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안 브리핑]

[라포르시안]  동서고금과 성속(聖俗)을 막론하고 수많은 권력자들이 `영원한 젊음을 유지하겠다`는 꿈을 품었다. 진시황은 불로초를 찾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선남선녀들을 보냈으며, 교황 이노센트 8세는 젊어지기 위해 어린 소년 3명에게서 젊은 피를 받았다가 며칠 만에 숨지고 말았다는 설(說)이 있다.

불로장생의 영약(elixir of youth)은 의외로 간단할지도 모른다. 예를 들면, 혈액 속에 존재하는 천연 단백질처럼. 최근 과학자들은 쥐를이용한 실험에서 동물에게 젊은 피를 수혈함으로써 노화의 몇 가지 징후들을 역전시킬 수 있음을 입증한 바 있다. 그리고 작년에는 한 연구진이 혈액 속에서 한 성장인자(growth factor)를 발견했는데, 이것은 부분적으로 특정 조직(예: 심장)의 노화를 역전시키는 작용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제 과학자들은 두 편의 논문을 통해 이 성장인자가 근육과 뇌까지도 젊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추가로 밝혀냈다. 이와 별도로 다른 연구진은 젊은 쥐의 혈장을 늙은 쥐에게 주입하기만 해도 학습능력을 증강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하버드 대학교에서 줄기세포를 연구하는 에이미 웨이저스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인체 내에는 천연 회춘인자(rejuvenation factor)가 존재하며,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감소해 간다`는 사실을 최초로 증명했다. 이 회춘인자는 다양한 조직의 노화를 역전시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웨이저스 교수는 `회춘인자`를 분리하고 분석하는 연구를 지휘해 왔다.

회춘인자나 젊은 피를 이용하여 노화를 역전시키는 연구는 지난 10년 동안 수행된 일련의 연구결과에 기반을 두고 있다. 과학자들은 두 마리 쥐(젊은 쥐와 늙은 쥐)의 피부를 봉합하여 순환계(circulation systems)를 연결한 다음, 다양한 조직에 나타나는 영향을 연구해 왔다.

스탠퍼드 대학교의 토니 위스-코레이 교수(신경과학)는 "많은 사람들은 우리의 연구를 엽기적인 것으로 받아들였다. 심지어 뱀파이어를 들먹이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술회했다. 그러나 위스-코레이와 웨이저스를 비롯한 몇 명의 과학자들은 `세상 사람들의 불편한 느낌이 흥분으로 바뀔 것`이라고 믿었고, 결국 그들의 믿음은 사실로 밝혀졌다. "이번 연구는 `혈액으로부터 몇 가지 회춘인자를 분리해 낼 수 있으며, 그것들이 전신 조직의 젊음을 되찾게 해 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위스-코레이 교수는 말했다.

그러나 노화방지라는 연구분야는 워낙 들뜬 기대와 과장광고가 난무하는 곳인지라, 일부 과학자들은 `김칫국부터 마시지 말라`고 경계하고 있다. 뉴욕 렌슬러 신경줄기세포연구소의 샐리 템플 박사(신경과학)는  "이번에 발표된 논문들이 흥미로운 사실을 밝혀낸 것은 맞지만, 이제 겨우 시작에 불과하다. 저자들이 제시한 메커니즘이 인간에게도 적용된다면, 임상적으로 큰 시사점을 던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의문점이 남아 있으며, 그러한 의문점을 해결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우스의 순환계를 연결하는 실험, 즉 병체결합(parabiosis)의 역사는 15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0년, 당시 스탠퍼드 대학교의 어빙 웨이스먼 교수와 토머스 랜도 교수의 연구실에서 포스닥 과정을 밟고 있었던 웨이저스는, 병체결합이 조혈모세포와 근육 줄기세포의 운명(fate)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늙은 쥐와 젊은 쥐를 연결하자, 늙은 쥐의 근육 줄기세포가 활력을 되찾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 이후 스탠퍼드를 비롯한 몇 개 대학의 연구진이 이 분야의 연구에 뛰어들어 대여섯 개의 논문이 발표되었는데, 결론은 "병체결합을 통해 늙은 쥐의 간, 척수, 뇌가 활력을 되찾았다"는 것이었다.

