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안 브리핑]

[라포르시안]  서아프리카에서 창궐하고 있는 유례없는 에볼라 출혈열의 배후에는 숙주를 전복시키는 강력한 파괴력을 가진 바이러스가 도사리고 있다. 자이르 에볼라바이러스(Zaire ebolavirus)와 그것이 속하는 필로바이러스(filoviruses)의 병독성은 먼저 인간의 면역계를 무장해제시키고 혈관계를 해체시키는 괴력에서 유래한다.

이번 에볼라 사태가 너무나 신속히 전개되는 바람에 과학자들은 바이러스가 인체 내에서 일으키는 연쇄반응을 파악하느라 쩔쩔매고 있다. 바이러스의 RNA가 숙주세포의 소기관을 하이재킹하여 생성하는 7가지 단백질이 다양한 문제를 일으키는 과정은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또한 바이러스가 전신에 퍼지기 전에 바이러스를 물리치려면 어떤 종류의 면역반응을 활성화시켜야 하는지도 불투명하다.

다만 과학자들은 배양된 인간세포와 비인간영장류(nonhuman primates)를 이용한 동물실험을 통해 에볼라 바이러스가 어떤 세포를 공격하고, 에볼라 출혈열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연구할 수 있을 뿐이다. 아래에서는 에볼라바이러스와 인체 간의 상호작용에 대한 기본지식을 문답형식으로 제공한다.

에볼라는 면역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일단 인체에 침입하면 에볼라바이러스는 여러 면역세포들을 무력화시킨다. 에볼라바이러스가 노리는 면역세포들은 병원체의 침입에 대항하는 1차 방어선을 형성하는 것으로, 그중에는 수지상세포(dendritic cells)가 포함된다. 정상적인 수지상세포는 표면에 `바이러스가 침입했다`는 꼬리표를 달고 다니며 T세포에게 신호를 보낸다. T세포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파괴하여 바이러스가 더 이상 복제하지 못하게 한다.

그런데 에볼라바이러스에 감염된 수지상세포는 이 같은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므로, T세포를 활성화시키지 못한다. 따라서 T세포는 바이러스 감염에 대응하지 못하며, 이로 인해 항체도 형성되지 않는다. 이처럼 면역계가 무력화되면 에볼라바이러스는 매우 신속하게 복제할 수 있다.

에볼라바이러스는 다른 바이러스들과 마찬가지로, 면역세포의 인터페론(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하는 분자) 생성을 억제한다. 'Cell Host & Microbe' 8월 14일호에 실린 논문에 의하면 에볼라바이러스의 단백질 중 하나인 VP24가 면역세포 표면의 수송단백질에 결합하여 이를 차단하는데, 이 수송단백질은 인터페론 경로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한다.

이상한 것은 T세포 자체는 에볼라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으며, 다른 세포들로부터 오는 자극 및 독성신호가 부족하여 전투력을 상실하게 된다는 것이다.

▲ 에볼라 바이러스

에볼라가 출혈을 일으키는 과정은?

에볼라 바이러스가 혈액을 타고 다른 장소로 이동할 때, 다른 면역세포(대식세포)에게 발각되어 탐식된다. 그런데 에볼라바이러스를 집어삼킨 대식세포는 혈액응고를 촉진하는 단백질을 분비해 전신의 혈관에 작은 혈전들을 형성하고 장기에 공급되는 혈액을 차단하게 된다. 또한 대식세포는 다른 염증성 신호단백질과 NO(nitrous oxide)를 생성하는데, 이것들이 혈관벽을 손상시켜 혈액을 누출시킨다. 이 같은 혈관손상은 에볼라출혈열의 주요 증상 중 하나지만, 모든 환자들이 외출혈(눈, 코, 기타 개구부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것) 증상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에볼라는 특정 장기를 겨냥하나?

에볼라는 전신의 염증과 발열을 초래하며, 인체의 많은 조직들을 손상시킬 수 있다. 에볼라에 감염된 대식세포는 직접 또는 (염증분자를 분비하여) 간접적으로 조직을 손상시킨다. 그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피해를 입는 것은 간(肝)이다. 에볼라바이러스는 혈장 속의 응고 단백질 및 기타 요소들을 생성하는데 필요한 세포들을 없애 버린다.

에볼라바이러스로 인해 위장관의 세포들이 손상되면 심각한 설사를 일으켜 환자를 탈수 위험에 노출시킨다. 부신(adrenal gland)에서는 스테로이드 생성세포가 못쓰게 되는데, 이로 인해 혈압조절이 안 되고 순환부전이 일어나 장기에 공급되는 산소가 부족하게 된다.

에볼라 감염 환자가 궁극적으로 사망하는 이유는?

혈관손상으로 혈압이 떨어지고, 환자는 쇼크와 다발성 장기부전(multiple organ failure)으로 사망하게 된다.

일부 환자들이 생존하는 이유는?

수액제를 이용한 수분보충 등의 지지치료로 인체가 자가치유 능력을 향상시킬 시간을 벌면,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그러나 2000년 우간다의 에볼라 창궐사태를 분석한 바에 의하면, 환자의 생존을 예측할 수 있는 유전자 및 기타 지표가 발견됐다고 한다.

즉, 에볼라에 걸리고도 생존한 환자들은 활성화된 T세포를 많이 보유하고 있으며, 백혈구의 표면 단백질(신호전달 단백질)에 돌연변이가 있는 환자들도 생존율이 높다고 한다. 올해 초 과학자들은 "sCD40L이라는 단백질을 많이 보유한 환자들은 생존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관련 논문 바로가기).

sCD40L은 혈소판이 생성하는 것으로, 손상된 혈관을 회복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새로운 치료법(인체의 자가치유 메커니즘을 향상시켜 생존율을 향상시키는 방법)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원문 바로가기>


[알립니다] 이 기사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운영하는 미래기술정보 포털 미리안(http://mirian.kisti.re.kr)에 게재된 글을 전재한 것입니다. 본지는 KISTI와 미리안 홈페이지 내 GTB(Global Trends Briefing 글로벌동향브리핑) 컨텐츠 이용에 관한 계약을 맺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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