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안 브리핑]

▲ 사진 출처 : WHO 홈페이지 http://www.who.int/en/

[라포르시안]  "두 명의 라이베리아 의사들이 아프리카인으로서는 최초로 실험약(지맵)을 투여받을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이 투여받고 나면 지맵의 재고는 바닥이 난다."

이상은 지난 8월 12일 세계보건기구(WHO) 의료윤리위원회가 "현재 서아프리카에 창궐하고 있는 에볼라 환자들에게 `효능이 입증되지 않은 약물`을 사용하는 것은 윤리적"이라는 결정을 내림과 동시에 전해진 소식이다. 8월 13일 현재 에볼라로 인한 사망자는 1,013명이다.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에 감염된 2명의 미국인이 실험약물 '지맵(ZMapp)'(샌디에이고 소재 맵 바이오파마슈티컬 개발)을 투여받은 후, 실험약 사용을 둘러싼 논쟁이 가열되어 왔다. 일부 공중보건 전문가들은 "형평성의 관점에서, 미국인들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인들에게도 지맵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또 한편에서는 "지맵이 부작용을 일으키거나 효과가 없으면 되레 아프리카 주민들의 반발을 초래할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해 왔다.

이에 지난 8월 11일 WHO는 전문가 위원회를 소집해 "에볼라 창궐지역에서 실험약을 광범위하게 사용하는 것이 윤리적인가"라는 문제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앞서 WHO는 지난 8일 이번 에볼라 창궐사태를 '글로벌 공중보건 위기상황'(global health emergency)으로 선포했다.

그리고 8월 12일, 마침내 WHO 전문가위원회는 "아직 효능과 부작용이 알려지지 않은 미승인 치료제를, 에볼라 출혈열의 예방/치료에 사용하는 것은 윤리적"이라고 결정했다. 그러면서 이 위원회는 "단 실험약은 일정한 윤리기준에 따라 사용되어야 한다. 이러한 윤리기준으로는 `모든 치료과정의 투명성`, `정보제공에 입각한 사전동의`, ` 인권, 인간의 존엄성, 지역사회의 의견 존중` 등이 있다"고 강조했다. 

마리 폴 키니 WHO의 사무차장은 기자들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WHO가 이례적인 결정을 내린 이유는 감염자 수가 많아서가 아니라, 일상적인 예방 및 감염통제 조치가 에볼라 전파를 억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WHO 전문가 위원회는 이번 달 말에 다시 열려, 좀 더 민감한 윤리적 문제, 즉 실험약 사용의 우선권 문제(즉, 보건의료 종사자가 먼저냐 아프리카 주민이 먼저냐)를 논의할 예정이다.

왜냐하면 항에볼라 실험약물의 공급량이 극도로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키니 사무차장은 "현재로서 WHO는 제약사와 아프리카 지역사화를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할 뿐, 어떤 실험약을 언제 투여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다. 라이베리아가 지난주에 지맵을 제공받은 것은 그들이 지맵을 원했기 때문이지, 우리가 일방적으로 전달한 것은 아니다(이제 지맵의 재고는 바닥이 났다). 그렇게 공급량이 적은 약물을 공정하게 배분하는 방법은 이 세상에 없다"고 말했다.

이번에 WHO 의료윤리위원회가 결의한 사항 중에는 "미승인 실험약을 아프리카인들에게 사용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그와 동시에 실험약의 안전성 및 효능에 관한 데이터를 수집하여 공유하고 과학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실험약의 안전성과 효능을 적절히 평가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에볼라에 대해 아무 것도 알 수 없다"고 키니 사무차장은 말했다. 그렇다면 실험약 사용과 관련된 위험과 이익(risks and benefits)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이제부터 문답식으로 정리해 보기로 하자.

지맵 말고, 에볼라 출혈열의 치료제 및 백신에는 어떤 것이 있는가?