보다 최근에 웨이저스 교수는 브리검 여성병원의 리처드 리 박사(심장학)와 손을 잡고 쥐의 혈액에서 회춘 작용을 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단백질을 분리해 냈다. GDF11(성장분화인자 11: growth differentiation factor 11)이라고 불리는 이 단백질은 줄기세포의 활성을 조절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젊은 쥐의 혈액 속에는 풍부하지만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농도가 감소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2013년 'Cell'에 기고한 논문에서, 웨이저스 교수와 리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GDF11을 주입함으로써, 늙은 쥐의 심장 비후를 감소시켰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리고 이들은 지난 5월 4일 Science에 발표된 후속연구에서, "GDF11이 병제연결과 마찬가지로 늙은 쥐의 근육손상을 회복시키고 달리기 능력 및 악력(握力)을 향상시켰다"고 보고했다.

한편 하버드 대학교의 리 루빈 교수(신경과학) 연구실에서 포스닥 과정을 밟고 있는 리다 카트심파르디는 별도의 연구를 통해 "GDF11이 혈관신생과 뇌의 후각뉴런의 증식을 촉진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카트심파르디 등이 Science에 기고한 논문에 의하면, GDF11은 - 부분적으로 - 줄기세포의 기능을 회복시킴으로써 이 같은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지금까지 몇 가지 조직에서 노화를 지연시키거나 역전시키는 것으로 밝혀진 방법은 두 가지, 즉 라파마이신(rapamycin)과 칼로리 제한(caloric restriction)이었다. 웨이저스 교수에 의하면, GDF11은 혈액 속에 존재하는 천연 단백질이므로, 약물보다 안전하다고 한다. 하버드 대학교는 GDF11에 대한 특허를 출원했으며 웨이저스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알츠하이머병이나 심장질환과 같은 퇴행성질환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제약업계와 협의하고 있다. 웨이저스 교수는 "GDF11을 치료 목적으로 사용하려면 다량의 단백질이 필요하다. 따라서 GDF11 자체를 그대로 사용하기보다는, 변형된 GDF11을 사용하거나 다른 분자를 이용하여 GDF11 경로를 겨냥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그러나 여기에는 많은 문제점들이 도사리고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은 GFD11의 작용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템플 박사는 GDF11의 임상적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GDF11의 작용 메커니즘이 자세히 밝혀질 때까지는 신중한 자세를 취하는 것이 좋겠다고 논평했다. 그는 또한 "하버드 대학교의 연구에서 사용된 늙은 쥐 중 몇 마리는 `중년`에 해당되므로, GFD11이 노인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불투명하다. 더욱이 GDF11을 투여받은 쥐들의 수명이 길어졌다는 사실을 입증한 연구결과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편 벌써부터 GDF11의 강력한 라이벌이 등장하고 있다. 위스-코레이 교수와 UCSF의 사울 빌레다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지난 5월 4일 Nature Medicine에 기고한 논문에서, "마우스의 병체결합을 통해, 뇌의 해마를 회춘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들 연구진에 의하면 병체결합을 통해 늙은 쥐의 뇌신경 간에 보다 많은 연결이 형성되었다고 한다. 이들은 `젊은 피` 속에 들어 있는 회춘인자를 아직 분리해 내지 못했지만, 그 대신 다른 방법을 생각해 냈다. 그것은 병체결합보다 훨씬 더 간단한 방법, 즉 젊은 쥐의 혈장을 늙은 쥐에게 주입하는 것이다. 실험 결과, 혈장 수혈은 마우스의 해마 뉴런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젊은 쥐의 혈장을 수혈받은 늙은 쥐는 그렇지 않은 쥐에 비해 학습 및 기억력 테스트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는 것이다.

위스-코레이 박사는 "혈장 수혈은 임상에서 일상적으로 행해지므로 - GDF11과는 달리 - FDA로부터 임상시험을 허가받을 필요가 없다. 우리는 다양한 지원자들로부터 혈장을 채취하여,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에게 수혈하는 소규모 임상시험을 시작했다. 알츠하이머 마우스 모델을 사용한 동물실험에서는 이미 긍정적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바야흐로 `젊은 피` 수혈을 둘러싸고 한바탕 소란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출처 : http://news.sciencemag.org/biology/2014/05/young-blood-renews-old-m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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