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전원생 특성화 실습후기]

[라포르시안]  라포르시안에 인턴기자로 특성화 실습을 신청하게 된 것은 단순히 재미있을 것 같아서였다. 글을 써 본적도 거의 없었고, 부끄럽지만 신문도 뉴스도 잘 보지 않았다. 페이스북에 가끔씩 친구가 ‘좋아요’를 누른 의료 관련 기사를 보기는 했지만 아직 공부하기 바쁜 학생이라고 생각하면서 그 기사는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렸다.

한창 이슈가 되고 있는 ‘규제기요틴’ 에 대해서도 특성화 실습을 나가서 알게 되었다. 처음으로 취재를 나선 날은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 회장이 ‘학생들도 규제기요틴 저지에 동참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장이었다. 규제기요틴에 대한 주요 쟁점만 겨우 파악하고 들어간 자리에서 내가 속한 공동체의 의견이 발표되는 것을 보니 지금까지 무관심했던 내 모습을 반성하게 되었다. 또 규제기요틴 저지를 위해 단식 농성에 들어간 대한의사협회 회장을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니 멀게만 느껴졌던 의료 분야의 문제가 가까이 와 닿았고, 이것이 미래에 우리가 나아갈 사회라는 것에 알 수 없는 책임감도 느껴졌다.

라포르시안에서의 특성화실습 기간 동안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해 한국보건의료재단, 서울시 정신건강증진센터, 일차의료연구회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의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본 것도 소중한 경험이었다. 환자를 보는 것만이 의사로서 역할의 전부라는 편견을 떨쳐버릴 수 있었다. 또한 하나의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 아이템을 선정하고, 미리 공부를 하고, 취재원을 섭외하는 과정 하나하나가 긴장의 연속이었고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하나의 기사를 완성했을 때는 내가 속한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조금이나마 역할을 수행 한 듯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2주 동안 실습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말이 있다. '의료전문주의가 공고하게 구축된 영국과 프랑스, 미국 등 서양의 의사사회는 근대적 의학교육 체계가 정립되고 지금처럼 국가로부터 배타적이고 독점적인 의사면허를 부여 받기까지의 과정에서 안팎으로 지난한 투쟁을 벌여왔다. 이를 의사들이 의료서비스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차지하기 위해 싸워온 투쟁의 과정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반면 우리나라 의사사회는 지난 수십 년에 걸친 의학교육의 성과로 전문직업인으로서 의사상이 완성됐다. 고도의 지식과 기술, 직업윤리에 있어서는 의료전문주의 단계에 도달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끊임없이 사회와 교류하며 상호 작용하는 과정을 통해 시민과 대중으로부터 신뢰와 권위를 인정받는 단계까지 도달했다고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운 점이 많다. 의사사회 전체가 의학적 가치 실현을 위해 의료체제를 조직적으로 통제하는데 관심이 없었다'는 것이다. 

의대생이 사회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수없이 들었지만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그렇지만 인턴기자로 실습을 하면서 의사사회의 다양한 구성원들을 만나고 부딪혀보니 나에 대한 관심을 넘어서 내가 속한 공동체에 대한 관심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의대생과 의전원생들이 직접 경험하고 느낄 수 있는 이런 기회가 많았으면 한다. 그렇게 된다면 멀지 않은 미래에는 우리가 스스로 주체가 되어 환자와 의사에게 더 나은 의료 환경을 만들어 갈 수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짧은 실습기간이었지만 많은 것을 얻어간다.

허이라 인턴기자는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했다.지난 2012년 강원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했다.현재 강원대 의전원4학년 진학을 앞두고 있다. 1월19일부터 2주간 라포르시안에서의전원 교육과정의 일환으로 특성화 선택실습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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