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정책 뉴스&뷰
대체 왜 하는지 알 수 없는 비대면진료 시범사업[뉴스&뷰] 감염병 유행 기간 '한시적 허용' 원칙 깨고 느닷없이 추진
"시범사업 추진 목적과 달성 목표가 없다" 비판 제기돼

[라포르시안] "국민건강증진과 의료취약계층 접근성 제고를 위한 것인지, 의료계에서 주장하고 있는 안정성과 유효성 검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 대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추진 목적 및 달성 목표가 없다"

지난 6월부터 시작해 8월 말까지 석 달간에 걸친 계도기간을 끝내고 이달부터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이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그런데 뒤늦게 이런 지적이 제기됐다. '대체 어떤 목적과 목표를 가지고 이 시범사업을 하는 건가'.

때늦은 질문이지만 분명히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 시범사업을 '왜' 하는 건가에 대해서.  

애초 비대면진료를 허용한 배경을 살펴보자. 2020년 2월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유행이 확산하면서 '1차 대유행'을 맞았다. 정부는 같은 달 23일 국민이 의료기관을 이용하면서 감염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한시적 특례로 의사-환자 간 비대면 진료를 허용했다. 

당시 비대면진료를 허용하는 데 따른 명확한 법적인 근거는 없었다. 다만 보건복지부는 한시적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법적인 근거로 '보건의료기본법'을 들었다. 보건의료기본법 제39조에 '보건복지부장관은 국민건강을 크게 위협하는 질병 중에서 국가가 특별히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질병을 선정하고, 이를 관리하기 위해 필요한 시책을 수립·시행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의료기관내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서 비대면 진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후 2020년 12월에 감염병예방법을 개정하면서 비로소 비대면 진료 허용의 법적 근거가 생겼다. 감염병 '심각' 단계 이상 위기경보가 발령됐을 경우 유선·무선·화상통신, 컴퓨터 등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비대면 진료를 허용한다는 규정을 신설했다. 

감염병예방법의 이런 규정은 코로나19 위기경보가 '심각' 아래로 떨어지면 비대면진료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법에 따르면 코로나19 위기경보가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 조정된 6월 1일부터 비대면진료를 중단하는 게 원칙적으로 맞다. 

일련의 상황을 따져보더라도 코로나19 유행이 가라앉고 위기단계가 낮아지면 비대면 진료를 중단하는 게 당연한 조치이다. 한시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도입했던 이유가 의료기관을 이용하면서 감염되는 것을 방지하고 유행 확산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견의 여지가 없다. 계속 지속해야 할 이유를 찾기도 어렵다.  

그런데 보건복지부가 느닷없이 한시적으로 허용한 비대면 진료를 아예 제도화하자는 방안을 들고 나왔다. 보건복지부는 “한시적 비대면진료를 실시하면서 비대면 진료의 효과성과 안전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6월부터 감염병 위기단계 하향 조정으로 비대면진료를 지속할 법적인 근거가 사라지자 '보건의료기본법'을 근거로 들어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지난 3년 여 간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약 1,400만여 명의 국민들이 비대면진료를 경험한 바 있고, 국민의 만족도와 효과성, 국제 동향을 고려할 때 상시적으로 비대면진료를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게 그 이유였다. 

원칙적으로 지난 6월부터 종료했어야 할 비대면진료를 갑자기 시범사업 방식으로 전환해 추진하면서 시범사업 지침이나 의료법을 어기는 불법 비대면진료가 성행하는 문제가 불거졌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을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다. 

감염병 유행 시기에 의료기관내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서 한시적으로 허용했는데, 갑작스럽게 제도화 필요성을 들고 나서면서 사업 추진의 목표를 상실해 버린 것이다.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추진 필요성은 물론 정책적인 지향점도 부재한 상태다.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원격의료(현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을 실시했으지만 임상적 유효성과 안전성 등을 입증할 수 있는 뚜렷한 결과를 도출하지 못했다. 이제 와 또다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을 추진하면서 그 필요성이나 정책적 목표가 뭔지 명확하게 설명되는 게 없다. 

복지부는 시범사업을 시행하면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은 의료법이 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의 건강 증진과 의료접근성 제고를 위해 불가피한 정책으로 제한된 범위에서 실시되는 것"이라고 발표했다. 국민 건강증진과 의료접근성 제고를 위해 비대면진료가 '불가피'할 정도라면 대체 국민 건강건강증진과 의료접근성  제고에 비대면진료가 얼마나 크게 효과적인지 평가하고 근거를 마련해서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문제는 이번에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을 하면서 그에 대한 별다른 언급이 없다는 점이다. 그저 막연히 의사-환자 간 비대면진료를 허용하는 쪽으로 의료법이 개정될 때까지 '시범사업'으로 버티기를 하겠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면서 비대면진료 중계 플랫폼 업체들의 요구에 장단을 맞춰 비대면진료 초진 대상과 초진 가능 지역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시민단체에서는 영리기업의 중계플랫폼을 활용한 비대면진료 제도화가 의료영리화와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구렁이 담 넘어가듯 하는 비대면진료 정책 행보에 의료전문가 단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울특별시의사회는 지난 6일 성명을 내고 "코로나19 위기 단계가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됨에 따라 한시적 비대면진료는 법적 근거가 사라져 종료됐다. 의료법 개정을 포함해 무엇 하나 확실하게 정해진 바 없이 의료현장에서 매우 심각한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민건강증진과 의료취약계층 접근성 제고를 위한 것인지, 의료계에서 주장하고 있는 안정성과 유효성 검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 대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추진 목적 및 달성 목표가 없다"고 주장했다. <관련 기사: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계도기간 8월말 종료...평가계획은?>     

서울시의사회는 "무엇을 검증하고자 하는지 평가 지표조차 없는 이러한 시범사업은 1년이 지난 뒤, 어떠한 결론에도 도달하지 못할 것이 우려된다"고 했다. 

원칙도, 지향점도 모호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이 계속된다면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정책인가에 대한 의문은 커질 수밖에 없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상기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icon추천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