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중소병의원, 간호인력 유출 등 후유증으로 몸살…부동산 "동네의원 매물로 나오기 시작해"

[라포르시안 손의식 기자] 인천 서구의 유일한 1,000병상급 의료기관인 국제성모병원이 개원한지 한달이 넘었다.지난달 18일 정식 개원한 국제성모병원은 지상 11층, 지하 6층에 1,000병상을 갖추고 있으며 25개 진료과목, 12개 전문 진료센터도 있어 규모만으로는 단연 대학병원 급이다.  국제성모병원은 개원 이전부터 지역 중소병원 생태계를 고사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높았다. 실제로 개원을 앞두고 의료인력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지역내 중소병원에서 근무하던 간호인력이 대거 이동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 국제성모병원이 개원한 지 한달이 조금 넘은 지난 21일 병원 인근 지역을 중심으로 의료생태계의 변화를 알아봤다.

경력 간호사 빠진 자리를 신규 간호사로…한숨 내쉬는 인근 중소병원들  국제성모병원과 가장 인접한 A종합병원.

작년 말 A종합병원은 국제성모병원이 개원을 앞두고 간호사를 모집하면서 병원 내 경력직 간호인력이 빠져나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한 바 있다. 

당시 A종합병원 관계자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경력 3년차 이상의 수술실 수간호사, 응급실 수간호사 등이 대거 빠져나가면서 병원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간호인력 채용을 하더라도 현재 상황에서는 빠른 시일내 정상화가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떤 상황일까. A종합병원은 아직까지 간호인력 부족에 허덕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A종합병원 관계자는 “지난 1월에 간호사국시가 있어서 신규 간호사를 최대한 뽑으려고 했다”며 “사실 경력 간호사가 나가면 대체할 만한 간호사를 구하기가 쉽지 않아 신규 간호사 모집만이 대안”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나 응급실이나 수술실 경력 간호사의 공백은 신규 간호사로도 채울 수 없다. 

이 병원 관계자는 “우리 병원은 24시간 수술실을 운영하고 있다”며 “당시 숙련도가 높던 응급실과 수술실 수간호사를 비롯한 경력 간호사들이 나간 이후 빈자리를 충분히 채울 만한 경력자를 채우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술만해도 경력 간호사들이 스크럼을 짜서 들어갈 때와 신규 간호사가 들어갈 때의 시간 차이가 크다”며 “이런 이유로 숙련 간호사의 필요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다만 외래환자 수는 큰 변동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외래 환자는 국제성모병원 개원 이후 변동이 없다”며 “그러나 우리 병원은 지난해 말 신관을 오픈하면서 진료과도 개편하고 과장들도 새로 영입하면서 20% 정도의 환자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는데 변동이 없다는 것은 증가효과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국제성모병원 인근에 위치한 또 다른 종합병원도 의료인력의 유출을 겪었다. 인천 서구의 B종합병원 관계자는 “어차피 현재 근무하는 곳보다 좋은 조건이 제시되면 움직이기 마련이고 우리 병원에서도 일부 간호인력이 빠져나가긴 했다”며 “그러나 다행히 간호등급 2등급을 유치하고 있고 병원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너무 공격적 홍보마케팅 눈살"

국제성모병원이 무차별적인 홍보마케팅을 펼치고 있다는 주장도 제시했다.

B종합병원 관계자는 “국제성모병원이 지역 내에서 지나친 홍보마케팅을 펼치는 것 같다"며 "이미 지역내에서는 국제성모병원이 무료검진을 실시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고 밤만 되면 병원 직원들이 홍보물을 돌리러 나가는 등 쌍끌이 식으로 마케팅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제성모병원은 개원 기념으로 서구 청라지구 내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 무료건강 상담과 혈압 및 혈관나이 검사 등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국제성모병원이 직원에게 입원환자 모집을 할당한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그는 “인근 종합병원 관계자들끼리 모인 자리에서 국제성모병원이 직원들에게 할당을 줘서 입원환자를 모집한다는 소문을 들었다”고 전했다. 국제성모병원이 각종 광고에서 내세우는 ‘수술 잘하는 병원’이란 홍보 문구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C종합병원 관계자는 “서구의 종합병원들은 수술로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수술 비율이 중요한데 이제 겨우 개원 한달이 넘은 국제성모병원이 얼마나 많은 환자를 수술했다고 ‘수술 잘하는 병원’을 내세우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성모병원을 대학병원으로 인식하는 주민들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교롭게도 국제성모병원 바로 앞에 위치한 약국 중에는 '대학약국'이라는 간판을 단 곳도 눈에 띄었다.D병원 관계자는 “서구 주민 상당수는 국제성모병원을 가톨릭대학교 부속병원으로 인식하고 있고 대학병원으로 인식하는 사람들도 많다”며 “심지어 우리 병원에서 빠져 나간 직원 중에서 국제성모병원이 대학병원인 줄 알고 간 직원도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약국은 급증하고, 동네의원은 점점 사라져그렇다면 국제성모병원 개원 이후 지역 내에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국제성모병원 인근 부동산을 통해 물어보니 지역내 전세가격과 상가 임대료 인상을 가장 큰 변화로 꼽았다.

국제성모병원 근처 D부동산 관계자는 “큰 차이는 아니지만 국제성모병원 설립 이전과 비교했을 때 시세가 달라졌다”며 “인근 아파트나 빌라의 가격도 소폭 올랐고 상가 임대료도 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약국 자리는 이미 포화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E부동산 관계자는 “현재 약국 자리로 가장 좋은 위치인 국제성모병원 바로 앞에는 총 4개의 약국이 있어 다른 약국들은 들어올 자리가 없다”며 “임대료는 13평 기준으로 200만원 정도로 형성돼 있다. 가장 큰 약국이 70평이 넘으니 임대료도 꽤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특히 동네의원 자리가 임대로 나오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로 국제성모병원 인근 지역을 둘러봐도 치과나 한의원을 제외하곤 의원급 의료기관을 찾아보기가 힘들었다.이 관계자는 “국제성모병원 개원 이후 의원 자리가 임대로 나오기 시작했다”며 “그러나 대형 종합병원이 바로 앞에 있는데 누가 의원을 개원하려고 하겠나. 아마 다른 용도로 임대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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