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안 브리핑]

▲ 말라리아 예방을 위해 모기장 사용법을 배우는 아프리카 주민들. 국제기구 등에서는 말라리아로부터 생명을 구하기 위해 아프리카에 모기장을 보내는 캠페인도 펼치고 있다. 사진 출처 : WHO의 RBM(Roll Back Malaria initiative)의 <2012 연감>에서.

[라포르시안]  사망자가 수천 명 수준에 달하면서 서아프리카의 에볼라 창궐사태는 이 지역 최대의 치명적 질병(말라리아)에 여파를 미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번 에볼라 창궐사태가 라이베리아, 기니, 시에라리온의 말라리아 통제 노력을 사실상 중단시켜 말라리아 유행이 곧 시작될지 모른다는 공포감이 고개를 들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관계자들은 통계수치가 매우 과소평가된 것을 인정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기니,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에서는 최소한 3,000명이 에볼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대조적으로 2012년 이들 나라에서 말라리아로 사망한 사람들은 6,300명인데 그 중 대부분은 어린이들이다.

2000년 이후 아프리카에서는 GFATM(Global Fund to Fight AIDS, Tuberculosis and Malaria), 미국 국제개발처(USAID)등의 국제기구 덕분에 말라리아로 인한 사망자 수가 30% 가량 줄었다. 국제기구들은 방충망을 무료로 공급해 어린이들을 모기로부터 보호하고, 보건의료종사자들을 훈련시켜 말라리아 환자를 신속히 발견하고 무료 검사 및 치료를 실시했다.

그러나 에볼라는 이들 3개 나라에서 말라리아 퇴치노력을 사실상 마비시키고 있다. RBM의 관계자에 의하면 말라리아 치료제는 정부의 창고에서 뒹굴고 있다고 한다. 특히 라이베리아와 기니의 경우는 심각한 상황인데, 그 이유는 정부의 에볼라 대책에 분노한 주민들이 의료용 트럭을 파괴했기 때문이다. 라이베리아는 올해에 거국적인 방충망 보급사업을 계획했었지만, 현재로서는 계획 실행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환자와 의료인 모두 감염을 두려워하여 병원을 기피하면서, 일상적인 보건의료체계는 사실상 붕괴했다. 그 결과, 질병이 유행할 경우 - 설사 치료 가능한 질병이라도 - 수만 명의 사람들이 떼죽음을 당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취약한 환자들로는 임신부, 수술을 필요로 하는 외상 및 급성질환 환자, 설사 및 호흡기질환 환자, 말라리아 환자 등이 있다.

말라리아는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완치될 수 있지만,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중증으로 발전하여 사망할 수도 있다. 국경없는 의사회의 열대질환 전문가인 에스트렐라 라스리는 "에볼라가 공중보건에 미치는 영향력은 막대하다. 큰 재앙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8월 말 현재, WHO는 기니의 의료기관들로부터 말라리아 환자가 전년보다 증가했다는 보고를 받지 못했다. 다만 에볼라가 창궐하는 지역에서 의료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곳은 기니밖에 없다. 사실 기니의 의료기관에서 보고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전반기에는 2013년보다 말라리아로 인한 사망자가 감소했다고 한다.

이것이 반드시 좋은 뉴스라고 볼 수는 없다. 왜냐하면 중증 말라리아 환자들이 에볼라를 두려워하여 병원에 가는 것을 꺼린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말라리아로 인한 사망자는 의료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더욱이 말라리아는 에볼라와 증상이 비슷해 많은 환자들이 `혹시 에볼라가 아닐까?`라고 지레 겁을 먹고 병원을 찾지 않는다고 한다.

에볼라가 말라리아에 미친 악영향은 에볼라 사태가 해결된 후에도 오랫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예컨대 기니의 경우 에볼라의 전파를 막기 위해 에볼라 희생자들과 그들이 사용하던 방충망을 함께 매장하고 있는데, 이는 방충망이 에볼라를 옮겼을지 모른다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또한 보건의료종사자들은 말리라아 진단을 위한 혈액채취를 거부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혈액과 체액을 통한 에볼라 전염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실제로 말라리아에 걸리지 않은 사람이 말라리아 치료제를 투여받을 수 있는데 이는 말라리아병원충의 내성을 키울 수 있다.

RBM 파트너십(스위스 제네바 소재)의 토머스 토이셔 전무이사는 "우리는 서아프리카의 말라라아 통제 프로그램을 신속히 원상으로 회복시켜야 한다. 예컨대 시에라리온에는 2,000명의 훈련된 보건의료 종사자들이 있어, 언제든 환자를 발견하고 치료할 수 있다. 그들에게 에볼라 진단법을 훈련시킨다면, 말라리아와 에볼라를 동시에 제압할 수 있다. 우리는 이미 존재하는 우수 인력을 활동할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원문 바로가기>


[알립니다] 이 기사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운영하는 미래기술정보 포털 미리안(http://mirian.kisti.re.kr)에 게재된 글을 전재한 것입니다. 본지는 KISTI와 미리안 홈페이지 내 GTB(Global Trends Briefing 글로벌동향브리핑) 컨텐츠 이용에 관한 계약을 맺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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