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안 브리핑]

▲ 지난 4월 9일 기자회견을 통해 STAP 논문 조작 의혹에 대해 해명하는 일본 이화학연구소의 오보카타 하루코 박사.

[라포르시안]  지난 12월 19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 리켄) 검증팀은 "논문의 주요저자와 함께 STAP(유도만능줄기세포) 재현을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논문의 주요저자인 오보카타 하루코 주임은 리켄 발생생물학센터(CDB)를 그만뒀다.

이번 검증팀을 이끌었던 CDB의 아이자와 시니치 박사(발생생물학)는 기자회견에서 "지난 8개월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STAP 현상을 검증하지 못했다. 이에 우리는 STAP 접근방법을 검증하려는 노력을 중단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오보카타 박사는 언론에 배포한 성명서에서 "이번 검증결과에 대해 아직까지도 매우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오보카타 박사는 만족스러운 결과를 재현하지 못한 것을 인정하면서도 "검증팀이 제공한 검증환경이 만족스럽지 못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종전에는 줄기세포를 만들려면 복잡하고 어려운 기법이 필요했다. 그러나 (일본의 다른 연구기관과 브리검 여성병원의 연구팀이 포함된) STAP팀은 네이처(Nature) 1월 29일자에 기고한 논문에서 "성체세포를 산성용액에 잠깐 담그기만 해도 만능 줄기세포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논문이 발표되고 얼마 뒤 과학 블로거들은 논문에 첨부된 이미지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고 나섰다. 곧이어 전세계의 연구자들이 `결과를 재현할 수 없다`고 아우성치기 시작했다.

그러자 리케은 조사팀을 출범시켰고 지난 4월 "오보카타가 연구부정을 저질렀다"고 결론내렸다. 네이처에 실렸던 논문도 지난 7월에 철회되었다. 그러나 많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오보카타와 공저자인 찰스 바칸티 박사(브리검 여성병원의 조직공학자)는 `STAP 현상의 실재`를 주장하며 수정된 프로토콜을 계속 발표해 왔다.

이에 리켄 관계자들은 검증팀을 구성해 논문에 기술된 실험을 직접 재현함으로써 논쟁을 종결짓기로 결정했다. 지난 8월에 발표된 중간보고서에서 검증팀은 "STAP 세포를 만들 수 없었다"고 밝혔다. 당시 검증팀은 오보카타를 검증작업에 포함시켜 `공표된 프로토콜에 언급되지 않은 미묘한 기술이 존재하는지`를 확인했었다.

지난 12월 19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아이자와 박사는 "오보카타가 만능성(pluripotency)을 나타내는 지표유전자(marker gene)의 형광신호를 과도하게 해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아이자와 박사에 따르면 검증팀도 형광을 발하는 세포를 만드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형광의 밝기가 만능성을 나타내는 전형적 수준에 미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또한 검증팀은 만능성의 보다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는 데도 실패했다고 한다.

`오보카타가 아직도 STAP 현상이 실재함을 믿고 있는지`에 대해서 아이자와 박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오보카타 박사는 성명서에서 "너무 미숙해서(그녀는 현재 서른한 살이다) 논문의 출판과 철회가 리켄과 많은 분들에게 미칠 악영향을 미처 깨닫지 못했다. 무슨 사과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라고만 썼다. 

브리검 여성병원의 관계자는 사이언스(Science)지의 논평 요청에 대해 "바칸티 박사는 현재 언론과 인터뷰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한편 STAP를 둘러싼 스캔들은 이미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다. 일본 최고의 연구소인 리켄의 연구자들은 물론 명망높은 과학자들의 체면을 손상시켰고, 공저자 중 한 명인 사사이 요시키 박사는 지난 8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리켄은 CDB의 조직을 전면개편해 인원을 500여 명에서 250명으로 대폭 감축했다. 'RIKEN'이라는 영문 이름은 그대로 둔 채 `이화학연구소`라는 일본 이름도 바뀌었다.

이번 사건은 많은 미해결의 문제를 남겼다. 첫째로, 논문의 공저자들은 하나같이 "STAP 현상을 재현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실토했지만 그 이유는 명확하게 밝혀진 적이 없다. 둘째로, 네이처지가 문제의 논문을 게재한 이유도 석연찮다.

사이언스지는 그 논문의 초기 버전을 기각한 적이 있다. 네이처 심사자들은 `논문 원고에 많은 문제점이 있으니, 기각하는 것이 좋겠다`고 밝혔지만, 네이처는 후에 약간 수정된 원고를 채택했다. 네이처는 '개정된 원고를 채택한 이유가 뭔가?'와 '개정된 원고를 채택하기 전에 심사자들에게 보여줬는가?'라는 질문에 답변하기를 거부했다. <원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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