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포르시안]  갑상선암은 우리나라에서 남녀를 합해 가장 많이 발병하는 암이다. 작년 말 발표된 중앙암등록본부 자료에 따르면 2011년 갑상선암 발생자수는 4만명이 넘으며, 이는 전체 암 발생 비율의 18.6%로 1위를 차지했다. 주요 암 증가율 순위에서도 갑상선암은 23.7%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갑상선암의 증가는 전세계적인 추세이지만, 우리나라에서 유독 그 급증의 폭이 커 의료계에서 과잉 검진의 논란이 불붙기도 했다.

갑상선암은 발생률, 증가율뿐 아니라 생존율도 1위다. 이 때문에 최근 갑상선 암 과잉 진단에 대한 논란이 야기되며 증상이 없는 경우는 갑상선 암 진단부터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던 것. 하지만 중앙대학교 병원 외과 강경호 교수의 말에 따르면, 갑상선암은 심하게 진행되기 전까지는 대부분 증상이 없어 구체적인 증상이 나타난 이후에는 이미 치료가 늦은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목에 종양이 만져지거나, 과거에 경부 방사선 치료를 받은 경우, 가족 중 갑상선암 환자가 있는 경우 등 갑상선암의 위험이 높은 군에서는 갑상선 초음파 검사를 통한 조기진단이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일상적인 건강검진에서 갑상선 초음파 검사를 시행하는 것은 비용-효과 면에서 효용성의 문제가 있을 수는 있으나, 인위적인 방법으로 이를 막는 것은 환자가 조기에 치료받을 수 있는 기회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으로 도 다른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다.

‘거북이암’ 유두암에서 공격적인 역형성암까지 종류 다양예후 좋다고 방심하면 큰 낭패 볼 수도 

갑상선암은 종류에 따라 병의 예후, 암이 퍼지는 방식, 치료법 등이 다르다. 갑상선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유두암은 천천히 자라고 예후도 좋은 편인 반면, 여포암, 수질암 등 다른 종류의 암들은 그에 비해 예후가 나쁘거나 생존율이 떨어진다. 특히 역형성암은 전체 갑상선암의 1% 정도를 차지하는 드문 암이지만, 빠르게 자라고 공격적인 특성이 있어 대부분 1년 내에 사망하는 무서운 암이다.

갑상선암은 병변의 크기가 작더라도 광범위한 림프절 전이 또는 폐나 뼈로의 원격 전이가 종종 발견된다. 또한 예후가 좋은 유두암으로 진단 받아도 몇 년에 걸쳐 진행이 되면서 분화도가 나쁜 쪽으로 변하는 경우, 역형성 암으로 전환이 되는 경우도 있다. 특히 환자의 나이가 고령이거나 가족력이 있는 경우, 병변의 크기가 큰 암의 경우는 재발률이 높으므로 진단 후 1년~2년씩 치료를 미루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미국은 5mm이하의 결절이라도 일단 암으로 진단이 되면 수술을 해야 하는 것으로 의견이 일치되어 있다.

국내 갑상선 암 환자의 경우 5년 생존율이 거의 100%에 달하고 있지만, 장기간의 생존율을 추적하면 그 수치가 감소하기 때문에 요즘과 같은 100세 시대에는 보다 장기적인 경과를 함께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중앙대 병원 외과 강경호 교수의 의견이다. 강 교수는 또한 갑상선암의 대부분이 예후가 좋으므로 치료의 근치적인 면과 함께 수술 후 삶의 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의료진 선택 시 수술 후 합병증이 얼마나 낮은지, 갑상선 수술을 전문으로 하는지 꼼꼼히 따져보는 것이 필요하다. 갑상선암의 치료는 수술을 통해 암세포를 제거하는 것이 기본적인 원칙이다. 이후 떼어낸 조직으로 병리검사를 하여, 정확한 병기와 위험도에 따라서 추가적인 치료의 필요성을 결정하게 된다.

진화하는 수술법……가장 최신의 치료는 국내에서 개발

갑상선암 수술의 종류는 전통적인 목 절개법, 내시경 절제술, 로봇 절제술 등이 있는데, 목 절개법은 명칭 그대로 목에 절개를 하는 반면 내시경 절제술 및 로봇 절제술은 가슴 또는 겨드랑이를 통해 접근한다.특히 갑상선암 로봇절제술은 국내 의료진이 세계 최초로 개발해 전세계적인 관심을 받기도 했다. 갑상선암 수술은 갑상선의 해부학적 위치와 주변 조직과의 관계 때문에 고도의 집중력과 섬세한 기술이 필요한데, 로봇수술기를 통해 육안으로 잘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확인이 가능하고 위험한 혈관이나 중요한 신경, 부갑상선 등을 세밀히 보존할 수 있다.

국제적인 학술지인 ‘수술적 내시경 저널(Surgical Endoscopy Journal)’에 올해 개제된 연대 교수팀의 논문에 따르면, 합병증 가능성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는 숙련된 외과의가 갑상선암 로봇 절제술을 집도할 경우 안전한 수술을 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또한 2013년 같은 학술지에 게재된 서울대 교수팀의 연구에서도 갑상선암 로봇절제술은 종양학적으로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검증됐을 뿐만 아니라, 합병증의 비율이 낮고 저위험(low-risk) 환자의 재발률을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갑상선암 로봇수술을 통한 수술 후 ‘삶의 질’ 개선

갑상선암 로봇수술이 많은 관심을 받는 또 다른 이유는 뛰어난 미용적인 효과 때문이다. 기존의 목 절개법은 목의 아래 부분에 대략 4~6cm 절개를 하여 수술을 시행한다. 대부분의 암과 달리 일상생활에서 흔히 노출되는 목에 수술을 하기 때문에 셔츠나 목걸이 등으로 가려질 수 있도록 목의 낮은 부위에 절개를 하고, 최대한 상처의 길이를 작게 하는 등의 노력을 하지만 흉터가 남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상처 후 흉터가 없어지지 않는 켈로이드 체질이라면 수술자국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지게 된다.

국내에서 처음 갑상선암 로봇절제술이 개발된 것도 이렇듯 켈로이드 체질의 비율이 높은 아시아 환자들을 고려한 것이 크다.2 평상시 노출이 되지 않는 겨드랑이나 유방 부위의 피부 절개를 통해 수술을 하기 때문에 미용적인 측면에서도 만족도가 높고, 사회 복귀 시의 부담도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젊은 여성 환자뿐 아니라 사회생활을 지속해야 하는 남성 환자들도 많이 찾는다.

수술 후 합병증도 줄인다. 갑상선 수술 후 환자의 입장에서 본 주요 합병증은 ▲감각 이상 ▲목소리 변화 ▲삼킬 때 불편함 등이 있다. 2012년 대한내분비외과학회지에 게재된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정웅윤 교수의 논문 ‘로봇 갑상선 수술의 현재와 미래’에 따르면, 수술 후 흔히 호소하는 음식을 삼킬 때 불편한 증상의 경우, 로봇 절제술이 기존의 목 절개술에 비해 우수한 결과를 보였다. 또한 그 외에도 통증이나 감각 저하 또한 로봇으로 수술을 받은 환자들의 회복속도가 더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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