많은 실험약물들이 개발되고 있지만, 임상시험을 거친 것은 하나도 없다. 지맵 이외의 약물로 고려되고 있는 것은 TKM-Ebola(캐나다 타케미라)다. 한편 프로테우스 파마슈티컬은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에볼라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그밖에 WHO는 에볼라 생존자의 혈청을 검사하여 항체를 찾아내려고 하고 있다.

실험적 치료제와 백신들의 효능은?

아무도 모른다. 두 명의 미국인이 지맵을 투여받고 회복되고 있다지만, 그것이 약효 때문인지, 의료진의 극진한 치료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는 알 길이 없다. 두 명 중 한 명은 에볼라 생존자의 (항체가 포함된) 혈청을 주입받기도 했다. 피츠버그 대학교 메디컬센터의 아메시 아달자 박사(감염질환 전문의)는 "많은 이들이 지맵에 열광하지만 그게 실제로 효과가 있다는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지맵을 투여받을 예정이던 스페인의 한 사제는 사망했지만 그가 지맵을 투여받았는지는 확실치 않다. 수포성 구내염바이러스(VSV: vesicular stomatitis virus)로 만들어진 백신이 2005년 에볼라에 걸린 원숭이를 살린 적이 있어 기대를 모으고 있다. TKM-Ebola는 지금껏 건강한 사람에게만 투여됐었다.

▲ YTN 사이언스 보도 영상 캡쳐

실험적 치료제와 백신들의 안전성은?

지금껏 실험약은 극소수의 사람들에게 투여됐기 때문에 안전성이 알려져 있지 않다. 지맵은 단클론항체(immune proteins)라는 면역단백질의 칵테일이다. 단클론항체는 지금껏 암, 관절염 등에 사용되어 왔는데, 알러지반응(발진, 발열, 오심, 구토, 설사, 그리고 드물게 치명적 쇼크)을 유발할 수 있다. VSV 백신은 바이러스에 에볼라 단백질을 결합한 것인데, 한 명의 건강한 사람에게 투여한 결과 부작용이 없었다고 한다.

TKM-Ebola는 초기 임상시험에서 몇 명의 건강한 사람들에게 투여됐는데, FDA는 지난 7월 안전성 문제를 들어 임상시험을 중단시켰다. TKM-Ebola는 사이토카인 유리증후군(cytokine release syndrome)이라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FDA는 8월 7일, "TKM-Ebola를 에볼라 환자에게는 사용할 수 있지만, 건강한 사람에게는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발표함으로써 여운을 남겼다.

에볼라처럼 치명적인 질병의 경우 웬만한 부작용은 감수할 수도 있는 것이 아닌가?

물론 그렇기는 하다. 그러나 부작용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다. 왜냐하면 서아프리카 현장에서 일하는 보건의료 종사자들은 다양한 부작용을 일일이 다룰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게다가 부작용 때문에 환자가 사망할 경우, 보건의료 종사자들에 대한 공포와 불신을 증폭시켜 에볼라 퇴치전략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아달자 박사는 "나는 존 르 카레의 『Constant Gardener』에 나오는 시나리오가 재연될까 봐 두렵다. 이 소설은 영화화되기도 했지만, 서구의 제약회사들이 아프리카 주민들을 대상으로, 비밀리에 임상시험을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안전성이 확립되지 않은 약물을 투여하여 부작용이 발생할 경우, 정치적 파문이 일어날 수 있다. 이 경우 제약사의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사전합의가 필요하다. 현재 미국의 일부 제약사들은 어린이용 백신의 안전성 문제와 관련된 법정투쟁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특정 질병에 대해 미승인 약품을 사용한 전례는?

FDA는 2009년 신종플루 사태 때 미승인약 페라미비어(peramivir)를 사용하도록 승인한 바 있다. 또한 환자들은 소위 동정적 사용(compassionate use) 원칙에 따라 개별적으로 미승인약을 투여받기도 한다. 예컨대 미 해군의 한 병사는 2009년 천연두백신 접종 후 발생한 우두바이러스 감염 때문에 2개의 미승인약을 투여받은 적이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투여된 미승인 약품들은 모두 건강한 인간을 대상으로 안전성 검사를 거친 것들이었다. "`건강한 인간`을 대상으로 안전성 검사를 마치지 않은 약물을 `질병에 걸린 환자`에게 투여하는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환자들은 건강한 사람보다 실험약의 부작용에 더 취약하며, 약물의 부작용을 질병의 통상적 전개과정과 구분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라고 조지타운 대학교 메디컬센터의 제시 굿먼 원장은 말했다.

