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포르시안]  국경없는의사회는 독일 보르스텔 연구소(Research Center Borstel)와 공동연구를 통해 아프리카 최남단의 스와질란드 전역에서 발견된 다제내성 결핵균의 1/4 이상이 현재 널리 사용되는 고도의 신속 분자 진단검사로도 검출되지 않는 돌연변이를 보유하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뉴잉글랜드 의학저널(NEJM)에 발표했다고 19일 밝혔다.

현재 세계보건기구(WHO)는 속성 결핵 진단법으로 'Xpert MTB/RIF'와 같은 신속 분자 검사를 권하고 있다.

이 검사는 결핵 유병률 최고 국가로 손꼽히는 스와질란드에서 다제내성 결핵을 찾아내는데 널리 이용되는 방법이다.

이번 연구를 위해 국경없는의사회의 산하 ‘전염성 질환 전문센터(Epicentre)’는 보르스텔 연구소와 협력해 스와질란드 전역에서 결핵 약제내성을 조사하면서 2009년부터 2010년 사이에 수집한 모든 결핵균을 분석했다.

▲ 스와질란드 시셀웨니(Shiselweni) 의 결핵 병동에서 실험 중인 국경없는의사회의 진단검사 전문가. 사진 제공 : 국경없는 의사회

분석 결과, 전국 조사에서 발견된 총 125개의 다제내성 결핵균 중 30%가 ‘rpoB(I491F)’라는 유전학적 돌연변이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돌연변이는 과거 홍콩, 호주에서도 희귀 결핵균에서 발견된 바 있다.

특히 이 돌연변이는 주요 결핵 치료제인 리팜피신(rifampicin, RIF)에도 내성을 보일 뿐 아니라 WHO 권고에 따라 스와질란드 전역에서 결핵, 다제내성 결핵의 표준 선별 검사로 쓰이는 Xpert MTB/RIF로도 검출되지 않는다.

보르스텔 연구소와 독일감염연구센터(DZIF)에서 근무하고 있는 스테판 니에만(Stefan Nieman)은 "조사 대상이었던 다제내성 결핵균 중 rpoB(I491F) 돌연변이를 보유한 균의 비율이 높다는 것은 공공보건에 큰 위협이 될 수 있으므로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이러한 약제내성을 진단하지 못해 환자들을 치료할 수 없게 된다면 결국 치료가 까다로운 이 결핵균을 더 확산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스와질란드는 성인 인구 중 26%가 HIV에 감염될 정도로 HIV 감염률이 가장 높고, 결핵 환자의 80%가 HIV에도 감염돼 있다는 점에서 이번 분석 결과는 더욱 우려스럽다는 국경없는의사회의 지적이다.

이번 연구 결과에 따라 국경없는의사회는 스와질란드에서 XpertMTB/RIF 검사를 했을 때 결핵 양성이지만 약제내성 결핵에는 음성으로 판정되는 모든 환자를 대상으로 ‘약제 감수성 검사’ 추가 실시를 권고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모잠비크 등 스와질란드 주변국에서도 rpoB(I491F) 돌연변이가 있는지 확인하는 연구가 반드시 실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염성 질환 전문센터(Epicentre) 소속 연구원 메릴린 보넷(Maryline Bonnet)은 "이 균이 아프리카 남부 등 다른 지역에서 널리 퍼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더 많은 종류의 돌연변이 균을 검출할 수 있도록 현재 사용 중이거나 개발 중인 신속 분자 검사를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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