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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 첫 완치 사례 ‘베를린 환자’의 기적, 어디서 비롯됐나[미리안 브리핑]
▲ 미국 현지 방송에 출연한 티모시 레이 브라운.

[라포르시안]  에이즈는 불치병으로 알려져 있지만, 지구상에 딱 한 명 완치된 사람이 있다. 그의 이름은 티모시 레이 브라운. 과학자들은 이 억세게 운 좋은 사나이를 `베를린 환자(Berlin patient)`라는 별명으로 부른다.

이 사람이 도대체 어떻게 에이즈 바이러스를 이겨냈는지는 지금껏 의학계의 미스터리로 남아 있었지만, 이제 그 가능한 이유의 범위가 점점 더 좁혀지고 있다.

브라운은 베를린에 거주하는 미국인으로, 에이즈 역사상 가장 많이 연구되어 온 환자 중 하나다. 11년 동안 에이즈 HIV에 감염되어 항역전사바이러스약물(ARVs)을 투여받아 왔던 그는 2006년 - 에이즈와 무관하게 - 급성골수성백혈병(AML)에 걸린 사실이 확인되었다.

화학요법이 실패하자 의사들은 그에게 골수를 이식했는데 수술이 끝난 후 그는 ARVs가 더 이상 필요없게 되었다. 에이즈 환자들이 ARVs 투여를 중단하면 몇 주 내에 혈중 HIV 수치가 급상승하지만, 지난 7년 동안 그의 혈액 속에서는 미량의 바이러스가 검출되었을 뿐이며, 게다가 그것들은 전혀 증식하지 않고 있다.

현재 과학자들이 내린 중론은 다음과 같은 3가지 상이한 요인들이 독립적 또는 복합적으로 작용해 브라운의 몸에서 HIV를 몰아낸 것 같다는 것이다. 첫 번째 요인은 전처리 과정(process of conditioning)인데, 이는 골수이식 전에 화학요법과 전신 방사선 조사를 이용해 환자의 면역계를 파괴하는 과정을 말한다.

두 번째 요인은 골수기증자가 보유하고 있었던 유전자 돌연변이다. 브라운의 백혈병 치료를 맡았던 게로 휘터 박사(당시 베를린 자유대학 재직 중)는 기증자의 백혈구에서 희귀한 돌연변이 하나를 발견했는데, 이 돌연변이는 바이러스가 백혈구에 침투하는 핵심 통로(수용체)를 망가뜨리는 작용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세 번째 요인은 이식편대숙주병(GVHD: graft versus host disease)으로, 이식된 골수에서 생성된 새로운 면역계가 HIV에 감염되 있는 구(舊)면역계의 잔존세력을 공격하는 것이다.

미국 에모리 대학교의 귀도 실베스트리 교수(면역학)가 이끄는 연구진은 이상의 3가지 중 첫 번째 가능성을 검증하기 위해 원숭이를 대상으로 특별한 실험을 실시했다. 연구진은 먼저 3마리의 붉은털원숭이로부터 혈액을 채취하여 줄기세포를 걸러낸 다음 저장해 두었다.

다음으로 연구진은 이 원숭이들과 3마리의 대조군 원숭이들을 하이브리드 바이러스(SHIV: 원숭이와 인간의 에이즈 바이러스를 혼합한 바이러스)에 감염시켰다. 마지막으로, 연구진이 6마리의 원숭이에게 ARVs를 투여하자 예상했던 대로 SHIV의 혈중농도가 신속히 `미검출`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로부터 몇 개월 후, 연구진은 3마리의 실험군 원숭이들에게 전신 방사선을 쪼인 다음, 저장해 뒀던 줄기세포를 재주입했다. 그리고 다시 몇 달 후 연구진은 6마리 원숭이 모두에게 ARVs 투여를 중단했다. 그러자 3마리의 대조군 원숭이와 2마리의 실험군 원숭이는 SHIV의 혈중농도가 빠르게 증가했다.

나머지 한 마리의 실험군 원숭이는 바이러스가 증가하지는 않았지만 신장이 망가지는 바람에, 연구진에 의해 안락사 처리되었다. 연구진은 이상의 연구결과를 정리해 "전처리 과정 하나만으로 HIV를 몰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9월 25일자로 'PLOS Pathogens'에 기고했다.

브리검 여성병원의 대니얼 쿠리츠크 박사는 "이번 연구는 유용한 모델을 이용하여 매우 중요한 결론을 내렸다. 인간을 대상으로 이런 실험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논평했다. 쿠리츠쿠 박사가 이번 연구결과에 특별한 관심을 갖는 이유는 자신이 치료 중인 (백혈병에 걸린) 에이즈 환자들이 (HIV 저항성 돌연변이를 보유하지 않은 공여자에게) 골수이식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 환자들은 ARVs 투여를 중단한 후 몇 개월 동안 HIV의 혈중농도가 감소하여 `공여자가 반드시 저항성 돌연변이를 보유할 필요는 없다`는 희망을 주는 듯했지만, 종국에는 바이러스 농도가 다시 증가하고 말았다. 이에 쿠리츠쿠 박사는 "골수이식 자체가 환자의 체내에서 HIV를 감소시키기는 하지만, HIV는 다시 복제를 시작하여 환자의 면역계를 압도하게 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번 연구는 "전처리 하나만으로는 HIV를 제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밝혀냈지만, GVHD가 브라운의 치료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가능성은 열어 두었다. 쿠리츠쿠 박사가 치료한 환자나 브라운과는 달리, 이번 연구에서 (자신의) 줄기세포를 다시 이식받은 원숭이는 GVHD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연구진은 - 브라운의 경우를 모방하여 - 바이러스 저항성 혈구세포를 이식하는 등의 다양한 실험을 구상하고 있다.

UCSF의 스티븐 딕스 박사는"본래 훌륭한 연구들은 답변과 함께 새로운 의문을 제기하는 법이다. 이번 연구는 베를린 환자의 수수께끼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는 못했다. 연구진이 사용한 모델은 더욱 정교화되어야 하며, 최소한 붉은털 원숭이에 대한 ARVs 투여기간을 늘려야 한다. 그러나 나는 연구진 자신도 이런 문제점들을 알고 있으리라 확신한다"고 말했다.<원문 바로가기>


[알립니다] 이 기사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운영하는 미래기술정보 포털 미리안(http://mirian.kisti.re.kr)에 게재된 글을 전재한 것입니다. 본지는 KISTI와 미리안 홈페이지 내 GTB(Global Trends Briefing 글로벌동향브리핑) 컨텐츠 이용에 관한 계약을 맺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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