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코헴회

[라포르시안]  혈우병의 특성상 상대적으로 고가의 치료비가 발생하여 치료에 큰 어려움이 있었으나 2001년부터 보건복지부에서 혈우병을 희귀난치성질환으로 지정, 의료비를 지원하고 있어 치료에 큰 힘이 되고 있다. 혈우병은 희귀난치성질환으로 치료가 매우 어렵고 난해하여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과 병원은 많은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다행이 소명의식을 가진 소수의 의료진이 사명감으로 혈우병 환자를 치료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혈우병 환자 입원 치료 시 감당하기 어려운 보험급여 삭감을 결정함으로서 1차적으로 삭감된 금액을 전적으로 환자를 치료한 병원에 책임지게 해 큰 경제적 피해를 주게 된다. 그 피해가 병원에 그치지 않고 환자가 병원에서 외면당하는 상황으로 발전하여 최종적으로 그 피해가 환자에게 미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법 제1조에서 이 법의 목적은 분명히 ‘국민보건을 향상시키고 사회보장을 증진함에 있다’고 서술하고 있다. 즉 의사의 진료에 대한 보험급여 비용을 인정할 것인지를 정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국민의 생명’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의료현장에서 의료진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보험급여 삭감에 대한 부담감으로 진단과 투약을 주저할 수밖에 없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가 떠안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관행(반복)적으로 혈우병 환자 보험급여 삭감과 심사지연으로 1차적으로 의료진과 병원에 심각한 위해를 가하고 있고, 2차적으로 혈우병 환자 진료기피로 국민인 혈우병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현재 우리나라 혈우병 치료는 현상적 치료에 급급한 실정이다.

즉 일반적으로 출혈 증상이 보이면 응고인자를 투여하여 출혈 증상을 해소하는데 그치고 있다. 이런 현상적 치료는 가까운 시일 내에 똑 같은 재출혈을 유발하고 반복적 출혈로 사회비용은 더 증가하고 환자는 장애를 갖게 된다. 이는 많은 보험재정을 사용하고도 환자의 건강은 더 악화시키는, 어리석고 국가의 격에 맞지 않은 탁상행정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원인적 치료로 발전해야 한다. 출혈의 원인을 제거하고, 충분한 회복으로 출혈 후 장애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 원상회복을 목표로 두어야 한다. 재출혈을 방지하기 위해 출혈 시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생활패턴, 생활환경, 자세, 습관 등에서 출혈의 원인을 발견하여 교정 또는 제거하고, 응고인자 유지요법을 시행하는 원인적 치료가 필요하다. 이러한 원인적 치료를 하기 위해서는 혈우병 전문병원에서 토탈케어시스템을 적용, 주치의가 환자를 관리할 수 있는 환경과 교육이 필요하다.

그러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많은 어려움 속에서 혈우병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 현장의 전문 의료진의 임상소견과 현실을 무시한 채, 예산절감의 실적을 올리는 대상으로 혈우병 환자를 타겟 삼아 거액의 보험급여를 관행(반복)적으로 삭감하여 원인적 치료를 원천적으로 가로막고 있다.

2007년 아주대학병원 혈액종양내과 김효철 교수의 도움으로 혈우병 환자를 전문적으로 치료하고, 혈우병 환자들의 출혈 및 출혈로 인한 다양한 합병증 등을 효과적으로 접근하기 위하여 여러 진료과의 전문의들로 구성된 ‘혈전지혈센터’를 개설했다. 선진국이 이미 시행하여 모두 성공을 거둔 혈우병 전문 센터 시스템이 우리나라에도 시작된 것이었으며, 전국에서 유일하게 혈우병 환자가 출혈 시 응급실을 방문하면 신속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혈우병 환자 치료의 새로운 장이 열린 것이다.

그러나 치료 시스템이 진행되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혈전지혈센터’의 환자 치료에 대해 보험급여를 삭감하였고, 결국 2012년 혈우병환자 보험급여 6억여원을 삭감해 더는 환자들이 아주대학병원 혈전지혈센터에서 정상적인 치료를 할 수 없게 되었다. 또한 올해 들어서도 아주대학병원과 세브란스병원 등에서 수억원대의 의료급여 삭감이 이어지고 있다. 그럴 때마다 혈우병 치료환경은 점차 무너지고 있으며 겉보기와는 다른 후진국형 치료로 퇴보하는 셈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심평원의 그러한 삭감결정에 일관된 의학적 근거를 찾을래야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한민국 어느 병원, 어느 의사가 수억원의 경제적 피해와 위험을 감수하고 혈우병 환자를 치료할 수 있을까? 이런 일들이 20년째 반복되고 있어 우리나라 혈우병 치료는 20년째 제자리 걸음하고 있으며, 사회비용은 더 커지고 환자의 건강은 좋아지지 않고 있다. 하루 빨리 의료급여 삭감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협의체, 즉 보건당국과 의료 전문가, 환자단체가 공동으로 머리를 맞대 명확한 치료의 기준을 마련하고 그에 합당한 전문 의료진에 대한 임상적 권한을 부여할 수 있는 협의체 구성이 시급하다.

한국코헴회는?

한국코헴회(KOHEM : Korea Hemophilia Association)는 혈우환우(2011년 기준 2,100여명)와 그 가족을 대표하는 혈우환우 협회이다. 보건복지부에 등록된 비영리민간단체로, 혈우인의 복지와 의료환경 개선을 목적으로 설립되어 활동하고 있다.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