실험약 사용과 관련된 윤리적 문제는?

가장 중요한 문제는, "치명적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과연 `충분한 정보에 입각한 의사결정(well-informed decision)`을 내릴 수 있는가?"라는 것이다. 죽어가는 사람들은 지푸라기라고 잡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더욱 큰 문제는 보건의료종사자들에 대한 지역사회의 불신이다. 국경없는 의사회 소속의 한 의사는 "아프리카 주민들은 의사들이 장기 적취, 질병 퍼뜨리기, 추악한 임상시험을 한다고 믿고 있다. 환자 자신도 중요하지만 지역사회 전체의 신뢰를 회복하여 동의를 얻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그는 현재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와 싸우고 있다).

실험약 사용과 관련된 과학적·의학적 문제점은?

일부 공중보건 전문가들은 "실험약에만 신경을 쓸 경우 기본적인 공중보건 조치를 소홀히 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한 실험약의 공급량이 부족할 경우, 서아프리카 주민들은 `저들이 치료제를 갖고서도 주지 않는다`며 보건의료 종사자들을 의심하게 될 것이다. 더욱이 실험약으로 에볼라 퇴치에 실패할 경우 보건의료 종사자들에 대한 실망과 불신은 극에 달할 것이다.

실험약 사용으로부터 과학자들이 얻을 수 있는 것은?

과학자들은 "에볼라 창궐지역에 실험약을 사용하는 것은 실험약의 효능을 확실히 입증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주장한다. 웰컴트러스트의 제리미 파라 이사장은 "환자와 지역사회의 동의를 얻어 실험약을 투여할 경우, 이번만큼 실험약의 효능을 입증할 수 있는 기회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WHO 전문위원회에 참석한 12명의 의료전문가 중 한 명이다.)

실험약을 보다 광범위하게 사용한다면, 사용 대상자는?

첫 번째 대상자는 물론 에볼라에 감염된 환자들이다. 실험약이 에볼라를 치료하는데 성공한다면 그 여파는 엄청날 것이다. 그럴 경우 지금껏 보건의료 종사자들을 의심해 왔던 지역사회 주민들의 마음이 돌아서서, 에볼라 퇴치작업은 탄력을 받게 될 것이다.

현재 백신의 상황은 어떤가?

백신의 우선투여 대상자는, 현장에서 환자들을 돌보는 보건의료 종사자들이다. 현재 보건의료 종사자들은 에볼라 유사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에게 접근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백신을 통해 보건의료 종사자들의 마음을 진정시킬 경우, 더욱 많은 환자들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 백신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프로펙터스(Profectus)의 관계자에 의하면, 현재 2개의 백신이 신속승인(fast-track) 절차를 밟고 있으며, 9월 말이 되면 최초의 임상시험이 실시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에볼라가 종식될 때까지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재고가 확보된 실험약은 있나?

WHO에 따르면 2명의 라이베리아 의사들이 투여받고 나면 기존의 지맵 재고는 동이 난다고 한다. 맵 바이오파마슈티컬社에 의하면, 추가 물량을 확보하려면 몇 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따라서 실험약 생산량을 증가시킬 특단의 대책이 요망된다. 이와 관련하여 토머스 프리덴 미 CDC 소장은 "에볼라 창궐사태가 진정되려면 최소한 3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원문 바로가기>


[알립니다] 이 기사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운영하는 미래기술정보 포털 미리안(http://mirian.kisti.re.kr)에 게재된 글을 전재한 것입니다. 본지는 KISTI와 미리안 홈페이지 내 GTB(Global Trends Briefing 글로벌동향브리핑) 컨텐츠 이용에 관한 계약을 맺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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