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포르시안 김상기 편집국 부국장]  벌써 사고 일주일째. '희망 고문'이라고 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며칠째 밤늦도록 TV를 켜놓았다. 아침에 눈 뜨면 뉴스부터 본다. 혹시나, 혹시나 싶어서. 안타깝게도 시간이 갈수록 커지는 건 사망자 숫자와 우리가 느끼는 슬픔의 깊이 뿐이다. 우리의 희망은 하루에도 몇 번씩 절망과 마주 본다.

지켜보는 사람이 이럴진대, 사고를 당한 학생들과 유가족은 오죽할까. 그들이 겪을 상실감과 정신적 충격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정신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하지만 이렇게 엄청난 사고를 겪고 깊은 슬픔과 충격을 받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하다. 그들이 보이는 감정과 반응은 정신적인 문제가 아니다. 이 상황에서 표출될 수밖에 없는 자연스러운 감정이고, 반응일 뿐이다.

엉뚱한 호들갑이다. 정부 차원에서 '중앙심리외상지원센터'를 설립하겠다느니, 느닷없이 응급정신의학의 개념을 정립하기 위해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느니 요란이다. 이런 재난사고가 또 생길지 모르니 대비하겠는다는 건가. 물론 필요하다. 하지만 혹시라도 모를 재난사고에 대비한 응급정신의료를 생각하기에 지금으로선 너무 버겁다. 그보다는 이런 사고가 생기지 않도록 안전을 강화하는 쪽으로 대책을 마련하는게 필요하다. 

무엇보다 재난의료 시스템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이런 판국에 응급정신의료니 재난정신의학이니 말하는 건 별 의미가 없다. 이렇게 대형 재난사고가 끊임없이 터지는 나라에서 정신건강에 문제가 없고, 자살률이 높지 않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 아닌가.

지난 수십년간 너무 많은 대형 재난사고를 겪었다. 삼풍백화점 붕괴, 성수대교 붕괴, 대구지하철 화재사고…. 올해 들어서도 이미 지난 2월 경주 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로 10명이 숨지고 100명 이상이 다쳤다. 그렇게 많은 사고를 겪었지만 달라진 게 없다. 어쩌면 이럴 수 있을까 싶다. 지금까지 무사히 살아온 건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란 생각마저 든다.

이번엔 제발 조금이라도 바꾸자. 재난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을 최대한 줄이고, 사고가 터져도 희생자를 최소화 할 수 있도록 안전관리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억해야 한다. 지난해 태안 바닷가에서, 또 지난 2월 경주의 한 리조트에서 어이없는 사고로 목숨을 잃은 아이들을 우린 벌써 잊었다. 이번에는 눈물로 물렁물렁한 슬픔이 딱딱하게 굳을 때까지 오래도록 이 일을 기억해야 한다. 저렇게 많은 생때같은 아이들을 하루 아침에 차가운 물 속에 빠뜨리고, 속수무책으로 바라보기만 한 우리의 잘못과 부끄러움을 두고두고 기억해야 한다. 이 슬픔과 부끄러움이 좀 더 오래 지속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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