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안 브리핑]

▲ 펜형 인슐린 주사.

[라포르시안]  외과의사인 호세 오베르홀저는 해마다 몇 명의 제1형 당뇨병 환자들에게 베타세포(췌장에서 인슐린을 생성하는 세포)를 이식해 줌으로써 매일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하는 불편함으로부터 해방시켜 주고 있다. 그러나 베타세포 이식은 몇 가지 문제점 때문에 오베르홀저를 좌절시키고 있다.

사망한 사람의 췌장에서 채취한 베타세포는 공급이 달리는 데다, 품질의 차이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더욱이 타인의 베타세포를 이식받은 환자들은 이식 거부반응(면역반응)을 억제하기 위해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하는데 이로 인해 신부전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0월 9일 하버드 대학교의 줄기세포 연구자인 더글러스 멜튼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이 보다 많은 제1형 당뇨병 환자들에게 이식의 기회를 주고 오베르홀저의 좌절을 극복하게 해 줄 수 있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멜트 박사 연구팀은 인간의 줄기세포로부터 성숙한 베타세포를 만들어냈는데, 실제 베타세포와 똑같은 기능을 발휘하고 무제한 공급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는 줄기세포 분야 연구의 오랜 숙원을 풀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구진의 다음 과제는 이렇게 만들어진 베타세포를 인체의 면역반응으로부터 보호해 주는 것이다. 종전에도 과학자들은 줄기세포에서 미성숙 베타세포를 만들어 당뇨모델 마우스에게 이식한 적이 있다. 그러나 미성숙 베타세포가 성숙해 인슐린을 분비하려면 수개월이 걸리고, 그것이 인간의 체내에서 제대로 작동하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게 문제였다.

이번에 멜튼 박사가 만들어 낸 베타세포는 환자 자신의 성체세포에서 유래하는 iPS 세포를 이용한 것이다. 이 베타세포는 인비트로(in vitro)에서 포도당에 반응해 신속하게 인슐린을 분비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당뇨병 마우스에게 이식한 결과 2주 이내에 증상을 완화시킨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 베타세포는 심지어 (췌장 구조에서 발견되는)랑게르한스섬(islet of Langerhans)과 유사한 군락을 형성하기까지 했다.

오베르홀저는 "장담컨대 만일 연구진이 만든 베타세포를 전문가들에게 보여주면 어느 전문가라도 완벽한 인간의 랑게르한스 섬세포라고 말할 것"이라고 말했다.(오베르홀저는 비인간영장류의 세포를 대상으로 한 테스트를 수행하기 위해 멜튼의 연구팀에 합류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인체의 면역반응이다. 줄기세포에서 만들어진 베타세포가 임상에서 널리 사용되려면 면역반응을 잠재우는 것이 선결과제다. 왜냐하면 면역억제제는 중증 당뇨병 환자에게만 사용하도록 허용되기 때문이다. 또한 환자 자신의 피부세포에서 유래하는 베타세포라 할지라도 면역계의 공격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왜냐하면 1형당뇨병은 자가면역질환이어서 자가이식 세포라도 면역계의 공격에 여전히 취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해결책은 베타세포를 바이어사이트(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소재 바이오업체)사가 만든 신용카드 크기의 생체적합성 싸개(biocompatible sheath) 안에 넣어 환자에게 이식하는 것이다. 바이어사이트사는 오는 10월 21일 첫 번째 환자의 몸에 생체적합성 싸개를 이식할 예정이다. 동물실험에서는 가능성을 인정받았지만, 일부 과학자들은 "싸개 안에 들어 있는 세포들이 너무 빽빽하게 채워져 있어 산소 및 영양분이 부족해 사망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또 하나의 해결책은 베타세포를 하이드로젤 보호막으로 코팅한 후 수천 개의 독립된 공(球)처럼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JDRF(뉴욕 소재 당뇨병 연구재단)의 과학담당 책임자인 앨버트 화는 "이 방법의 문제점은 만약 안전성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체내에서 제거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인체는 외부의 물체를 반흔조직(scar tissue) 안에 가두는 경향이 있는데 두 가지 방법 모두 이것을 피할 수는 없다. 반흔조직 안에 갇힌 베타세포에는 영양분 공급이 차단된다. 이와 관련하여 MIT의 생명공학자인 대니얼 앤더슨이 이끄는 연구진은 반흔조직의 생성을 촉발하지 않는 화합물을 찾아내 하이드로젤을 만드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앤더슨은 "현재 몇 가지 화합물을 찾아낸 상태이며, 영장류 모델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가능성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한편 오베르홀저는 날마다 심한 혈당변화를 겪어 생명에 위협을 받는 환자들의 경우 성숙한 베타세포를 이식받는 것이 여전히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그에게서 치료를 받는 환자들 중에는 베타세포를 이식받아 인슐린 주사의 부담에서 벗어난 사람들이 적지 않다. 오베르홀저는 "그들은 인슐린 주사를 맞느니 차라리 면역억제제를 투여받겠다고 한다"고 말했다.<원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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