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복이 초록색인 이유에는 나름의 과학적인 이유가 있다고 한다. 바로 ‘보색잔상 효과’ 때문이다. 우리 눈의 망막에는 원뿔 모양으로 생긴 원추세포가 있다. 원추세포는 빨간색, 녹색, 파란색을 민감하게 감지하는 세포로서, 특정 색을 집중해서 보게 되면 쉽게 피로해져 민감도가 떨어지고 그 대신 보색(補色) 관계에 있는 색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진다고 한다. 이런 기전 때문에 특정 색을 집중해서 볼 경우 원추세포의 민감도가 낮아지면서 시선을 다른 쪽으로 돌리면 보색 관계에 있는 색이 시야에 잔상으로 남는 착시현상이 발생한다. 이를 ‘보색잔상 효과’라고 부른다. 수술복이 초록색(요즘은 하늘색으로 바뀌고 있지만)인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출혈이 불가피한 수술에서 의사가 강한 조명 아래 환자의 몸에서 나오는 붉은 색의 피를 계속해서 보고 있으면 빨간색을 감지하는 원추세포의 민감도가 낮아진다. 이때 하얀 가운을 입은 의료진을 바라보면 빨간색과 보색인 청록색의 잔상이 남게 되면서 시야를 혼동시켜 집중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한다. 이런 보색잔상에 따른 착시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수술실에서는 초록색 수술복을 입는다는 것이다. 비단 보색잔상 현상이 눈에서만 발생할까 싶다. 어쩌면 우리는 육안으로 보는 것뿐만 아니라 마음의 눈으로 보는 것에서 보색잔상에 따른 착시현상을 더 자주 겪는지도 모른다. 살면서 자신만의 편협한 시각에 빠져 상황을 올바로 바라보지 못하고 잘못된 판단을 내릴 때가 어디 한두 번인가. 특히 자칭, 타칭 스페셜리스트들 가운데 보색잔상에 따른 착시현상을 진실로 믿고 자가당착에 빠지는 모습을 심심찮게 봐왔다. 다른 전문가 집단과 마찬가지로 의사란 직업도 그런 착시현상에 빠질 개연성이 높다. 고도의 의학적 지식에 매몰돼 오로지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의 몸만 보고 고통 받는 마음은 놓치기 십상이다. 오죽했으면 최근의 한 조사에서 환자들은 명의(名醫)의 최우선 조건으로 의사의 실력이나 스펙이 아닌 환자를 대하는 태도, 소위 말하는 '라뽀(rapport)'를 꼽았을까. 보색잔상에 따른 의료진의 착시현상을 예방할 수 있는 배려가 수술복에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진료실에서도 마음의 눈이 착시현상을 겪지 않고 원래의 색을 더욱 선명히 보이게끔 하는 ‘보색대비’와 같은 배려가 절실한지 모른다. 각설하고, 보건의료 분야의 대안매체를 지향하는 라포르시안이 추구하는 방향이 바로‘보색대비’에 있다. 두 색이 섞였을 때 서로의 색을 방해하지 않고 더욱 선명하고 생기 있는 색상을 보여주는 '보색대비'야말로 의료전문 매체로서 라포르시안이 취해야 할 가장 중요할 역할이라고 본다. 부디 지켜봐 주고 성원해 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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