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안 브리핑]

[라포르시안]  의학 연구자들 사이에서 떠도는 우스갯소리가 하나 있다. "마우스 실험에서는 완벽했었는데…." 하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 과거의 임상시험 자료를 재검토해 본 결과, 동물실험만 잘 했어도 불필요한 실패를 막을 수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를 지휘한 ALS 치료법 개발연구소(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 소재)의 스티브 페린 박사는 "나는 별볼일 없는 임상시험에 참가하기 위해 인생을 거는 환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ALS(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근위축 측삭경화증)는 치명적인 진행성·퇴행성 운동신경 질환으로, 루게릭병이라고도 불린다. ALS 치료법 개발연구소에서 최고과학책임자(CSO)로 일하고 있는 페린 박사는 ALS 모델마우스(인간 루게릭병과 유사한 증상을 앓는 마우스)를 대상으로, 100가지 이상의 화합물들의 효능을 테스트해 봤다. 이 화합물들은 종전에 루게릭병의 후보약물로 주목받았던 것들이다. 이중에는 동물실험에서 가능성을 보였지만, 임상시험에서 탈락한 화합물도 8가지 포함되어 있다. 테스트 결과, 거의 모든 화합물들이 루게릭병의 진행을 지연시키지 못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페린 박사는 "마우스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긍정적 효과를 얻었다는 주장은 거짓이다. 그건 아마도 형편없는 실험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3월 26일자 'Nature'에 기고한 논평에서 "의학 연구자들은 질병모델 마우스의 특징을 잘 이해하고, 동물 간의 차이를 최소화하고 적절한 통계모델을 사용함으로써 동물실험의 질(質)을 높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많은 전문가들이 페린 박사의 진심어린 권고에 공감하고 있다. 이탈리아 토리노 대학교의 아드리아오 치오 교수(신경학)는 "페린 박사의 권고는 중개의학 연구(translational research)에 긍정적 영향을 미쳐 전임상연구(preclinical studies)의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이탈리아 토리노 대학교의 아드리아오 치오 교수(신경학)는 말했다.

페린 박사에 의하면 의학 연구자들이 ALS 모델로 사용하는 마우스(TDP43 마우스: 돌연변이 TDP43 단백질을 보유한 마우스)의 몇 가지 핵심적 특징이 인간 ALS 환자와 다르다고 한다. 예컨대 TDP43 마우스는 장폐색(bowel obstructions)으로 사망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인간 ALS 환자들은 근위축으로 인한 호흡곤란 때문에 사망하는 경향이 있다. 나아가 그에 의하면 1세대 TDP43 마우스는 200일 이내에 사망하는데, 그로부터 탄생한 2세대 이후의 마우스들은 아무런 증상 없이 최대 400일 동안 생존한다고 한다.

다른 과학자들도 항암제 개발을 위한 동물실험의 재현가능성을 문제삼은 바 있다. 이탈리아 밀라노 소재 마리오네그리 약학연구소의 카테리나 벤도티 박사(신경생물학)에 의하면, 이번 연구에서 드러난 문제는 ALS 분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고 한다. "전임상연구, 특히 동물실험 결과의 재현성 부족은 모든 의학분야에 공통된 현상"이라고 그녀는 말했다.

전임상연구 결과의 재현성 부족은 궁극적으로 임상시험 실패로 이어짐으로써 막대한 시간과 돈을 낭비하게 할 수 있다. 치오 교수는 2008년 마우스와 44명의 인간 ALS 환자들을 대상으로 실시됐던 연구를 그 대표적 사례로 제시했다. 이 연구는 의료용 리튬(lithium)이 ALS의 진행을 늦춘다고 주장했었다. 리튬은 이미 조현병(schizophrenia) 등의 정신질환에 사용되어 온 데다가 가격도 저렴하고 구하기도 쉬워, 많은 ALS 환자들이 임상시험이 시작되기도 전에 일찌감치 자가투약을 시작했었다.

그러나 페린과 벤도티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동물실험 결과는 재현되지 않았고, 결국 임상시험이 시작되었다. 임상시험은 5개 국에 걸쳐 1,000명 이상의 ALS 환자들을 대상으로 실시되었는데, 아무런 효과를 발견하지 못했다. 그리고 최초의 동물실험 결과는 영영 재현되지 않았다. 동물실험에서 치료군과 대조군의 수명 차이는 고작 20일 미만이었는데, 이는 실험에 사용된 마우스들에게 모종의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시사한다.

치오 박사는 "의학계의 절실한 과제는 리튬의 전철을 밟지 않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페릴 박사의 권고는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말했다. 다른 과학자들은 큰 틀에서 페린 박사의 의견에 공감하면서도, 그의 연구에 사용된 데이터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또한 동물실험에서 긍정적 결과가 나와야만 임상시험을 진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과학자들도 있다. 네덜란드 유트레히트 대학병원 산하 ALS 센터의 네로나드 반 덴 버그 박사(신경화학)는 "많은 연구자들은 `후보약물의 효과를 입증한 전임상연구 결과가 나와 있기만 하다면, 임상시험을 실시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질병모델 동물의 적절성을 평가하는 데는 비용이 많이 드는 데다가 연구자들에게도 별 메리트가 없어서 다들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페린 박사는 민관협력(private?public collaborations) 등을 통해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설사 돈이 안 되더라도, 누군가 이 일을 꼭 해야만 한다. 그러지 않으면 우리는 귀중한 의료자원을 낭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 http://www.nature.com/news/misleading-mouse-studies-waste-medical-resources-1.14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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