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병원·KAIST 연구팀, ‘네이처 메디슨’에 연구결과 게재

[라포르시안] 국내 연구진이 뇌전증(간질) 치료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는 연구성과를 내놔 주목된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아뇌전증센터 김동석 교수팀과 KAIST 의과학대학원 이정호(사진 오른쪽) 교수팀은 난치성 뇌전증을 유발하는 유전자를 세계 최초로 규명하는 내용의 연구결과를 '네이처 메디슨' 24일자 온라인판에 발표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또 동물실험을 통해 그 유전자 변이를 억제할 경우 좋은 치료효과를 가져오는 것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전체 인구 1%의 유병율을 가지고 있는 뇌전증은 뇌신경세포의 일시적이고 불규칙적인  이상흥분현상으로 생기는 질환이다.

환자의 30%는 치료약물에 반응하지 않는 난치성으로 잦은 발작과 이로 인한 정신지체 및 발달장애의 위험을 갖고 있었다.

김동석 교수(사진 왼쪽)는 "지금까지의 치료는  문제가 있는 뇌 부위를 절제하거나 해당 부위에 전기 자극을 주는 수술로 난치성 환자의 70%에서 치료 조절효과를 거두었다"면서 "그러나 큰 수술에 따르는 환자부담과 절제되는 뇌 부위가 관장하는 언어 또는 운동기능에 장애를 초래할 수 있는 합병증 위험성을 늘 고려해야 했다"고 말했다.

특히 "뇌수술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조절이 되지 않는 중증 난치성 환자도 있어 질환 발병 원인 규명을 통한 새로운 치료법 개발이 절실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소아 난치성 뇌전증을 유발하는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꼽히는 대뇌피질 이형성증'에 주목하고, 뇌신경세포가 정상적으로 생성되지 못한 대뇌피질 이형성증을 갖고 있는 난치성 뇌전증 환자로서 뇌수술을 받은 77명의 뇌조직과 혈액 또는 타액을 채취해 첨단 유전자 분석을 실시했다.

분석 결과, 12명(15%)의 환자에서 혈액이나 타액에서 보이지 않고 뇌 조직에서만 특정 유전자 변이가 관찰됐다. 

뇌 조직 안에서도 1% 미만으로 존재하는 희귀 질병 유전자를 찾아낸 것이다.

연구팀은 이 유전자를 실험용 쥐에 이식해 실제로 뇌전증을 유발하는지를 검증, 뇌전증 환자와 동일한 증상과 병리양상을 확인하고 후속연구로 그 유전자 변이를 억제하는 치료법 개발에 착수했다.

김동석 교수는 "많은 치료 후보 약물 중 현재 항암제로 쓰이고 있는 한 약물을 투여한 결과 실험용 쥐의 발작 횟수를 포함한 전체 질환 증상이 크게 호전되었다"면서 "이는 향후 뇌전증 치료가 단순히 약물로 발작을 억제하는 단계를 넘어 예방적 치료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설며앴다.

김 교수는 "수술적 치료만 유일한 대안이었던 난치성 뇌전증의 원인을 처음 규명함으로써 혁신적인 치료약물 개발의 실마리를 제공할성과"라고 연구 의의를 설명했다.

주저자인 KAIST 임재석 대학원생은 "뇌 국소 부위에 미세하게 존재하는 질병 유전 변이만으로도 뇌 전체 기능을 변화시켜 뇌전증을 유발 한다는 사실이 놀라웠다"고 말했다.

공동 제1저자인 세브란스병원 소아신경과 강훈철 교수도 "동물 실험에 사용된 약물은 이미 다른 질환의 치료에 이용되고 있는 것으로, 난치성 뇌전증 환자에도 쉽게 임상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효과적인 치료약물 개발의 단초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

한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과 KAIST 공동 연구팀은 이번 연구 과정에서 생산된 노하우와 치료약물 등에 대해 국내외 특허를 출원 중이다.

빠른 시일 내에 환자 대상의 임상시험에도 착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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