 심각한 우려가 제기된다.

이런 정책이 시행되면 저소득 의료소외계층의 의료기관 이용 문턱을 높여 의료접근성을 더욱 떨어뜨릴 것이란 점에서.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의료급여 수급권자를 협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과다이용에 대한 기준이 과연 무엇인지 모르겠다. 그 부분은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가 판단해야 할 문제이지 정부가 사전에 이를 알릴 수는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이 서비스가 시행되면 의료급여 수급권자의 의료이용을 제한하게 될 것이란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이런 알림서비스가 전달되면 당사자는 의료이용에 따른 죄책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도저히 국가가 국민을 상대로 할 일이 아니다"고 비난했다.

경제적 부담으로 인한 미충족의료 비율을 더욱 확대할 우려도 높다.

질병관리본부 질병예방센터 건강영양조사과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실시된 국민건강영양조사 원시자료를 분석해 펴낸 '우리나라 성인의 미충족 의료 현황' 보고에 따르면 경제적인 이유로 병의원에 가지 못한 비율은 소득수준이 가장 높은 군에 비해 가장 낮은 군이 4.55배 높았다.

서울시가 작성한 '경제적 이유로 인한 미충족의료 비율' 통계를 보면 65세 이상 연령층 가운데 고졸이상의 미충족의료 비율은 2.4%인 반면 초졸이하는 9.6%에 달했다.

지역별로는 강남구가 1.7%에 그쳤지만 강북구와 도봉구는 각각 4.9%와 4.8%로 훨씬 더 높았다.

우석균 위원장은 "현재 건강보험 재정 누적수지 흑자가 13조원에 달하는 상황인데 이를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에 사용하지 않고 쌓아두고만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입원기간에 따른 환자 본인부담금을 인상하는 정책에 이어 의료급여 수급권자의 의료이용을 제한할 수 있는 제도를 시행하겠다는 것은 복지 축소에 다름 아니다. 가난한 수급자에 대한 심각한 차별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MB정부 이후부터 의료급여 수급자수 계속 감소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의료급여 수급자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의료급여 수급자는 참여정부에서 지속적으로 확대됐지만 MB정부 들어서 수급자격 심사 강화와 차상위 의료급여 수급자를 건강보험으로 전환하면서 그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기 시작해 최근까지 그러한 경향이 지속되고 있다.

각종 국정통계를 집대성한 e-나라지표의 '의료급여 수급 현황'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의료급여 수급자수는 2005년 176만2,000명(수급률 3.6%)에서 2007년 185만3,000명(3.8%)로 늘었다가 MB정부가 출범한 2008년 184만1,000명(3.7%)으로 감소하기 시작해 2009년 167만7,000명(3.4%), 2011년 160만9,000명(3.2%), 2012년 150만7,000명(3.0%)으로 줄었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2013년에는 145만9,000명(3.0%)으로 감소했다.

비슷한 시기에 가구소득이 정부에서 발표하는 최저생계비 이하 수준의 절대빈곤층 비율이 10~12% 사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최소한의 의료보장 혜택마저 받지 못하는 의료소외층이 상당한 수에 이른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형준 정책국장은 "공공부조를 확대해야 하는데 건강보험 재정 긴축과 복지의 후퇴를 꾀하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의료급여 진료비 알림서비스에는 가난한 의료급여 수급자들을 '도덕적 해이'라는 프레임에 가두고, 이들의 정상적인 의료이용에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는가에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정 국장은 "이런 정책은 의료급여 수급권자를 도덕적 해이라는 프레임에 끼어맞추고 통제하려는 것"이라며 "상당히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정책이다. 시민단체와 함께 적극적인 문제제기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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