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안 브리핑]

[라포르시안]  바이오시밀러(biosimilars)란 복잡하고 값비싼 생물의약품(항암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등)의 저렴한 제네릭 버전을 말한다. 수년에 걸친 논란 끝에 미국 식품의약품안전국(FDA)은 바이오시밀러 약물의 판매를 승인할 방침이어서 제약업계의 지대한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 1월 7일 FDA 자문위원회는 만장일치로 스위스 노바티스의 제네릭 전문 자회사인인 산도스가 생산한 약물을 '필그라스팀'(상품명 뉴포젠, 사진)의 대체약물로 승인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사우전드오크스에 있는 암젠사가 생산·판매하고 있는 필그라스팀은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들의 면역력을 강화하는 약물이다.

산도스가 개발한 약물이 FDA의 승인을 받을 예정임에도 불구하고 생산 및 평가의 어려움 때문에 바이오시밀러의 시장침투는 여전히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생체세포에서 생성되는 복잡한 분자는 정확히 복제하기가 불가능하며, 비슷하게 복제하는 것도 엄청나게 어렵다. 게다가 바이오시밀러 분야에는, 특히 약물의 제조방법과 관련해 특허권이라는 복병이 도사리고 있다.

필그라스팀의 경우 산도스는 판매승인을 위해 몇 가지 법적 요건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시턴홀 대학교에서 과학기술법(technology law)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조던 패러다이스 교수(법학)는 "우리는 완전히 무에서 유를 창조하고 있는 셈이다. 바이오시밀러에는 아직도 많은 과학적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전형적인 약물은 소분자(small molecules)여서 생화학적 공정을 거쳐 생산되는 것과는 달리 생물의약품은 커다란 단백질 분자여서 유전자변형 생물체를 이용해 생산한다. 살아 있는 세포는 자신이 생성한 단백질을 특정 위치에 복잡한 당(糖)과 기타 화합물을 덧붙임으로써 변형시키는데, 세포가 배양되는 정확한 조건이 이러한 변형의 패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분자의 구조와 거동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이처럼 복잡한 바이오시밀러 약물의 특성을 정확히 규정하는 것은 무척 어렵다.

바이오시밀러는 제네릭 의약품의 일종이지만 `부정확한 복제품`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제네릭 의약품보다 더 많은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 EU의 경우 지난 10년간 바이오시밀러를 평가하고 승인해 왔지만 미국의 의약당국은 관련 법률이 2010년 의회를 통과할 때까지 평가 및 승인을 미뤄 왔다. 이에 바이오업체들은 FDA의 동향을 예의주시하며 초초하게 기다려 왔다.

환자권익 옹호단체들은 바이오시밀러가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약값을 떨어뜨리기를 희망하고 있다. 생물의약품은 가격이 비싸기로 정평이 나 있다. 연구자들의 계산에 의하면, 베바시주맙(bevacizumab, 상품명 아바스틴)으로 전이성 결장직장암을 치료하는데 드는 비용은 연간 75,000달러(늘어난 여명에 대한 연간 약제비)라고 한다. 작년에 RAND 코퍼레이션이 발표한 보고서에 의사면 바이오시밀러는 2024년까지 총 442억 달러의 약제비를 절감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그나마 필그라스팀은 당이 부착되지 않은 작은 단백질이어서 비교적 간단한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도스는 388명의 유방암 환자와 174명의 건강한 참가자들로 구성된 대규모 임상시험 데이터를 제출해야 했다. 그건 바이오시밀러가 인체 내에서 오리지널 약물과 비슷하게 분해되며, 면역반응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서였다.

FDA는 오는 5월까지 최종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산도스가 미국에서 약물을 판매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추더라도 암젠과의 특허권 분쟁을 치러야 한다. 유럽의 경우와는 달리 산도스는 암젠 측에 자세한 제조방법을 알려줘야 했는데 암젠은 이를 샅샅이 분석해 특허권 위반 사항을 찾아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산도스는 `실망스러운 선례를 남기는 일`이라며 이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패러다이스 교수는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신약승인신청이 처음으로 접수됐지만 벌써부터 제약사들 간의 알력이 표면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뉴햄프셔 법과대학의 니콜슨 프라이스 교수(특허법 전문가)는 "바이오시밀러의 생산을 고려하는 제약사들은 특허권 분쟁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제약사들은 제조방법을 대외비로 하는 것이 보통이다. 왜냐하면 복잡한 약물을 생산할 경우, 제조기술이나 '분자의 특징을 규정하는 방법'에 대해 특허를 출원함으로써 짭짤한 이익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후발업체들은 선도업체가 지나간 길을 찾아내기 위해 어둠 속을 더듬으며 나아가야 한다. 그러나 많은 바이어시밀러 생산업체들이 유형 무형의 특허권에 발목이 잡혀 시장진입을 제한받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설사 바이오시밀러가 특허권의 장벽을 뛰어넘더라도 최종적으로 소비자들의 반응이 문제다. 소비자들은 오리지널과 비슷한 복제약을 어떻게 생각할까? FDA가 주최한 자문위원회에서는, 많은 소비자 대표들이 바이오시밀러에 지지를 보내고, `고가약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에 기대감을 표시한 바 있다.

그러나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바이오시밀러가 오리지널과 동일한 성분명을 사용할 경우 환자들이 오리지널과 복제품을 혼동할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많은 소비자 단체들은 산도스의 승인과정을 지켜보며, FDA가 필그라스팀이라는 성분명을 허용할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자문위원회의 멤버인 매사추세츠 대학교의 제임스 리버만 교수(종양학)는 이 같은 우려를 일축했다. 그는 "산도스의 바이오시밀러가 필그라스팀과 매우 흡사하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필그라스팀과 다른 이름을 붙이는 것이 더 이상하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원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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